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20일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모두 마쳤다. '풋볼리스트'는 올해 K리그에서 기억해야 할 화두를 총 8편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주>

 

K리그는 2017시즌 아시아 무대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참패가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사실이다.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에서 4팀 중 3팀이 탈락했고, 나머지 1팀도 16강에서 무너졌다. 울산현대, 수원삼성 그리고 FC서울이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제주유나이티드는 16강 2차전에서 무너졌다. ACL이 32개국 체제로 개편된 이후에 K리그가 거둔 성적 중에 최악이다. 결국 우승은 우라와레즈에 돌아갔다.

 

2017시즌 부진이 2018시즌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번 실패는 K리그가 지닌 취약점을 잘 보여줬다. 가장 큰 게 리그와 국내 선수 수준이다. K리그는 국내 선수 수준만은 최고라고 자부해왔다. ‘외국인 선수 수준은 떨어져도 국내 선수 수준은 최고다. 투자가 없어서 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이런 인식은 K리그 관계자들이 만든 환상에 불과했을까? 일본 선수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J리그 팀들은 비상(우라와 우승)했고, 태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무앙통유나이티드도 16강에 올랐다. 헐크와 오스카를 보유한 상하이상강도 결국 4강에서 탈락했다. 결국 국내 선수 수준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FC서울이 홈에서 젊은 선수를 내세운 웨스턴시드니에 2-3으로 패한 것이 가장 상징적인 경기다. ACL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K리그 강호가 홈에서 상대적인 약체로 봤던 팀들에게 승리하지 못했다. 서울은 조별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당했고, 5시즌 만에 ACL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감독 자질과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K리그 감독들이 다른 리그 감독 능력을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세계적인 감독을 거느린 중국슈퍼리그뿐 아니라 J리그와 태국 프리미어리그와 호주 A리그도 K리그 팀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 K리그를 철저하게 분석해 좋은 결과를 낸 팀이 많았다.

 

K리그는 감독이 변별력을 가지기 어려운 무대다. 능력보다는 이름값에 연연해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전문성보다는 서열별로 돼 있다. 게다가 외국인 감독이 드물어 전술이나 성향이 다양하지도 않다. ACL에 참가하는 다른 리그 감독들은 K리그 감독 성향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K리그는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투자와 규모만 부르짖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리그는 내실을 다지며 K리그를 ACL 무대에서 위협하고 있다. 2017시즌 ACL은 K리그에 많은 교훈을 준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 그리고 선수들이 모두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ACL 우승은 리그 건전성을 증명할 수 없지만, 참패는 리그 취약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ACL 무대에서 울린 경보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글= 류청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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