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주] 김정용 기자= 김태완 상주상무 감독은 기자회견 중 눈물을 삼켰다. 눈물을 참으며, 김 감독은 지난해 동고동락했던 고 조진호 감독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밝혔다. 조 감독에 대한 기억은 승강 플레이오프 내내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26일 경상북도 상주시에 위치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17’ 2차전에서 상주가 부산아이파크에 0-1로 패배했다.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상주는 연장전을 거쳐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5PK4로 승리해 잔류했다.
고인이 된 조 감독은 올해 부산을 지휘하다 지난 10월 출근길에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부산 선수들은 홈 구장 한켠에 걸려 있는 조 감독의 사진을 보며 승격을 다짐해 왔다. 마지막 경기가 열린 상주시민운동장에도 조 감독의 사진이 걸렸다. 이 경기장은 조 감독이 지난해 상주를 6강 돌풍으로 이끌었던 당시 홈 구장이기도 했다.
승부차기 키커로 등장한 레오는 킥을 성공시킨 뒤 유니폼을 들어 흰 속옷을 보여줬다. 조 감독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는 속옷 세리머니였다. 이승엽 부산대행은 경기 전 선수들과 승리에 대한 각오를 다지며 “감독님 위해서라도 다같이 잘 해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대행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고 조진호 감독님의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활용하며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유지를 잇는 것이 이 감독의 본격적인 지도자 첫 걸음이었다.
김 감독은 승리했지만 회한이 밀려오는 듯 차분하게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에 미안하다는 말과 위로를 전하던 김 감독은 지난해 자신이 보좌했던 조 감독을 이야기하며 감정이 북받쳤다.
“고인이 된 우리 조 감독과 플레이오프에선 만나지 말자고 했었다. 미안하다. 이겼지만, 우린 클래식에 살아남았지만, 조진호 감독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부산은 그저 승격에 도전하는 팀이 아니라, 김 감독의 친구가 남긴 유지를 잇는 팀이었다. 그 유지를 자기 손으로 좌절시켜야만 했던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김 감독은 승리에 취해지 못했다.
김 감독은 부산 선수들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이날 승격에 실패한 뒤 이정협, 김형근 등 몇몇 부산 선수는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쏟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김 감독은 특히 승부차기에 실패한 고경민을 거론하며 "우리 팀과 부산 모두에 잔인한 승부였다. 고경민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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