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박경훈 성남FC 전 감독은 우승과 승격이라는 미션에 실패했고, 바로 경질당했다. 성남엔 고군분투의 흔적이 남았다.

박 감독은 27일 구단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 올해 K리그 챌린지(2부)에서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4위에 그쳤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승격도 놓쳤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성남 관계자는 결별하기로 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성남의 올해는 실패에 가깝다. 개막 전엔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기에 더욱 그랬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최소한 상위권에 들었지만 최다 무승부(13승 13무 9패), 전체 팀 중 두 번째로 적은 득점(38득점)에 그칠 정도로 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졌다. 무승부 위주 축구로는 플레이오프를 넘기 힘들었다.

실속 없는 선수 구성이 근본적인 실패 원인으로 작용했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1부) 중하위권 팀에서도 주전을 차지할 수 있을 만한 국내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싼 연봉과 달리 이들의 존재는 팀 승리에 그리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챌린지 성적은 외국인 선수의 능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선수는 신인 혹은 무명이어도 열심히 뛴다면 제 몫을 할 수 있는 풍토다.

“클래식 시절보다 선수 구성이 탄탄해졌다”는 성남 관계자의 연초 자평과 달리, 그 탄탄함은 승패와 큰 관계가 없었다. 여기에 강등을 예상하지 못하고 클래식 일정에 맞춰 잡은 스페인 전지훈련, 챌린지의 U-22 선수 의무 기용에 맞는 인재가 부족했던 점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치명타는 연이은 부상이었다. 특히 외국인 공격수들이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다 모두 떠났고, 여름에 교체한 외국인 공격자원들도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건 큰 타격이었다. 유일하게 좋은 활약을 할 센터백 오르슐리치도 8월부터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밖에 안재준, 김영신을 비롯한 유명 국내 선수들도 번갈아가며 부상에 시달렸다. 경기에 투입된 선수가 35명에 달했다.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특히 올해 초 영입된 네코는 박 감독이 제주유나이티드를 돌풍으로 이끌었던 2010년 함께 했던 선수였다. 외국인 선수들이 하나같이 실패했다는 점은 박 감독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신 임기응변 위주로 시즌을 운영하는 와중에 새로 등장한 인재들이 있었다. 센터백 연제운이 대표적이다. 연제운은 성남 유소년팀 출신인 23세 수비수다. 시즌 초 수비 구성에 혼선을 겪던 성남은 연제운과 오르슐리치를 짝지운 뒤 빠르게 수비가 안정됐다. 연제운은 오르슐리치의 부상 이후 배승진 등 여러 파트너를 맞아 뛰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전으로 뛴 첫 해에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드필더 이후권도 올해 큰 성장세를 보인 선수다. 이후권은 지난 2013년 부천FC에서 챌린지 원년 멤버로 데뷔했다. 이듬해 입대한 이후권은 지난해 여름 성남으로 이적한 뒤에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포지션 정체성도 희미했다. 이번 시즌 중반부터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한 이후권은 넓은 활동 범위, 전투적인 압박, 재치 있는 볼 컨트롤 등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데뷔 시즌 31경기에 이어 올해 29경기를 소화, 비로소 프로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권은 올해로 계약이 만료된다. 성남이 붙잡아야 하는 선수로 지목된다.

짠물 수비를 할 수 있는 수비 조합은 갖춰져 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을 감독, 새 감독의 스타일에 맞는 외국인 공격 자원들이 영입돼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면 올해보다 순위를 끌어올릴 토대가 마련된 상태다. 성남 관계자는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곧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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