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20일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모두 마쳤다. '풋볼리스트'는 올해 K리그에서 기억해야 할 화두를 총 8편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주>

K리그에 대한 비(非) 축구팬의 관심이 줄어든 지금, 그나마 이름을 알리는 길은 국가대표팀에 뽑히거나 상을 받는 것 정도다. 이력서에 쓸 만한 ‘수상 및 경력 사항’이 없다면, 선수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가치는 기억되기 쉽지 않다.

올해 K리그에서 맹활약했지만 그만한 보상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득점 및 도움 순위에 올라있는 K리거들이 대표적이다. 양동현(포항스틸러스, 소속팀은 2017시즌 기준)과 주민규(상주상무)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양동현이 19골로 전체 2위, 주민규가 17골로 전체 공동 4위였다. 양동현은 모처럼 천재 공격수의 면모를 되찾으며 시즌 초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거론됐다. 주민규는 K리그 챌린지 최고 공격수에서 클래식에서도 통하는 공격수로 평가를 향상시켰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지난 20일 K리그 시상식과 21일 국가대표 선발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최소 실점 2위를 기록한 제주유나이티드의 짠물수비는 큰 주목을 받았다. 권한진은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다. 지난해 37경기나 뛴 것과 달리 올해는 26경기 출장에 그쳤다. 확고한 주전이었던 오반석, 김원일과 달리 권한진은 조용형과 출장 기회를 나눠 가졌다. 그러나 권한진이 나올 때마다 팀 수비가 더욱 단단해지는 효과를 냈다. 조성환 감독, 주장 오반석이 모두 공로를 인정하는 선수다. 지난 시즌 5골을 넣은 ‘골 넣는 수비수’의 면모를 올해는 완전히 버렸다. 오반석과 김원일의 오버래핑을 뒤에서 지원하며 묵묵히 수비에 집중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골키퍼 부문은 최소실점을 한 전북현대, 제주의 골키퍼들이 모두 시상식에서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이변이 있었다. 두 팀 모두 두 명의 골키퍼가 번갈아 골문을 지켰다는 점이 평가를 하락시켰다. 제주는 김호준과 이창근이 K리그를 정확히 절반씩 소화했다. 19경기 15실점으로 0점대 방어율을 보여준 이창근, 실점은 22개로 더 많지만 강팀과의 경기를 더 많이 책임진 김호준 모두 준수한 활약을 했다. 특히 김호준은 이창근과의 경쟁에서 긍정적 자극을 받아 컨디션이 한층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원삼성의 신화용도 33경기 30실점으로 훌륭한 기록을 남겼으나 올해 최고 골키퍼로 뽑히진 못했다.

K리그 챌린지 공식 베스트일레븐은 설득력이 있는지 의심 받기도 했다. 경남FC는 대부분 포지션에서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정작 중앙 미드필더인 최영준, 정현철은 투표에서 밀렸다. 비교적 무명에 가까웠고 공격 포인트도 적었던 탓이다. 그러나 김종부 감독은 돌풍의 주역으로 최영준과 정현철을 지목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지난 6월 ‘풋볼리스트’와 가진 인터뷰를 비롯해 여러 차례 두 선수의 호흡이 경남 4-4-2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영준의 풍부한 활동량, 정현철의 체격과 ‘한 방’이 조화를 이뤄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이 컸던 중원 구성이다.

15골로 챌린지 득점 2위에 오른 안산그리너스의 라울이 베스트 공격수 투표에서 밀린 것도 이변에 가까웠다. 라울은 넓은 활동폭, 성실한 움직임, 문전에서 보여주는 깔끔한 기술을 겸비한 공격수였다. 소속팀 안산이 9위에 그치는 바람에 큰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팀 득점(36골)의 약 42%를 혼자 넣은 존재감이 엄청났다. 라울의 좋은 파트너 장혁진은 도움 1위(13개)에 올랐지만 다른 개인상은 타지 못했다.

챌린지 최소 실점을 기록한 성남FC 수비진은 결국 승격에 실패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 큰 폭으로 성장해 수비 주축이 된 연제운, 성남의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안착한 오르슐리치 모두 챌린지 최고 수준 활약을 한 선수들이었다. 오르슐리치가 8월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건 성남 전력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 성남 수비를 한 발 앞에서 보호하는 동시에 공격에도 적극 가담한 미드필더 이후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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