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엘라스베로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지만 모든 전술은 포백을 기반으로 한다. 스리백으로 나온 칼리아리에 전술적으로 밀렸고, 결국 4연패를 당했다.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칼리아리에 위치한 사르데냐 아레나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12라운드 원정 경기를 가진 베로나는 칼리아리에 1-2로 패배했다. 경기 전 칼리아리의 승점은 9점에 불과했다. 승점 6점을 기록 중인 베로나 입장에서도 과감하게 덤벼볼 만한 팀이었다. 그러나 칼리아리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승격팀을 만날 때마다 승리를 거둬 온 팀이었다. 칼리아리의 ‘약자에게 강한’ 팀 컬러는 베로나를 꺾으며 유지됐다.

베로나는 전반 6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브루노 수쿨리니의 헤딩골로 앞서갔다. 전반 11분 루카 치가리니의 페널티킥을 니콜라스 골키퍼가 막아내며 1차 위기도 넘겼다. 그러나 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루카 체피텔리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40분 판크라치오 파라고에게 역전골가지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다.

베로나가 전반에 선제골을 넣긴 했지만 경기 양상은 시종일관 수세에 몰려 있었다. 베로나는 최근 4-4-2 포메이션을 도입해 기존의 4-3-3 포메이션과 병행하고 있다. 4-4-2 포메이션을 도입함에 따라 좌우 측면에 전문 윙어가 아니라 수비력을 갖춘 모하메드 파레스, 호물루를 기용했다. 투톱은 돌파력이 좋은 알레시오 체르치, 팀내 최고 스타인 잠파올로 파치니가 맡았다.

베로나의 4-4-2는 장점이 없었다. 약팀의 4-4-2가 좋은 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상황은 네 명씩 두 줄로 배치된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을 저지하고, 투톱의 속공이 위협적일 때다. 베로나는 반대였다. 수비는 좋은 진형을 갖추지 못하고 상대 패스 방향에 휘둘렸다. 체르치는 역습의 중심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칼리아리의 3-5-2 포메이션이 전술적으로 베로나의 4-4-2보다 강했다. 칼리아리는 베로나와 마찬가지로 투톱을 배치했다. 마르코 사우와 레오나르도 파볼레티의 투톱이 베로나 투톱보다 위협적인 역습을 했다. 중앙엔 미드필더가 3명이었다. 베로나의 미드필더 2명을 전술적으로 압도했고, 과감한 압박으로 전방부터 공을 끊어냈다.

베로나가 전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곳은 측면이었다. 좌우 미드필더가 좌우 풀백과 호흡을 맞춰 공격을 전개한다면 윙백 한 명이 지키는 칼리아리의 측면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론 칼리아리가 측면 공격도 강했다. 칼리아리 좌우 측면을 맡은 시모네 파도인과 파라고는 윙어처럼 최대한 전진한 상태에서 롱 패스를 받은 뒤 준수한 크로스를 올렸다. 베로나는 크로스 저지조자 제대로 하지 못했다.

베로나의 고민은 윙어들의 무기력증에서 시작된다. 베로나는 후반전에 호물루를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시키고 체르치를 오른쪽 윙어로 배치해 4-3-3으로 돌아갔다. 중원 숫자가 칼리아리와 같은 3명으로 맞춰지면서 미드필드 열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공격을 풀어줘야 할 윙어들이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공격력은 크게 뒤쳐졌다.

여러 전술을 실험해 봤지만, 베로나의 실험은 대부분 포백 위에서 이뤄졌다. 칼리아리가 시도한 것처럼 3-5-2로 전환하는 건 세리에A 약팀들의 대표적인 위기 탈출 방법이다. 칼리아리 역시 최근 감독 교체와 함께 스리백을 도입해 부진에서 벗어나려 노력 중이다. 3-5-2는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이면서 윙어의 자리가 아예 필요 없다. 이론상 베로나에 잘 어울리는 포진이다. 이론산 좌우 윙백을 잘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스타일을 가진 파레스, 호물루, 카세레스도 존재한다. 그러나 파비오 페키아 감독은 경질설 속에서도 지난 시즌 세리에B 우승을 가져다 준 포백 기반 전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4-4-2 기반으로 팀이 돌아갈 때 이승우의 자리는 더 좁아진다. 이승우는 칼리아리전에서 교체 출장에 실패했다. 앞선 세 경기 연속 교체 출장 기록이 깨졌다. 4-4-2를 가동할 때는 호물루처럼 공수를 겸비한 측면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이승우를 윙어로 쓰려면 스리톱 기반 전술을 써야 한다. 혹은 투톱 중 한 자리에 이승우가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베로나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체르치, 베르데를 먼저 실험 중이다.

베로나는 칼리아리전 패배로 4연패 수렁에 빠졌다. 같은 시간에 경기를 가진 베네벤토가 시즌 첫 승점 획득에 실패하며 12전 전패 수렁에 빠진 덕분에 최하위는 면했지만, 여전히 베로나가 19위다. 세리에A 강등권은 이번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진 18위 제노아(승점 6)부터 베로나, 베네벤토까지 세 팀이 형성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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