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파트리스 에브라가 멋진 하이킥을 꽂았다. 문제는 대상이 관중이었다는 것이다. 선수가 관중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뉴스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들려온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 그러나 선수도 인간인지라 나올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관중들의 언어폭력에 늘 노출돼 있다 보니 종종 발끈하는 게 이해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선수가 팬에게 덤벼들었던 사례를 모아 봤다. 1편에서는 거침없이에서 지붕뚫고로 이어지는, 아니 에릭 칸토나에서 에브라로 이어지는 하이킥의 역사를 다뤘다. 2편은 선수가 팬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던 사례들이다. 3편은 난입한 팬에게 선수가 물리력을 행사했던 경우다.

관중 난입은 축구의 일부다. 어떻게든 경비를 뚫고 잔디 위를 디딘 불청객은 선수들 사이를 요리조리 쏘다닌다. 선수가 자신을 해코지하지 않을 거란 전제가 깔려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때로는 선수가 ‘완판치’로 불청객을 제압하기도 한다.

1989년,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감독 브라이언 클러프는 노팅엄포레스트를 이끌고 퀸스파크레인저스를 꺾었다. 수많은 팬이 승리의 기쁨을 안고 경기장에 난입하자 괴짜로 유명했던 클러프는 마주치는 팬들에게 일일이 주먹을 휘둘렀다. 클러프에게 맞은 션 오하라 씨는 방송 인터뷰도 했다. 그러나 거칠고 솔직한 게 매력으로 통했던 클러프는 이 사건 뒤에도 이미지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난입한 팬들이 클러프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자리를 가졌고, 심지어 뽀뽀도 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전설적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은 1993년 갈라타사라이와 가진 홈 경기에서 난입한 상대 팀 서포터를 용서하지 않았다. 목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가 사이드라인 밖으로 던져 버렸다. 갈라타사라이 팬들이 다가와 항의했지만 슈마이켈은 들은 체도 안 했다.

2011년 3월, 도체스터타운과 워터루빌의 잉글랜드 7부 경기에 자신을 믿는 알몸의 사내가 난입했다. 흉측한 옷차림으로 그라운드 위를 활보하는 ‘비키니 맨’을 보안요원들이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도체스터의 39세 베테랑 애슐리 비커스가 나섰다. 비커스는 난입한 팬에게 과감하게 달려들어 땅에 넘어뜨렸다.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의 ‘안구 테러’를 막은 용감한 행동이었지만 이 일로 징계를 받았다.

팬을 발로 찼지만 정당방위로 인정 받은 경우로는 에스테반 알바라도의 사례가 있다. 코스타리카 대표 골키퍼인 알바라도는 2011년 12월 AZ알크마르 소속으로 아약스와 네덜란드 컵대회를 치르고 있었다. 전반 36분 아약스 팬 한 명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알바라도를 공격했다. 부상을 입힐 수도 있는 공격이었지만 다행히 발이 미끄러지며 그라운드에 넘어졌다. 알바라도는 팬들 두 번 발로 걷어찼고, 퇴장을 명령 받자 알크마르 측은 선수 전원이 그라운드를 떠나며 항의했다. 알바라도에 대한 징계는 철회됐고 난입했던 팬은 평생 아약스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조치를 받았다.

2015년, 샤흐타르도네츠크의 골문을 지키던 골키퍼 안톤 카니볼로츠키는 올렉산드리아 원정 경기 중 난입한 관중의 습격을 받았다. 빨강 비니를 쓰고 들어온 관중은 축구화를 정비하던 카니볼로츠키에게 뒤에서부터 다가가 툭툭 치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카니볼로츠키의 얼굴에 오른손 중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낯선 남자의 손가락을 보고 불쾌해진 카니볼로츠키는 상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세게 민 뒤 목을 잡고 안전요원을 불렀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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