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대표자 이름만 바꾼다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새로워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이 자진 사퇴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김 전 기술위원장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재부임설로 여론을 들끓게 한 장본인 중 하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한 인적쇄신 약속과는 별개로 이 사안에 책임을 질 이도 있어야 했다. 김 전 기술위원장은 외국인 코치 선임도 끝났다며 자리를 떠났다.

 

김 전 기술위원장이 떠나는 것은 상식 선에서 받아 들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위원회 구조 개혁이다. 김 전 기술위원장은 지난 7월 3일 새로운 기술위원을 임명했는데 현역 K리그 감독이 3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 박경훈 성남FC 감독이 기술위원이 됐다.

 

격무에 시달리는 K리그 현역 감독이 기술위원이 된 것은 처음부터 물음표를 몰고 왔다. 대표팀은 물론 한국 축구구조를 이끌 기술위원을 현역 감독이 맡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바빠서 모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 지적은 유효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과 외국인 코치 선임 등은 계속해서 미뤄졌었다. 임명한다던 여자축구, 유소년 담당 기술위원은 임명하지도 못했다. 지난 기술위원회는 위기라는 말 앞에 후퇴했었다. 

 

비상상황은 끝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도 이뤘다. 이제 기술위원회도 일신할 때다. K리그에 편중되고, 현직이 많은 기술위원회는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조합은 감독 선임위원회에 어울린다. 새로운 기술위원장과 함께 기술위원도 새로 선임해 한국 축구 구조를 재편하는 데 힘써야 한다.

 

개편 작업은 새 기술위원장이 맡는다. 신임 기술위원장은 기존 기술위원을 유임시킬 수도 있고 교체할 수도 있다. 새 기술위원장을 참신한 인물로 바꾸고, 이 기술위원장이 새로운 기술위원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명한 이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보다는 기능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필요하다. 기술교육국과 협력해 한국 축구를 이끌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일 지닌 이가 필요다.

 

다양성도 확보해야 한다. 현장 위주, 그것도 K리그와 대표팀 위주인 기술위원이 다수라면 문제가 있다. 좋은 인재를 만들 수 있는 구조, 과학적인 팀 운영 등을 논할 수 있는 각계 전문가가 필요하다. 유명한 선수 출신이 많다고 기술위원회가 일을 잘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지난 예에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술위원회는 한 나라 축구 수준을 보여주는 집단 중 하나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앞둔 문제는‘책임을 물어 기술위원장을 바꾼다’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위원장과 한국 축구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전문가 기술위원이 필요하다. 기술위원장 교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