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20일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모두 마쳤다. '풋볼리스트'는 올해 K리그에서 기억해야 할 화두를 총 8편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주>

 

비디오어시스턴트레프리(VAR)은 초기엔 환영 받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원성을 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7월 1일(18라운드) VAR를 조기 시행했다. 원래 계획은 23라운드부터 VAR을 가동하려 했으나 전반기에 나온 결정적인 오심과 이로 인한 구단과 팬들의 불신이 커지자 빠르게 경기에 도입했다. 조기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판정 불신이 커졌기에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VAR 도입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황선홍 FC서울 감독)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VAR 운영에 관한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K리그 구단과 감독들은 이를 반겼다. 도입해서 생길 운영상 문제가 판정 불신으로 인한 반발이나 다툼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K리그 심판들이 내리는 판정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이런 논의에는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 존중이었다. VAR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고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판정에 대한 합의와 존중이 필요했다. VAR을 적용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심판과 구단 그리고 선수단은 이런 부분에 대한 숙고나 합의 없이 VAR과 마주했다.

“이러려면 왜 VAR을 도입했나!”

 

결과적으로 시간이 갈수록 VAR에 관한 대응의 온도는 차가워졌다. VAR로 인해 골이 취소되거나 퇴장 판정을 당한 측에서는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본인은 부인했지만 퇴장 당한 김승대가 “이런 걸 무엇 하려고 하나!”라고 말한 게 가장 상징적이었다. 정확한 판정이 아닌 집단의 이익이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VAR이 없을 때 심판이 받았던 것들과 거의 일치한다. 각 구단은 물론 팬들까지 여전히 ‘우리만 판정의 피해를 봤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심판 판정을 믿지 못해 VAR 도입을 부르짖었던 이들이 내놓은 반응도 크지 않다. ‘VAR은 절대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신뢰가 없으면 똑같다’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올 시즌 VAR은 총 64회 적용됐다. 이 중에서 판정이 번복된 횟수는 43회다. 득점 인정 4회, 득점 취소 7회, 페널티킥 선언 8회, 페널티킥 취소 8회, 퇴장 선언 15회, 퇴장 취소 1회다. VAR은 득점, 페널티킥, 퇴장성 반칙, 징계를 잘못 적용한 경우에만 가동된다. 당연히 결정적인 상황에 나올 수밖에 없다.

 

심판과 VAR 심판도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판정에 경향성이나 의도가 있다고 여기면 로봇이 판정을 해도 불만이 나온다. 우리만 피해본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 그런 발언은 불신을 조장할 뿐이다. 신뢰 없는 VAR은 아무것도 아니다. 돈과 시간을 들인 VAR도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글= 류청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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