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르셀로나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한 명이 퇴장당했다. 상대가 한 수 아래 올림피아코스라고 해도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가 있었고, 올림피아코스는 메시를 내버려뒀다.

19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노우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D조 3처전을 가진 바르셀로나아 올림피아코스를 3-1로 대파했다. 메시가 1골 1도움으로 활약한 바르셀로나는 초반 3전 전승으로 조 1위에 올랐다. 올림피아코스는 3전 전패를 당했다.

 

바르사 ‘비대칭 전형’에서 활약한 데울로페우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셀로나 감독은 경기마다 조금씩 변화를 줘 가면서 최대한 각 포지션의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팀을 구성하고 있다. 이번 시즌 들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역할을 바꾼 메시를 중심으로 좌우의 균형, 공수의 균형을 모두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올림피아코스전 바르셀로나는 4-3-3 포지션을 바탕으로 균형을 맞췄다. 스리톱은 오른쪽으로 쏠려 있고, 수비진은 왼쪽으로 쏠려 있어 경기 전체를 놓고 보면 균형이 맞도록 했다. 미드필더 세 명이 중앙에서 중심을 잡았다.

스리톱은 오른쪽 윙어 제라르 데울로페우,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메시, 중앙 공격수 수아레스로 구성됐다. 메시와 수아레스 모두 중앙 근처에서 어슬렁거릴뿐 왼쪽 측면으로 포지션 체인지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 측면 공격을 시도하는 공격 자원은 데울로페우가 유일했다.

왼쪽 윙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레프트백 뤼카 디뉴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보완했다. 대신 라이트백 세르지 로베르토는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답게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중앙으로 이동하며 미드필드 싸움에 힘을 보태거나, 때론 스리백을 형성하며 디뉴가 더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공격할 때 중앙에 수아레스, 메시를 두고 좌우에서 디뉴, 데울로페우가 폭넓게 올림피아코스를 공략할 수 있었다. 수비할 때는 데울로페우가 열심히 후방으로 내려가 측면 수비를 도우며 4-4-2에 가까운 수비진 모양을 만들었다.

올림피아코스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달려들기보다 뒤로 물러나 4-1-4-1에 가까운 포진을 갖추고 버티는 수비를 택했다. 압박이 약한 상태에서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징 부스케츠는 자유롭게 스루 패스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가 약간 왼쪽에서 공을 잡고 오른쪽으로 돌아들어가는 선수에게 내주는 패스가 효과적이었다.

전반전에 가장 돋보인 공격 자원은 메시와 수아레스가 아닌 데울로페우였다. 메시와 수아레스가 올림피아코스의 웅크린 수비진 안에 갖혀 있는 동안, 데울로페우는 측면에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선취골이 이런 요소의 결합에서 나왔다. 전반 18분 부스케츠가 대각선으로 찍어 찬 스루 패스를 데울로페우가 원터치 패스로 문전에 보냈고, 위협적인 플레이가 수비수 디이트리오스 니콜라우의 자책골을 유발시켰다.

데울로페우는 선취골 직후인 전반 20분 오른쪽에서 풀백을 돌파하고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오른발 코너킥 전담 키커도 맡았다. 개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데울로페우는 짧은 패스를 자주 주고받아야 하는 메시 위주 공격 스타일엔 잘 맞지 않는다. 대신 오른쪽에서 약간 고립되더라도 직접 드리블 돌파를 하고, 오른발 킥으로 기회를 만드는 역할은 능숙하게 소화했다. 수비 가담도 열심히 했다. 우스망 뎀벨레가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가운데 오른쪽 윙어 자리는 일단 데울로페우가 주전으로 맡아서 활약 중이다.

데울로페우의 활약은 전반 41분 예상 못한 역효과를 낳았다. 데울로페우가 다시 한 번 오른쪽을 시원하게 돌파하고 강력한 슈팅 겸 땅볼 크로스를 날렸다. 문전으로 쇄도하던 제라르 피케가 손으로 공을 쳐 넣어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 이때부터 경기 양상이 변했다.

 

수적 우위 가졌다고 메시 견제 안 하면 큰일난다

발베르데 감독이 잘 준비한 경기 운영은 퇴장으로 인해 깨졌다. 공격진 중 가장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데울로페우가 빠지고 수비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들어와 선수 배치는 4-3-1-1에 가깝게 변했다.

바르셀로나는 전반전에 수비 상황에서 8명으로 수비진을 구축했다. 후반전에도 메시와 수아레스는 거의 수비에 가담시키지 않았고, 수세에 몰렸을 때조차 단 7명으로 수비했다. 적은 수비 숫자였기 때문에 실점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올림피아코스 공격이 무기력했다. 올림피아코스는 후반 10분 공격수 우로스 듀르데비치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지만 최전방으로 공 투입 자체가 잘 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점유율이 높았다. 기술의 완벽한 우위가 수적 열세를 극복했다.

올림피아코스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을 때 메시가 경기를 끝내 버렸다. 후반 16분 직접 얻어낸 프리킥 기회를 날카로운 슛으로 마무리해 점수차를 벌렸다.

특히 후반 19분 쐐기골은 바르셀로나의 수적 열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장면이었다. 메시는 데울로페우가 빠진 자리까지 책임졌다.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특유의 동선으로 동료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공을 순환시켰다. 그러다 삼자 패스를 통해 깊숙하게 침투한 뒤 결정적인 땅볼 크로스를 했고, 이 공을 디뉴가 받아 쐐기골로 만들었다. 바르셀로나는 약 2분 20초 동안 한 번도 공을 빼앗기지 않고 계속 패스를 돌렸다. 올림피아코스의 소극적인 수비로는 메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패스워크를 막을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막판까지도 미드필더, 수비수의 숫자를 보강하지 않았다. 대신 후반 중반부터 이니에스타를 리반 라키티치로, 부스케츠를 안드레 고메스로 교체하며 미드필더들의 활동량과 집중력을 유지하려 했다.

올림피아코스는 경기 속도를 올릴 수도,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수적 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올림피아코스는 무력했다. 결국 메시를 제대로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뒀을 때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점수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만 증명했다. 세 골차가 된 뒤에도 위협적인 플레이는 오히려 바르셀로나가 더 많이 했다. 경기 막판에 그나마 공격 비중을 높인 올림피아코스는 코너킥 상황에서 니콜라우가 만회골을 넣는데 그쳤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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