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완주] 김정용 기자= 이동국은 전북현대의 K리그 5회 우승을 모두 함께 했고, 지난 네 번 모두 MVP를 수상했다. 우승 인터뷰도 이골이 날 만하다.

이동국의 2015년 우승 인터뷰와 올해 인터뷰를 비교해 봤다. 같은 질문, 같은 주제에 대해 2년 사이 입장이 달라졌다. 말투는 더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특유의 유머러스한 태도는 예능인 경력이 쌓이며 더 능글맞아졌다. 2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이다. 2015년 당시엔 이근호, 올해는 이재성이 옆에 앉았다.

 

#MVP에 대해

이동국은 2년 전 인터뷰 당시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됐고, 결국 수상했다. 올해는 전북이 우승했지만 이동국이 MVP를 받지 못할 첫 해다. 전북은 에이스로 떠오른 이재성을 MVP 후보로 내세울 생각이다.

2015년의 이동국 : 그 부분은 제가 이야기할 건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선수든 우승한 팀에서 MVP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우승에 기여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그 중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7년의 이동국 : 이재성이 MVP를 타야 되는 이유는 전북현대가 우승을 한 것도 있겠지만 4년 전보다 인터뷰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 준비를 해 온다. MVP 감이다. 동료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믿고 있는 선수다. 다른 팀에서 볼 때 이재성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를 신경 쓴다. 팀에서 헌신적으로 뛰고 있다. 승리를 위해서 하고 있는 선수다. 이재성이 반드시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만한 경기력과 모든 걸 갖췄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에 대해

2년 전에도 이동국은 노장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거라면 2015년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동국을 뽑지 않았고, 2017년의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을 ‘원 포인트’로 선발한 뒤 “아름답게 보내줄 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2015년의 이동국 : 현재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하는 시기다. 그 중심에 새로운 감독님이 오셔서 팀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표팀에 미련은 없다. 언제든 경기력이 유지되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미련이라기보다 축구선수로서 가져야 하는 희망이다. 내가 운동장에서 좋은 경기를 한다면 대표팀 감독님은 한 가지 옵션을 더 갖게 된다. 그게 선수가 가져야 하는 생각이라고 본다. 대표팀 감독이 뽑아야 할 카드가 많다는 건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고 나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17년의 이동국 : 글쎄, 한 번 갔다 온 뒤로 비난도 많고. 나는 내 역할에서 최선을 다 해서 하고 있는데 그게 비난을 받을 일인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선수로서 국가를 대표해서 뛰고 싶다. 그게 선수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은퇴 하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다. 은퇴하는 순간 모든 것을 다 같이 은퇴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겠다. 이동국이란 선수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지도록잘 준비할 생각이다.

 

#200골 기록에 대해

이동국은 2015년에도 K리그 200골 기록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록을 달성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2017년 기자회견 당시 이동국은 딱 200골을 넣은 상태였다.

2015년의 이동국 :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란 목표를 이루면 당연히 200골 넘을 것 같다. ACL 우승하면 몸 상태가 좋을 거고 K리그에서도 많은 골을 넣고 있지 않겠나. (이동국의 말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에 ACL에서 우승했지만 200골 기록은 올해로 밀렸다)

2017년의 이동국 : 이 팀에 입단한 뒤 처음으로 골 넣고 감독님과 하이파이브를 한 것 같다. 내가 기대한 만큼 감독님도 200호 골을 많이 기다려주셨구나 생각했다. 첫 하이파이브가 200호 골이 됐다. 앞으로 자주 하이파이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북의 의미에 대해

이동국의 전성기는 모두 전북에서 이뤘고, 전북도 모든 전성기를 이동국과 함께 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올해 인터뷰에서 한때 전북에 대한 감정이 복잡했음을 유머 속에 실어 밝혔다.

2015년의 이동국 : 내 축구 인생으로 보면 다시 태어나는 시기가 군대일 수 있지만, 프로 생활을 보면 전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다른 팀에선 전북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을 보일 수 없다. 구단, 감독님이 다 맞아서 내게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까지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할 수 있었다.

2017년의 이동국 : 실은 올해 전북을 떠날 생각도 했다. 항상 여름이 지나고 추워지기 전에 재계약 했는데 올해는 에이전트가 구단에 들어갔다 오더니 별 이야기가 없었다고 하더라. 나는 이 팀에서 감독들, 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행복하다. 하지만 감독님께선 필요한 선수라고 하셨는데 구단에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생각을 머릿속에 갖고 있다. 언론에 “이동국이 원하면 계약하겠다”고 하셨던데 그건 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는 아니라는 뜻 아닌가. 올해 FA니까 FA 대박을 터뜨려서 재성이와 같이 이적하는 걸로...?

 

#은퇴에 대해

이동국은 2015년에 언제든 은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한때 은퇴를 고민한다는 폭탄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우승을 확정한 뒤 더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5년의 이동국 : 아직 새파랗게 젊은 놈들(차두리, 이천수)이 은퇴를 한다고 한다. 더 뛸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아름답게 떠나는 모습을 봤다. 나도 언젠가 은퇴할텐데 멋지게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은 운동장에서 뛰는 게 즐겁고 다른 선수들과 부딪치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후회 없이 떠나기 위해 운동장에서 모든 걸 쏟아 붇고 가고 싶다. 은퇴의 기준? 경기력이 떨어지는 순간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 뒤 충분한 경기력을 갖고 있다면 더 하는 것이다.

2017년의 이동국 : 일단 현재로서는 운동장에서 뛰는 것도 행복하다. 선수들과 부딪칠 때 밀리지 않는다. 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무엇보다, 올여름 감독님과 면담을 통해서 내년 시즌도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필요한 선수구나.’ 감독님께 고맙다는 생각을 했고 짐이 되지 말자는 생각도 머릿속에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채찍질해 왔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

 

#육아와 예능에 대해

2015년은 이동국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당시 이동국은 초보 예능인이었다. 올해는 KBS 연예대상에서 두 번이나 수상한 이동국을 보며 뭘 느끼는지 이재성에게 대신 물어봤다.

2015년의 이동국 : 촬영하기 전에는 그 정도일 줄 몰랐는데, 팬 사인회를 다녀보면 이동국 선수라고 부르는 사람보다 대박이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아빠는 25년 해서 얻은 걸 얘는 1년도 안 돼서 얻는 것이 샘나기도 한다. 그래도 아빠가 함께 있었다는 걸 자료로 남길 수 있게 돼서 좋은 것 같다.

2017년의 이재성이 보는 이동국 : 경기 끝나고 사적으로 만났는데 연예 매니저가 생기셨더라. (이동국 민망한 폭소) 그게 큰 변화인 것 같다. 경기 끝나고 하루 이틀 외박 갔다 와서 더 피곤해하시는 걸 봤다. 휴가를 갔다 오면 꼭 마사지를 받는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그리고 이젠 어딜 가도,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알아보신다. 스타였는데 더 스타가 됐다. (이동국 : 육아가 원래 힘든 거야.)

사진= 전북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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