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파트리스 에브라가 멋진 하이킥을 꽂았다. 문제는 대상이 관중이었다는 것이다. 선수가 관중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뉴스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들려온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 그러나 선수도 인간인지라 나올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관중들의 언어폭력에 늘 노출돼 있다 보니 종종 발끈하는 게 이해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선수가 팬에게 덤벼들었던 사례를 모아 봤다. 1편에서는 거침없이에서 지붕뚫고로 이어지는, 아니 에릭 칸토나에서 에브라로 이어지는 하이킥의 역사를 다뤘다. 2편은 선수가 팬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던 사례들이다. 3편은 난입한 팬에게 선수가 물리력을 행사했던 경우다.

선수와 관중 사이는 멀다. 직접 주먹다짐을 하려면 에브라처럼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대신 욕을 먹은 선수들은 욕을 뱉어 갚아주기도 한다. 선수가 소음 투성이인 경기장에서 자신의 욕설을 확실히 전달하는 방법은 청각이 아닌 시각 욕설을 하는 것이다. 즉 중지를 곧추세우는 행위가 가장 쉬운 ‘관객 모독’ 방법이다.

축구 선수의 가운뎃손가락 중 가장 유명한 건 슈테판 에펜베르크의 오른손에 달려 있다. 독일과 바이에른뮌헨을 대표하는 실력, 대표하는 성질머리의 소유자였던 에펜베르크는 ‘1994 미국월드컵’ 한국전에서 뛰었다. 한국은 무더위 속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고, 2-3으로 ‘졌지만 잘 싸운’ 경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펜베르크는 이날 자신을 비난하는 독일 팬들을 향해 오른손 중지를 세웠다. 베르티 포그츠 감독은 물의를 일으킨 에펜베르크를 대회 중 선수단에서 쫓아냈다.

현역 스타 중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관중들과 ‘원거리 모욕’을 주고받은 경험이 많다. 호날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인 2005년 12월 벤피카 원정에서 쏟아지는 조롱과 야유를 참지 못하고 관중석을 향해 중지를 들어올렸다. 2011년에는 포르투갈 대표 소속으로 보스니아 원정을 갔다가 훈련장에서 야유 세례를 받았다. 이때도 호날두는 관중들에게 길고 예쁜 중지를 보여줬다.

루이스 수아레스는 2011년 12월 리버풀 소속일 당시 풀럼에 0-1로 진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다가 상대 관중들을 향해 왼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조사 과정을 거쳐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때는 수아레스가 한창 사고뭉치였던 시기다. 파트리스 에브라(당시 맨유)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물의를 빚던 때였기에, 관중을 향한 손가락 욕설 정도는 그다지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레알마드리드의 다니 카르바할은 2016년 12월 바르셀로나 원정으로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세르히오 라모스가 동점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 과정에서 관중석을 향해 중지를 곧추세웠다. 카르바할은 재빨리 “팬들의 모욕에 감정적으로 반응했다. 사과한다. 그래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라고 공개 사과했다. 징계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바르셀로나의 선제골을 넣은 선수는 ‘중지 선배’ 수아레스였다.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캄노우는 유독 가운뎃손가락과 인연이 깊다. 최근 유명한 손가락 욕설 사례는 올해 9월 유벤투스의 곤살로 이과인이 캄노우에서 0-3으로 대패할 때 교체 아웃되며 관중들에게 저질렀다. 잠시 논란이 됐지만 이과인은 징계를 면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유튜브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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