[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K리그는 여전히 마니아 스포츠였다. 현장을 찾은 팬들이 경기 관람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력’이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2016 프로스포츠 고객(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 전 종목을 현장 관람한 팬 2만 621명을 대상으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모든 종목의 팬들이 경기관람의 이유로 경기력을 꼽았다. 전 종목에서 16.8%의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축구팬 7,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18.9%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경기력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경기 관람 안 하는 이유’에서도 응원하는 팀의 경기력이 낮다는 이유가 3위(10.2%)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경기장 현장 분위기와 접근성, 좋아하는 선수의 출전 여부, 날씨, 경기장 좌석의 편안함이나 부대시설, 경기이벤트, 입장권 가격 등 무수한 요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경기력이다. 관람객은 경기의 본질은 경기력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은 최근 자생력 강화라는 과제 속에 마케팅 역량 강화와 자체 수익 구조 마련을 목표로 운영 방향을 재설정해왔다. 이 과정에서 과거 선수단 구성에 많은 투자를 해온 팀들도 효율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팬들이 불만을 갖고, 또 만족한 부분은 인프라 보다 경기력이었다. “팀의 승리가 나의 승리”라는 응원 팀 승리에 대한 동일시 정도도 높았다. 축구 팬 가운데 이 항목에 긍정 응답을 한 비율이 84.9%에 달했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력에 대한 기대, 그리고 승리의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K리그가 그 동안 고민해온 부분 중 하나는 '스타 마케팅'이다. 해외 유명 선수를 영입해 팬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응원하는 팀을 결정하는 가장 큰 동인은 31.9%의 답이 몰린 ‘지역 연고’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역 팀이기 때문에 응원하게 된 경우가 가장 많다. 실제로 경기 관람을 결정하는 요소 중 경기장 접근성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8.9%(5위)에 달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K리그가 '마니아 스포츠'라는 점이다. 축구 종목의 경우 시즌권 구매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비율이 31.1%로 높았다. 야구는 7.5%, 남자농구는 8.5%, 여자농구는 11.2%, 남녀배구는 7.2%에 불과했다. 

시즌권 구매 비율이 높다보니 연간 경기장 방문 횟수도 많았다. 연간 프로축구 경기 관람 횟수가 20번 이상인 응답자가 20.3%로 가장 높았다. 월간 프로축구 생중계 시청 횟수도 5회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42.3%에 달했다. 

K리그가 마니아 스포츠에 가깝다는 것은 ‘경기장에 함께 오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항목에 대한 답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친구와 오는 경우가 40.1%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가족이 34.3%로 뒤를 이었다. 

대중성의 척도로 볼 수 있는 '연인과 오는 경우'는 10.5%에 불과했다. 남자농구의 경우 연인과 함께 경기장에 오는 경우가 19.5%에 달했고, 야구 역시 16.7%로 높았다. 축구(10.8%)는 야구(8.3%)나 남자농구(8.1%)에 비해 혼자 오는 관람객 비율이 높았다.

재방문 의향을 보인 응답자는 76.8%였고, 구단 상품 구입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61.6%였다. 구입한 상품은 40.3%가 유니폼이었다. 32.7%가 응원도구로 연간 구단 상품 구입 비용이 5~10만원 사이라는 답변이 18.2%로 가장 많았다.

20만원 이상 쓴 응답자가 16.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마니아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니아층을 확대하는 것이 K리그 구단의 주요 과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경기력'이라는 점은 이 설문을 통해 뚜렷하게 증명된 부분이다. 적극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확장성을 고민하는 구단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사진=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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