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승우의 엘라스베로나 이적이 확정 수순에 들어갔다. 베로나에서 이승우가 맞이할 주전 경쟁 상대는 겨우 두 살 많은 21세다. ‘유망주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승우는 이적 시장 막판 들어 베로나 이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3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이적 전문 매체 ‘잔루카 디마르지오’, 국내 일간지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이승우 이적이 확정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알려진 이적료는 150만 유로(약 20억 원), 계약 기간은 4년이다.

마침 베로나의 공격진 상황엔 변수가 많다. 이승우로선 주전 경쟁이 한결 쉬워질 수 있고, 반대로 의지할 동료 공격수가 없다는 점에서 적응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망주 중심의 공격진이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황충, 위연의 팀’ 베로나에서 노장들이 사라졌다

베로나는 2013/2014시즌 이탈리아세리에A로 승격한 뒤 노장 공격수들의 화력에 많이 의존해 온 팀이다. 승격하자마자 잔류를 이끌어 줄 인물로 당시 36세였던 이탈리아 대표 출신 공격수 루카 토니를 골랐다. 토니는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20골을 몰아치며 득점 2위에 올랐다. 베로나는 강등에 가까운 68실점을 내주고도 62득점이라는 준수한 공격력으로 시즌을 보냈다. 순위는 기대 이상인 10위였다. 토니의 활약은 끝나지 않았다. 2014/2015시즌 22골을 터뜨리며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베로나는 13위였다.

문제는 2015/2016시즌 불거지기 시작했다. 베로나는 늙어가는 토니와 호흡을 맞출 선수로 당시 31세였던 잠파올로 파치니를 영입했다. 파치니 역시 이탈리아 대표 출신 스타였지만 첫 시즌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니와 파치니가 부상, 컨디션 난조로 동반 추락하자 팀 순위도 따라 추락했다. 결국 최하위로 강등 당했다. 파치니는 2016/2017시즌 2부(세리에B)에서 비로소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고,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세리에A로 올려놓았다.

노장이거나 한 번 추락한 선수를 영입해 공격의 중심으로 활용하는 베로나의 전략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안토니오 카사노, 알레시오 체르치를 영입했다. 그러나 기인 카사노가 은퇴 선언과 번복을 반복하다 끝내 그라운드를 떠났다. 체르치는 초반 두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파치니마저 이탈할 가능성이 보인다. 파치니는 초반 두 경기에서 모두 교체로 출장했고, 페널티킥 골을 터뜨린 뒤 벤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감독과의 불화를 암시했다. 이어 사수올로가 파치니 영입을 노린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수올로는 주전 공격수 알레산드로 마트리가 파르마 이적을 타진하고 있어 대체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파치니가 이탈한다면, 베로나는 31세 이상 공격자원이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 수년간 선수단 구성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점이다. 이제 베로나의 베테랑은 미드필더 호물루, 수비수 마르틴 카세레스 등이다.

 

21세, 24세와 경쟁해야 하는 이승우

파치니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베로나는 윙어나 미드필더인 선수를 임시방편으로 최전방에 세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개막전에서 공격수를 맡았던 다니엘 베사는 24세 미드필더다.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8골을 넣으며 팀 공격력에 보탬이 됐다. 2라운드에서 크로토네를 상대로 최전방에 배치된 모하메드 파레스는 알제리 출신 21세 공격 자원이다. 다만 프로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

이승우가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은 왼쪽 윙어는 다니엘레 베르데가 맡고 있다. 베르데는 AS로마에서 임대된 21세 윙어다. 키는 168cm에 불과하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드리블 돌파에 자신감이 있다. 지난 시즌 세리에B 아벨리노에서 8골을 득점하며 제 몫을 했고, 이번 시즌 세리에A 주전에 처음 도전한다.

베로나가 파치니를 내보내고 추가 공격수 영입에 실패할 경우 공격진은 세리에A에서 가장 젊은 선수들로 꾸려지게 된다. 19세 이승우는 21세인 베르데, 파레스와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넘어야 할 벽이 낮다는 건 이승우에게 유리한 점이다. 반대로 믿고 의지할 만한 동료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손흥민이 프로 초창기 뤼트 판니스텔로이 등 베테랑 공격수들과 함께 뛰었던 걸 감안하면, 이승우에겐 ‘멘토’가 없다.

베로나 공격진은 세리에A 최약체 수준이다. 잔류를 위해선 반전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크로토네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공격수 디에고 팔치넬리가 13골을 몰아치며 활약해 준 덕분에 극적으로 잔류할 수 있었다. 베로나의 젊은 공격수들에게 기대하는 반전이다. 그 주인공이 이승우가 될 수도 있지만, 당면 과제는 첫 프로 무대에서 출장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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