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파울로 디발라의 득점이 잠잠하면 곤살로 이과인이 골을 몰아친다. 유벤투스는 경기력이 나쁜 날에도 강력한 결정력을 통해 상대를 짜증나게 할 수 있는 팀이다.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12라운드를 치른 유벤투스는 베네벤토를 2-1로 꺾었다. 이과인과 후안 콰드라도의 골로 일궈낸 역전승이었다.

디발라의 슛은 베네벤토 수비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시즌 초 압도적으로 몰아치던 디발라의 득점은 10월부터 뜸해졌다. 9월 24일 토리노전에서 골을 넣은 뒤 6경기 동안 단 1골에 그쳤다. 강등권의 SPAL을 상대로 4-1로 대승한 경기였다. 디발라의 침묵과 함께 팀의 위기가 찾아왔다. 10월 초 아탈란타와 비기고 라치오에 패배하며 위기론이 확산됐다.

유벤투스의 재정비를 이끈 인물은 이과인이었다. 이과인은 SPAL을 상대로 한 골을 넣으며 몸을 푼 뒤 이 경기 포함 4경기 연속골을 넣고 있다. 4경기 5골이다. 골의 순도가 매우 높았다. 10월 29일 AC밀란을 2-0으로 꺾을 때 2골을 모두 넣었다. 이달 1일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스포르팅CP 원정에서 후반 34분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베네벤토전에서도 끌려가던 후반 12분 동점골을 넣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벤투스는 최근 경기력 난조를 겪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유벤투스 특유의 전술로 자리잡은 4-2-3-1 포메이션이 전만큼 단단하지 않다.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다니 아우베스가 이적한 뒤 빌드업의 질이 떨어졌고, 마리오 만주키치와 콰드라도의 측면 공격은 위력이 떨어진다. 뛰어난 윙어 더글라스 코스타와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를 영입했지만, 신입생을 천천히 기용하는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 특유의 운영 방침에 따라 주전 라인업은 지난 시즌 그대로다.

이과인은 팀의 경기력이 흔들려도 승점은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유벤투스는 스포르팅을 상대로 단조로운 측면 공격을 반복하다가 윙어 후안 콰드라도의 기습적인 스루 패스, 이과인의 깔끔한 마무리로 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전패 팀인 베네벤토를 상대로 전반전을 뒤쳐진 채 마친 건 충격적이었다. 유벤투스의 소나기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비껴가거나 수비수에게 맞는 동안 베네벤토의 간판 공격수 아마토 치치레티에게 프리킥 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후반 12분 블래즈 마튀디가 공중볼을 머리로 떨어뜨렸고, 이 공이 이과인에게 향했다. 이과인은 어려운 자세였지만 왼발을 높이 들어 정확한 발리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이과인은 골을 넣는 재주 하나만큼은 세리에A의 스타 공격수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걸 매 경기 증명하고 있다. 살이 쪘다는 논란, 둔해 보이는 체격으로 놀림을 받을 때도 있지만 슛 하기 직전의 동작은 가장 빠르다. 미묘하게 빠른 슈팅 타이밍, 거의 준비 동작 없이 날리는데도 골대 구석으로 순식간에 꽂히는 슛의 강도가 이과인의 강점이다.

12라운드 현재 디발라가 11골로 득점 2위, 이과인이 7골로 득점 공동 5위권에 올라 있다.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14골), 마우로 이카르디(인테르밀란, 11골),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 10골), 에딘 제코(AS로마, 7골) 등 선두권 팀은 강력한 공격수를 한두 명씩 보유하고 있다. 최전방의 위력만 따지면 디발라와 이과인을 모두 가진 유벤투스가 가장 강하다.

지금은 흔들리지만 유벤투스는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베네벤토와 비긴 경기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가동됐다. 벤치에 윙어 베르나르테스키, 미드필더 로드리구 벤탄쿠르, 수비수 베네딕트 회베데스가 앉아 있었다. 이번 시즌 합류해 아직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이다. 알레그리 감독은 시즌을 치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조합을 발견하고 활기를 되찾을 여지가 크다.

과도기를 겪는 와중에서도 선두 나폴리보다 승점 1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유벤투스의 저력이다. 그 뒤로 인테르, 라치오, 로마까지 우승을 노리며 달려가고 있다. 경쟁은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 유벤투스는 강력한 공격수들을 뒷받침할 새 판을 마련해야 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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