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20일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모두 마쳤다. ‘풋볼리스트’는 올해 K리그에서 기억해야 할 화두를 총 8편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주>

 

혼란에서 먼저 빠져나온 전북, 또 우승

전북현대는 당연하다는 듯 또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중엔 거센 도전에 직면한 것처럼 보였지만, 최종 승점은 우승을 차지한 다른 시즌과 비슷했다.

K리그는 늘 그렇듯 비교적 낮은 승점으로 우승팀이 결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우승팀 전북은 승점 75점(22승 9무 7패)으로 우승했다. 전북이 2009년 이후 우승한 5차례 중 2014년만 빼고 70점대 승점에서 우승이 나왔다. 흔히 전북을 절대강자라고 하지만, 다른 리그에 비하면 절대강자가 없고 모든 팀이 비슷한 승점을 획득하는 게 K리그의 특징이다. K리그와 똑같이 38경기를 치르는 유럽 빅 리그의 2016/2017년 우승팀 승점을 보면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모두 90점이 넘는 높은 승점을 따내야만 우승할 수 있었다.

올해 전북은 사실상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 빅 리그 우승팀들은 완성된 전략으로 상대팀이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연전연승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전북은 시즌 내내 전술과 선수 구성을 조금씩 바꿔가며 단점을 감추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국가대표 윙백 김진수와 이용을 영입했지만 예년에 비해 전력보강의 폭이 작았던 전북은 그만큼 불안한 시즌을 보냈다. 로페즈의 장기 부상, 한교원의 전반기 공익요원 복무, 김보경의 시즌 중 이적 등 전력 누수 요소가 많았다. 노련한 최강희 감독은 조금씩 전술과 전략을 수정해 가며 선두권을 수성했다. 팀 내 최다득점자 에두가 단 13골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팀 득점은 다른 해보다 많은 73득점을 기록한 것이 한 증거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기에서도 실제로는 다양한 득점 방법을 찾아내 어떻게든 많은 골을 집어넣었다.

시즌 초 전북이 고전할 때 라이벌 구단이 제대로 나타났다면 시즌 양상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강호들은 전북보다 더 심한 혼란을 겪었다. 수년간 전북을 가장 바짝 견제해 온 FC서울은 5위에 그쳤다. 전통의 강호 중 울산현대가 5월 한때, 수원삼성이 8월 한때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전북의 대항마로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전북보다 더 심한 혼란을 겪었다. 울산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베스트 라인업을 확정하지 못했다. 수원은 시즌 중 조나탄이 이탈했을 때 큰 전력 손실을 입는 등 얇은 선수층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수원이 3위, 울산이 4위로 시즌을 마쳤다.

미완으로 끝난 제주의 우승 도전, 강원의 ‘신흥 강호’ 도전

무엇보다 전북의 가장 큰 경쟁자로 두각을 나타낸 제주의 뒷심 부족은 이번 시즌의 흥미가 일찍 반감된 결정적 요소였다. 제주는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전북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본격적인 1위 경쟁을 벌였다. 동시에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특히 5월, 7월 열린 전북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판을 흔들 팀’으로 주목 받았다. 제주는 5월 전북 원정에서 거둔 4-0 승리를 거뒀다. 전북 입장에서 보면 최 감독 지휘 아래 약 9년 동안 경험한 적 없는 대패였다.

그러나 제주 역시 불안한 라인업, 불안한 전술로 흔들린 건 마찬가지였다. 주전이었던 황일수와 마르셀로가 시즌 중 각각 중국과 일본으로 떠나는 등 외부 요인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중요한 순간에 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양상의 반복이었다. 감독으로서 아직 초보에 가까운 조성환 감독은 진성욱, 이은범 등 패기 있는 선수들을 중요한 대목마다 기용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승부처에서 더 안정적인 접근법이 필요했다. 전체적인 팀 컬러가 젊은 제주는 마지막 역전 희망이 있었던 36라운드 맞대결에서 박진포의 경고누적 퇴장 등 자멸에 가까운 경기를 하며 우승을 놓쳤다. 이 경기가 종료됨과 동시에 전북의 우승이 확정됐다.

제주는 서울, 울산, 수원이 전북의 선수단 구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꾸준히 성장 중인 팀이다. 전북이 국가대표급 선수를 쓸어 담는다면, 제주는 20대 초반의 연령별 대표급 선수들을 계속 수집하며 재능 있는 선수들로 스쿼드를 채워나가고 있다. 군입대하는 안현범, 정운, 윤빛가람의 공백을 잘 메운다면 내년에도 제주는 유력한 우승 후보로 남을 수 있다.

제주 못지않게 돌풍의 팀으로 주목받았던 건 강원이다. 강원은 승격하자마자 지난해 MVP 겸 득점왕이었던 정조국을 비롯해 이근호, 문창진, 황진성 등 화려한 영입으로 주목 받았다. 과감한 투자로 승격 첫해 ACL 진출권을 따내겠다는 강원의 선언은 시즌 초 큰 화제를 모았다. 동시에 비대한 선수단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받았다. 강원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한국영을 영입하며 선수 영입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최윤겸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8월에 물러나는 등 혼란이 있었다.

강원의 최종 순위는 6위다. 막판엔 힘이 떨어졌지만, 스플릿 A에 오르며 올해 승격한 도민구단으로서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 그러나 강원을 보는 시선 중엔 여전히 회의론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재정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지난 7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과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화제성을 바탕으로 한 수익을 강구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따랐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과 맞물려 떠돌이 생활을 하며 홈 관중을 지속적으로 유치하지 못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10월부터 자리 잡은 춘천에서 관중 증대 가능성을 본 점은 긍정적이었다.

몸집 줄이기 중인 K리그 구단 사이에서 ‘투자로 수익을 창출하는’ 공격적인 운영 모델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강원은 주목을 끌었다.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세간의 우려와 달리 파산을 면하는데 성공했지만, 재정과 관련된 잡음을 완전히 불식시키진 못했다. 강원의 겨울은 우려와 의혹을 불식시키고 안정적인 상위권 팀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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