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주] 김완주 기자= 여름의 11월은 뜨거웠다.

상주상무의 주장 여름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쌓인 부담감이 내려가며 흘린 눈물이었다. 경기장을 떠날 때는 포상휴가를 받은 기쁨에 환하게 웃었다.

상주는 26일 경상북도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산아이파크에 0-1로 패했다. 1, 2차전 합산 성적에서 동률을 이룬 두 팀은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로 들어갔고, 승부차기 끝에 상주가 5-4로 승리하며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확정 지었다.

여름은 최근 상주 선수단에서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던 선수 중 하나다. 지난 18일 정규리그 최종전 인천과 경기에서 전반 막판 퇴장당하며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지는 계기를 제공했다. 22일 부산에서 치른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연장 포함 120분을 뛰었다.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킥을 성공시키는 등 K리그 역사상 첫 클래식 팀 잔류를 이끌었다. 여름은 경기가 끝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여름은 “인천전에서 퇴장도 당하고, 내가 동료들에게 피해를 많이 줬다. 주장답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니 미안했던 게 생각나더라. 우리 선수단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어준 것도 감사해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여름은 2014년 광주FC 소속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난 뒤에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때는 승격이라는 기쁨에 복받쳐서 울었다. 오늘은 부담감이 내려가면서 눈물이 났다”고 설명했다.

여름은 1차전에서 골을 넣고 승리한 후 들떴었다고 고백했다. 긴장이 풀린 주장을 잡아준 건 동료들이었다. 여름은 “1차전에 승리하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들뜬 게 사실이다. 동료들이 아직 2차전 남았는데 왜 벌써 좋아하냐고 잡아주더라. 그때 다시 멘탈을 잡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안에서 펑펑 울던 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라커룸을 빠져나왔다. 이유는 포상휴가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국군체육부대장이 여름에게 직접 흰 봉투를 건넸다. 안에는 휴가증이 들어있었다.

여름은 “매 경기 휴가가 걸려있었는데 못 땄다. 부대장님이 이기기만 하라고 이야기하셨는데 매번 지거나 비기면서 여기까지 내려왔다. 백지 휴가증이다. 식사하러 가서 부대장님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10일을 받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휴가증을 보여주며 “부대장님이 ‘고생했다,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계급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따듯한 아버지 같았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팀의 주장 여름은 상주 유스팀 선수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 볼 보이를 맡은 상주 유스 용운고 선수들은 주장 완장과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다. 여름은 “사실 줄 마음이 없었는데 달라고 하더라”며 “나도 고등학생 때 프로 형들이 유니폼 주면 동기부여가 됐다. 그 생각이 나서 주장한테 완장을 주고 옆에 있던 친구에게 유니폼을 줬다”고 설명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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