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완주] 김정용 기자= 김진수는 K리그 데뷔를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올해 남은 목표는 국가대표로서 축구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내년에 열릴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이다.

김진수는 2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우승 미디어데이를 통해 인터뷰를 가졌다. 특유의 솔직한 말투로 전북, 대표팀, 과거 호펜하임 시절까지 아우르는 여러 질문에 답했다. 인터뷰를 세 가지 테마로 정리했다.

 

#전북 우승

내가 생각하는 MVP는 조성환이다. 성환이 형 덕분에 우승한 거다. 팀 분위기를 엄청 좋게 유지해 준다. 우승한 뒤라서 요즘 운동 분위기가 재미 속에 진지함이 섞여 있는데, 성환이 형은 항상 혼자 진지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언성 히어로는, 그렇다. 바로 나다. 내가 말을 많이 하고 많이 까부니까. (신)형민이 형에게 물어봐도 나라고 할 거다. 형들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올려보려고 할 때 내가 어쩌겠나. 나도 어린데 다른 애들에게 화낼수도 없고. 내가 직접 해야지.

전북에 대한 애착은 처음부터 컸다. 고향이 여기고 부모님이 다 여기 계셔서. 다시 해외 진출? 만약 운이 좋아서 K리그 우승을 또 하고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하고 월드컵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한다면, 감독님이 보내주시지 않을까?

올해 왼발이 유독 날카로웠던 게 ‘뽀록’이냐고? 맞다. 물론 연습 많이 하고 노력 많이 하긴 했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 세트 플레이 할 때 우리 팀에 키 큰 형들이 많아서 유리한 면도 있었다. 내가 어디에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언저리에만 띄워놓으면 형들이 알아서 하니까.

팬들에게 열심히 다가가는 건 내 성격에서 나오는 것도 있고, 일부러 하는 것도 있다. 내가 성환이 형을 좋아하는 이유가 성격이 비슷해서다. 그렇게 하면 팬들이 조금 더 좋아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미친 사람처럼 혼자 손 흔들면 사실 창피하다. 근데 그렇게 하면 좋아하시니까 하고 있다.

 

#국가대표

평가전이지만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힘들 거다. 콜롬비아, 세르비아(각각 11월 10일, 14일)와 하는데. 그러나 잘 해야 하는 시기다. 누가 뛰어도 잘 해야 하고, 누가 뛰어도 이겨야 한다. 결과를 가져와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조금 보답한다고 생각한다. 똑바로 해야지.

앞으로 월드컵까지 가는 길에 있어 중요한 경기다. 이번 경기를 잘 넘긴다면 팀이 안정될 거고, 개개인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K리거들은 시즌이 끝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가느냐, 불안한 마음으로 가느냐가 걸려 있다.

하메스와 만날 게 기대된다. 스무 살 때 봤다. 콜롬비아와 경기(2011 U-20 월드컵 본선)했을 때다. 그때도 잘 하는 선수였다. 호텔에서 내 친구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 친구가 지금 현역 선수라서 이름은 이야기 못하겠는데(웃음) 그 사진을 내가 찍어 줬다. 그땐 지금처럼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 몰랐다. 이제 바이에른에서 뛰고 있으니 할 말 없지. 엄청 대단한 선수다.

대표 선수니까 비판이 온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다시 모여서 준비할 시간이 며칠뿐이다. 결과도 못 가져오고 내용도 별로라면 비판을 받을 거다. 그러나 대표팀이란 곳이 아무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정받아서 가는 거니까, 당연히 책임감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도 있지만, 그럴 때 비판하시더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 선수들이 이번에 모였을 땐 분명 경각심과 책임감 갖고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격보다 수비를 먼저 해야 한다. 솔직히 월드컵에서 우리가 위에서부터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상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비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내 컨디션은 많이 올라왔다. 올해 K리그에서 최강희 감독님 기록을 깨면(현재 공격포인트 9개로 최 감독 현역 시절 최고 시즌과 타이) 그래도 올라왔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근데 아까부터 이야기하듯이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공격은 나 말고도 할 사람이 많으니까 난 일대일 능력에서 밀리지 않아야 뭐든 할 수 있다.

가장 컨디션이 좋았을 때는 2015년 아시안컵이었다. 아직 그때로 돌아가려면 멀었다. 그때는 힘들지도 않았고. 드리블 크로스 다 자신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1년 동안 축구를 못 한 게 컸던 것 같다. 내년에 얼마나 경기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가 중요하다. 바쁘게 훈련하고 경기하다보면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유럽 경험

유럽에서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호펜하임 첫 시즌에 경기를 다 뛰었다. 대표팀 왔다 갔다 하며 부상을 당해서 날리기도 했지만 아시안컵에서 다시 잘 했다. 막판엔 감독님이 바뀌어서 못 뛴 거다. (손흥민은 잘 하고 있는데) 흥민이는 공격수라 포지션 특성이 다르다. 내게 한 번 올 기회가 흥민이에겐 두번 세 번 온다. 물론 갖고 있는 것도 워낙 좋은 선수다. 당연히 부럽다. 우리 팀의 (이)재성이도 유럽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갔으면 좋겠다. (김)민재도 그렇고. 조금이라도 어릴 때 유럽을 빨리 나가면 좋다고 생각한다. (김)신욱이 형은 좀 늦었지만.

프로 선수로서 6년 밖에 안 됐지만 많은 걸 경험했다. 겪은 게 많으니까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일본과 독일의 마케팅에 대해서 알게 됐고, 언어도 익혔다. 독일에서 못 뛴 1년 동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많이 배웠으니 좋은 시간이었다. 그땐 잘 안 되니까 술도 많이 먹었고 운동도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안 되는 걸 어쩌겠나. 살다보면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알았다. 축구적으로는 잃은 게 있지만 얻은 게 더 컸어요

호펜하임 막판에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과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멀쩡하게 풀타임 뛰던 나를, 부임하자마자 명단에서 아예 빼 버렸다. 내가 찾아가서 왜 뛰게 해주지 않느냐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못 하겠지만 일이 있었다. 다른 팀 가겠다고 했다. 그 때는 또 (나를) 쓰겠다고 하셨는데 결국엔 안 썼다.

나겔스만 감독은 양쪽 윙백에 반대발 선수를 썼다. 왼쪽에는 오른발, 오른쪽에는 왼발잡이였다. 물론 양발 다 쓰는 선수들이었지만. 그러다보니까 밖으로 돌면서 크로스하는 것보다 안으로 침투해서 패스하고 슈팅 때리는 장면이 많았다. 나도 호펜하임에선 오른쪽 윙백 훈련을 받은 적이 있고, 왼쪽에서 훈련할 때도 오른발을 쓰며 안으로 파고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