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1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8라운드를 치른 맨시티는 스토크시티를 무려 7-2로 대파했다. 8라운드 현재 7승 1무로 무패 행진을 유지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29득점 4실점, 골득실 +25로 공수 양면에서 모두 압도적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알려져 있는 더브라위너와 다비드 실바를 좀 더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있다. 두 선수의 수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준수한 체력, 헌신적인 태도, 뛰어난 전술적 감각을 겸비했기 때문에 수비 위치를 잡고 상대를 견제하는 임무는 충분히 소화해내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알려진 차비 에르난데스, 데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바르셀로나 출신다운 용인술이다.

특히 더브라위너는 EPL의 빠른 스피드와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패스 플레이 사이를 이어주는 ‘EPL의 차비’다. 바르셀로나는 템포가 약간 느린 공격을 병행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차비와 이니에스타처럼 볼 키핑이 좋은 선수가 필요했다. 반면 더브라위너는 공을 몰고 다니는 플레이보다 빠르게 중장거리 패스를 보내 직접 어시스트를 할 때 장점을 발휘한다. 정신없이 공수가 교대되는 EPL의 경기 양상에 더 적합한 플레이메이커가 더브라위너다.

더브라위너의 놀라운 패스 능력은 7골 중 4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17분 선제골 상황에서 더브라위너가 살짝 회전을 넣어 휘어지게 내준 패스를 카일 워커가 받은 뒤 가브리엘 제주스의 선제골로 만들었다. 전반 19분 라힘 스털링이 골을 넣기 직전 상대 허를 찌르는 예술적 리턴 패스로 르로이 자네의 땅볼 크로스 기회를 만들어 줬다.

후반 9분 더브라위너의 ‘스핀 패스’는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오른쪽 윙어 자리로 이동한 더브라위너가 문전 쇄도하는 제주스에게 땅볼 크로스를 날렸다. 패스는 다시 한 번 강한 회전으로 인해 휘어졌다. 공의 경로를 지키고 있던 수비수를 피해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린 공은 제주스에게 정확히 연결됐고, 골이 터졌다.

후반 17분 자네에게 준 패스 역시 아름다웠다. 제주스가 오른쪽 후방에서 대각선으로 길게 날린 땅볼 패스는 살짝 휘어지며 왼쪽에서 쇄도하던 자네를 향했다. 더브라위너 근처에 스털링, 워커, 제주스가 있었지만 패스의 방향은 가장 멀리서 쇄도하던 자네를 향했다. 역시 회전이 걸린 공은 끝으로 갈수록 점점 느려지다가 전속력으로 쇄도하는 자네와 정확히 만났고, 자네가 골을 터뜨렸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예술 같은 패스였다.

이미 대승을 확신한 맨시티는 후반전 초반에 제주스와 더브라위너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더브라위너는 후반 21분까지 약 66분을 소화하며 어시스트 2개, 어시스트 바로 전 기점 패스 2개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 더브라위너는 ‘결정적 패스’ 2회를 성공시켰다. 롱 패스는 7회 시도해 6회 성공했고, 스루 패스는 2회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패스 성공률은 동료 실바, 일카이 귄도간, 야야 투레, 페르난지뉴 등 동료 미드필더들에 비해 가장 낮았지만 모험적 패스를 성공시키는 능력은 가장 뛰어났다. 패스 성공률은 조금 낮은 대신 과감한 중장거리 패스를 자주 적중시키는 더브라위너 특유의 능력이 잘 드러낸 수치다.

더브라위너의 플레이가 독특한 장관을 선사하는 이유는 플레이메이커의 가장 원초적인 능력인 패스로 경기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각광 받는 이스코(레알마드리드)를 비롯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들은 지능, 볼 키핑, 시야가 뛰어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더브라위너도 볼 키핑 능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공을 오래 지키려는 시도 자체를 거의 안 하고 빠른 타이밍에 멋진 패스로 장관을 만들어 낸다. 과거 데이비드 베컴, 사비 알론소처럼 높게 띄워 전달하는 패스가 아니라 땅볼 패스인데도 수십 미터를 정확히 전진해, 그것도 휘어지며 동료를 찾아가는 놀라운 능력이다. 더브라위너 특유의 킥 감각은 동료 공격수와의 거리와 각도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게 만든다. 그 배경에는 늘 동료의 위치를 확인하고, 노마크 상태에서 패스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는 시야와 전술적 감각이 있다.

더브라위너는 패스에 관한 각종 지표에서 모두 EPL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결정적 패스’ 경기당 3.3회(1위), 어시스트 총 5회(2위), 경기당 크로스 성공 2.4회(2위), 경기당 스루 패스 성공 0.6회(1위)다. 지금 경기력을 시즌 내내 지속할 수 있다면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계 최고를 다투는 선수’로 올라설 자격이 충분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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