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승우가 주말 리그가 아닌 컵대회를 통해 이탈리아 대회 선발 출장을 노린다. 선발 출장이 성사된다면 지역 더비 경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겪게 된다.

3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17/2018 코파이탈리아 4라운드’가 열린다. 베로나와 키에보베로나(이하 키에보)의 경기다. 여기서 승리한 팀은 16강에 진출해 이탈리아세리에A 상위권 팀과 진검 승부를 벌인다.

컵대회라고 해서 힘을 빼고 나가긴 힘들다. 유서 깊은 베로나 더비다. 이탈리아어로 데르비 델라 스칼라(Derby della Scala)라고 부르는 경기다. 중세 베로나를 통치했던 델라 스칼라 가문의 이름을 땄다. 2001/2002시즌 베로나와 키에보가 세리에A에서 맞붙었다. 이탈리아 1부 리그에서 지역 더비가 열린 건 밀라노, 로마, 토리노, 제노아에 이어 5번째였다. 두 팀이 코파에서 일찌감치 맞붙게 되면서 올해는 베로나 더비가 한 번 늘었다.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 10월 세리에A 경기는 키에보가 3-2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당시 이승우는 후반 32분 교체 투입됐다.

두 팀 모두 지난 주말 승리를 거두고 상승세 속에 격돌한다. 키에보는 4경기, 베로나는 5경기 무승을 끊고 각각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주말을 보냈다. 상승세를 탄 채 더비 경기를 준비해 왔다. 파비오 페키아 베로나 감독은 지난 주말 사수올로를 꺾은 뒤 “1부 수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롤란도 마란 키에보 감독은 SPAL을 꺾은 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베로나는 공격진에 공백이 크다. 공격수 잠파올로 파치니와 모이세 켄, 섀도 스트라이커 알레시오 체르치가 모두 제외됐다. 베로나의 최근 전술로 자리잡은 4-4-2 또는 4-4-1-1 포메이션을 쓰려면 공격수 두 명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선 1군 공격수가 둘은 커녕 한 명도 없다.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가장 설득력 있는 베로나 원톱은 마티아 발로티다. 발로티는 원래 미드필더지만 최전방에서 성실하게 뛰며 동료 공격진을 지원하는 공격수 역할도 할 수 있다. 사수올로전에서 발로티가 최전방에 서서 승리를 이끌었다. 파치니, 켄을 모두 벤치에 앉혀놓고 본업이 미드필더인 선수가 출장했는데 오히려 결과가 나아졌다. 키에보전에서도 발로티 카드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투톱을 고수한다면 섀도 스트라이커 출장이 가장 유력한 선수는 이승우다. 모하메드 파레스, 다니엘레 베르데, 호물루는 각각 좌우 미드필더로 뛸 수 있지만 섀도 스트라이커가 잘 어울리는 선수들은 아니다.

페키아 감독이 호리호리한 이승우보다 투지 넘치는 선수를 한 명이라도 더 넣고 싶다면 베르데를 중앙으로 돌리고, 측면 조합까지 연쇄적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이승우의 키에보전 출장 여부를 보면 현재 팀내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감독이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키에보의 특징은 3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세리에A에서 활약 중인 수비수들이다. 마란 감독은 지난 세리에A 승리 이후 노장 골키퍼 스테파노 소렌티노, 센터백 세르지 펠리시에르를 특히 격찬했다. “소렌티노와 펠리시에르가 오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렌티노이 선방이 우릴 지켜줬고, 펠리시에르가 끝까지 활약해 줬다”고 말했다.

키에보는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세리에A 9위에 올라 있다. 승점은 20점이다. 19위, 승점 9점인 베로나보다 두 배 정도 나은 성적이다. 전력차는 분명하다. 베로나는 정상 전력으로 나설 수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이승우에게는 기회가 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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