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픗볼리스트=상주] 김완주 기자= 부산아이파크의 외국인 공격수 레오는 특별한 세리머리를 준비하고 상주 원정에 동참했다. 故 조진호 감독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부산은 26일 경상북도 상주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17’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부산은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4PK5로 패해 승격에 실패했다.
전반 16분 부산 호물로의 페널티킥 득점이 나온 이후 양 팀은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1, 2차전 합계 전적에서 동률을 이룬 양 팀은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고, 부산 이승엽 감독대행은 연장 전반 12분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석화를 대신해 레오를 투입했다.
레오는 18분간 경기를 뛰었지만 눈에 띌 만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공격수로 나섰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슈팅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경기가 승부차기로 이어지자 레오는 부산의 두 번째 키커로 나섰다. 레오는 골대 가운데를 노린 과감하고 강한 슈팅으로 페널티킥을 성공 시켰다. 득점에 성공한 레오는 곧장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안에 유니폼 상의를 들어 오리며 세리머니를 했다.
레오는 카메라 앞에 서서 내의를 꺼내 보였다. 옷에는 레오가 직접 쓴 故 조진호 감독의 영문 이니셜과 함께 포르투갈어로 고인을 추모하는 뜻이 담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달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조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세리머니였다. 레오는 “경기 중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며 “그럴 상황이 생기지 않아서 승부차기에서나마 감독님을 위한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지켜봐 주실 거라 믿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다”고 세리머니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레오는 올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대구FC에서 부산으로 팀을 옮겼지만 조 감독과의 첫 만남은 7년 전이었다. 레오는 2010년 제주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조 감독은 코치로 제주에 있었다. 레오는 제주에서 함께 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부산에 온 첫날 조 감독에게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레오는 시즌 중반 부산에 합류하며 조 감독과 함께 한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레오는 조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전남과 FA컵에서 내가 골을 넣었을 때 감독님이 많이 좋아해 주시고 축하해주셨다”고 회상하며 “그런 것 때문에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났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부산은 시즌 초부터 뛰었던 루키안을 FC안양으로 임대 보내고 K리그 클래식 19경기 7골을 기록 중이던 레오를 대구에서 데려왔다. 조 감독은 빠른 발과 좋은 개인기를 보유한 레오를 좋게 봤다. 레오도 “팀과 함께 승격하겠다”는 말로 의지를 보이며 부산에 합류했다.
그러나 레오는 이적 후 3경기 만에 부상을 당하며 후반기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레오도 “부상으로 오래 나가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레오는 “상주에 올 때부터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강한 승부욕을 보였지만 팀의 승격을 이끄는 데 실패했다.
올 시즌 부산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9일과 12월 3일 울산과 FA컵 결승을 치른다. 레오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FA컵 결승이 남았으니 잘 마무리하고 싶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부산아이파크 제공,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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