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신태용 한국 남자대표팀 감독은 2주 준비한 팀으로 7년 동안 다져 온 이란을 깨야 한다. 준비 기간만 놓고 보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리하다. 그러나 신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신 감독은 30일 주장 김영권과 함께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경기 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은 이튿날인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갖는다. 조 2위인 한국은 이란전에서 승리할 경우 조 3위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우즈벡 원정인 마지막 10차전이 크게 부담스러워진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새로 부임했다. 대표팀 코치로서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해 뒀다곤 하지만, 친선 경기 한 번 없이 치르는 A대표 정식 감독 데뷔전이 벼랑 끝 승부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부터 팀을 지휘하고 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8전 무패, 8득점 무실점의 압도적인 실리 축구로 일찌감치 조 1위를 확보했다.

신 감독은 불만이나 부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특유의 당당한 태도는 지도자 경력의 갈림길이 될 경기를 앞두고도 여전했다. “이란을 깰 자신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공은 둥글다. 아무도 모른다. 감독으로서 자신 있다고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준비 기간이 짧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 신 감독의 주장이다. “우린 길게 보면 7년, 짧게 보면 월드컵 예선의 이란을 분석했다. 이란은 열흘 된 우릴 분석할 수 없다. 우리가 유리하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전력을 오래 맞추며 호흡을 끌어올린 팀이 더 강한 건 사실이다. 전술적 완성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쪽은 7년간 감독이 요구하는 축구를 단단하게 수행했다. 눈빛만 봐도 안다. 우린 조직력이 미흡하다. 서로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내일 경기에서 상대를 깨기 위해 패스를 공유하고,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하고, 훈련하면서 대책을 가져오려고 준비하고 있다.”

신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의 심리전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에서 훈련하며 인천 아시아드 축구장의 상태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가, 한국 언론을 상대로 감사와 존중을 표하는 등 특유의 현란한 입담을 보여주는 중이다. 신 감독은 한국이 이란에 갔을 때 볼트, 너트 등을 맞은 적도 있지만 기사화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케이로스를 비판하기보단 “전략가라 그런 말을 하는 거다. 나도 이란 가서 같은 상황이라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했을 것”이라며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드러낼 뿐 한국의 전력과 전략을 감추려는 계산적인 태도는 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신 감독은 한국의 포진, 선수 기용 등 여러 면에서 대답을 꺼렸다. 부상을 안고 합류한 손흥민, 황희찬에 대해서는 “애매하다. 경기장 오면 선발 여부를 알 수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대책을 묻자 “어떻게 분석했다고 미리 말하면 상대가 대비할 것 아니냐”고 했다.

신 감독은 한국이 최근 절대 약세를 보이고 있는 팀을 상대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다. 그것도 이겨야 하는 경기다. 경기 전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다만 자신감을 밝히려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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