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는 올해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확정하자마자 은퇴, 사퇴 등 흉흉한 가능성이 거론되며 팬들의 우려를 샀다. 나흘 뒤 부정적인 전망은 모두 쑥 들어갔다.

전북은 2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우승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앞선 10월 29일 제주유나이티드와 가진 홈 경기에서 승리한 전북은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아울러 이동국이 2015년부터 벼르고 있었던 최초 200득점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9일 우승 세리머니에 이어진 인터뷰는 그리 밝지 않았다.

우승하고 들어온 최강희 감독은 앞선 ‘거취 고민’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가 앞으로 분명히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일단 우승했으니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고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내년에도 뛸 거냐는 질문에 “은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단은 이동국이 원한다면 재계약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최 감독과 이동국은 전북의 거의 모든 영광을 일궈 온 사람들이다. 최 감독은 2005년 FA컵 우승,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으로 전북 전성기의 계기를 마련했다. 2009년 이동국과 함께 K리그 정상에 오르며 본격적인 전북의 시대가 시작됐다. 두 인물이 함께 일군 트로피가 K리그 5회, ACL 1회다.

전북의 한 세대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지만, 나흘 만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안감은 싹 날아갔다. 최 감독은 사퇴하지 않는 거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시면 되겠다”고 말해 확답을 줬다. 이동국도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동국이 아직 전북과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히며 구단에 대한 서운함을 밝히긴 했지만 팀을 옮길 가능성은 낮다.

최 감독은 다시 선수단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전북은 지난 심판 매수에 따른 징계로 올해 ACL 참가가 금지되면서 선수 보강을 예년보다 축소했다. 최 감독은 내년 ACL에 대해 “어느 정도 선수 보강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평소 지론인 “지도자는 선수 욕심을 내야 한다”는 말을 이날도 반복했다. 더 강한 선수단으로 내년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목표는 ‘트레블’이 아닌 ‘더블’, 즉 K리그 클래식과 ACL 2관왕이다. 최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팬들은 우승 3개를 다 해야 된다고 한다. 현실적으론 내가 FA컵을 일부러 지는 건 아니지만 1.5군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목표는 더블로 잡는다”고 말했다. 2011년 더블 직전까지 갔지만 ACL 결승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친 기억이 있다. 최 감독은 2011년의 도전을 다시 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북은 K리그 최강이다. 지난 시즌에도 승점 경감 징계가 아니었다면 우승할 수 있는 승점이었다. 2014년부터 2연패한 뒤 2016년 징계로 우승을 놓치고 올해 다시 우승했다. 지난 4년간 우승권 전력을 유지했다. 더블을 노린다면 어려운 트로피는 ACL 쪽이다. 결국 내년 ACL 우승을 도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골키퍼 보강도 거론했다. 전북은 권순태가 나간 자리를 영입으로 메우지 않고 기존 주전 골키퍼인 홍정남을 신뢰했다. 시즌 후반기에는 황병근이 홍정남과 출장 기회를 나눠 가지며 U-23 선수 의무 출전 규정까지 충족했다. 그러나 홍정남, 황병근 체제로 내년 아시아 정상을 노려도 될지는 최 감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ACL 우승을 차지할 경우 대회 최초 3회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2회 우승을 한 감독은 박성화, 김호 감독을 포함해 총 4명이다. 유럽에서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를 세 번 우승한 감독으로 밥 페이즐리 전 리버풀 감독, AC밀란과 레알마드리드에서 우승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기록을 갖고 있다.

전북은 부정을 저지른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중 전 전북 스카우트 차모 씨가 경기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팀의 이미지는 더 흉흉해졌다. 당시 “경기 이야기만 물어봐 달라”며 차 씨에 대한 언급을 꺼렸던 최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에야 당시 심경을 밝혔다. 올해 가장 큰 고비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당연히”라고만 말하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차 씨 이야기를 꺼냈다. 차 씨의 죽음으로 최 감독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선수들이 먼저 극복해 줘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경기 승패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내 곁에 있던 사람이 사고가 났다. 그 뒤로 한 달 이상 내가 지금 일을 해야 하나 생각까지 들 정도로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너무 힘들고 표정 관리도 안 돼서 훈련에 못 나간 시간도 있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선수들이었다. 그 이후로도 올 시즌은 선수들에게 맡기고 앞에 나서서 크게 잔소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우승이란 큰 목적을 달성한 게 선수들 모두가 어려움을 극복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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