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완주 기자= “친구야, 시즌 끝나면 볼 한번 차자”라는 말이 시작이었다. 일이 커져 K리그 클래식 우승팀 전북현대 소속 선수 5명이 인천에 모였다.

23일 저녁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있는 로꼬 풋살장에 전북의 우승 멤버 김진수, 김신욱, 장윤호, 박원재, 이재형이 등장했다. 아프리카TV에서 주최한 ‘국가대표 VS 아프리카TV, 자선 풋살대회(이하 자선대회)’를 위해서였다. 상대편으로는 아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이 나섰다. KBS에서 방영한 ‘청춘FC 헝그리일레븐’으로 잘 알려진 이강과 MBC스포츠플러스 이주헌 해설위원, 철구, 감스트 등 7명이 참여했다.

# 이강의 전화 한 통이 자선대회가 되기까지

이날 양 팀 주장으로 나선 김진수와 이강은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참가해 8강 진출의 성과를 낸 친구 사이다. 이번에 자선대회는 친구끼리 나눈 전화통화가 시작이었다. 이강이 먼저 김진수에게 전화로 “이번 시즌 끝나면 모여서 공 한번 차자”라고 제안했다. 김진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모여 조촐하게 풋살 한 게임 하려던 게 자선대회로 커진 건 이강의 아이디어다. 이강은 “이왕 하는 거 좋은 의미로 자선대회를 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진수도 그게 더 좋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자선대회를 한다고 하자 아프리카TV에서도 300만원을 후원했다. 축구용품 업체 준타스도 용품과 200만원을 후원했다.

김진수는 팀 동료 섭외를 맡았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하니 휴가 중인 동료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진수는 “대회 취지에 대해 설명하니 신욱이형도 그렇고 다들 흔쾌히 응해줘서 고맙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 “티키타카를 보여줄 것” VS “우리의 목표는 골보다 알 먹이기”

풋살 경기 시작에 앞서 기부금 적립을 위한 축구 다트 이벤트가 열렸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 국가대표팀의 승리였다. 아프리카TV팀 선수들이 과녁 밖으로 공을 날려버린 것과 달리, 박원재와 이재형은 정확한 킥으로 과녁 정중앙을 맞췄다.

아프리카TV팀이 먼저 상대를 도발했다. 철구가 “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스피드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시비를 걸었다. 김신욱은 상대팀을 보고 “안경 쓴 선수들이 많은데 벗고 하셔야 할 거 같다”라며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들어냈다. 염보성은 박원재를 보며 “티키타카가 뭔지 보여줄 것”이라고 도발했다. 박원재는 “골보다 알 먹이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맞받아쳤다.

어드밴티지룰을 적용해 국가대표팀 4명과 아프리카TV팀 6명이 풋살 경기를 시작했다. 국가대표팀은 시작부터 개인기로 상대를 농락했다. 수적 열세에도 빠른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가 더 뛰게 만들었다. 골키퍼로 나선 박원재는 상대 골대 앞에 서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전북 신인 골키퍼 이재형은 박원재를 보고 “원재형은 요즘 각광받는 스위퍼형 골키퍼다. 노이어처럼 잘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시작 전 봐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김신욱은 언행일치를 보여줬다.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고 강슛을 때렸다. 철구는 “김신욱은 정말 너무하다. 진짜 대회에 나온 것처럼 공을 찬다”라고 불평한 뒤 골키퍼로 들어갔다.

전반은 6-5로 국가대표팀이 앞선 채 끝났다. 김신욱은 만족하지 않았다. 하프타임에 김진수에게 “진수야 우리 골 더 넣어야 해. 공격적으로 하자!”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김진수는 후반 들어 상대 가랑이 사이로 골을 넣고, 시저스킥을 보여주는 등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휴가지만 운동은 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게 나한테도 도움이 되고 보는 분들께도 예의”라고 말했다.

# 뛰는 이도, 보는 이도 즐거웠던 현장

경기는 14-9로 국가대표팀이 승리했다. 승리한 국가대표팀의 이름으로 기부금 500만원이 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치료지원을 위해 한국심장재단에 전달된다.

자선대회가 열린 로꼬 풋살장은 야외였다. 경기가 끝날 즈음에는 많은 눈도 내렸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팬들이 현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시작 전 50명 남짓이던 관중은 100여 명으로 늘었다.

경기도 성남에서 엄마와 함께 온 9세 어린이는 “축구를 배우고 있다. TV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보고 사인도 받아서 너무 좋다. 같이 찍은 사진은 학교 가서 자랑할 것”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에 거주한다는 전북 팬은 “전북을 응원하지만 직접 관람하는 건 어려웠다. 오늘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 뒤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선수들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김진수는 “날이 추웠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선대회를 준비한 김진수와 이강은 ”이런 행사가 단발성이 아니라 매년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많은 응원을 부탁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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