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포지션을 바꿔 성공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만화 주인공이 필살기를 장착한 뒤 더 강력한 캐릭터로 거듭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안드레아 피를로가 오히려 후방으로 내려간 뒤에 공격력을 더 발휘했다는 역설을 보면 축구가 어떤 종목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시즌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막스 마이어, 파비오 보리니, 파비안 델프를 통해 최근 유행하는 포지션 변환의 양상을 정리했다.

현대축구에서 풀백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적시장에서 풀백이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팀을 옮기는 것만 봐도 달라진 풀백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카일 워커, 벵자망 멘디, 다닐루(이상 맨체스터시티) 등의 이적료는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았다. 워커의 경우 역대 수비수 최고액인 5천만 파운드(약 735억 원)의 이적료로 토트넘홋스퍼에서 맨시티로 넘어갔다.

풀백의 가치 상승은 전술적 중요성이 높아진 것에 기인한다. 풀백은 더 이상 수비수 역할만 맡지 않는다. 단단한 수비력뿐 아니라 공격력, 왕성한 체력, 빠른 스피드, 발기술 같은 능력이 풀백에 요구되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전술에서 풀백은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많은 팀은 양쪽 공격에 반대 발 윙어를 기용해 윙어가 안으로 좁히고, 풀백이 측면 공간을 메우는 전술을 사용한다. 반대로 과르디올라 전술에는 윙어가 측면으로 벌리고 풀백이 안으로 좁히는 독특한 면이 있다. 과르디올라가 이적시장에서 수준급 풀백 영입에 집중한 이유도 풀백의 전술적 중요성 때문이다.

올여름 AS모나코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멘디는 시즌 초 주축 풀백으로 활약했다. 과르디올라의 신임을 받던 멘디는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파비안 델프가 멘디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등장했다. 본래 미드필더인 델프는 구멍 난 맨시티 측면 수비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수비는 기본이고 공격 작업에서도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경기 중 중앙으로 들어와 전방에 보내는 패스도 수준급이다. 델프는 미드필더 출신답게 수준급 발기술과 패스 능력을 발휘하며 맨시티 주축으로 우뚝 떠오르고 있다.

델프는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후 팀 내 입지가 크게 늘어났다. 2015년 맨시티에 입단한 델프는 지난 2시즌 동안 리그 9경기 선발이 전부였다. 올 시즌엔 풀백으로 리그 6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델프는 최근 활약으로 2년 만에 잉글랜드 대표팀에 복귀하기도 했다.

미드필더에서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꾸고 성공을 거둔 건 델프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제임스 밀너가 리버풀 주전 풀백으로 활약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알베르토 모레노가 부상을 당하자 밀너를 왼쪽 풀백으로 투입했고, 밀너는 풀백으로 37경기를 출전해 7골 4도움을 올렸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팀에 기여했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세르지 로베트로도 2015/2016시즌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꿔 1군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당시 다니 알베스의 부상으로 우측 풀백이 공석이었던 바르사는 다재다능한 세르지로 공백을 메웠다. 세르지는 지난 시즌 알베스가 유벤투스로 이적한 후 주전 우측 풀백으로 뛰었다.

과거에도 미드필더로 뛰며 체력과 기술을 두루 갖춘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 사례가 있었다. 네덜란드 대표팀 부동의 레프트백으로 활약한 지오반니 반브롱크호스트도 원래 중앙 미드필더였다. 반브롱크호스트는 페예노르트 시절 많은 활동량과 안정된 수비력이 장점인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다. 아르센 웽거 아스날 감독은 다재다능한 반브롱크호스트를 왼쪽 풀백으로 기용했고 포지션 변경은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선 진경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천SK(현 제주유나이티드), 대구FC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가를 올린 진경선은 2009년 전북으로 이적하며 풀백으로 활약했다. 뛰어난 체력과 활동량, 저돌적인 플레이로 왼쪽 수비를 책임진 진경선은 이적 첫해 전북의 K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풀백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는 많은 능력을 요구받는다. 공수를 모두 오가야 하는 만큼 뛰어난 체력은 필수이고, 수준급 발기술과 전술 소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과거 반브롱크호스트부터 최근 델프까지 미드필더의 풀백 변신이 성공적인 사례가 많은 이유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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