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고양] 류청 기자= 여자들이 어디서 골을 넣어 보겠나. 골맛을 본 친구들은 계속 골을 넣으려고 한다” (김화연 고양레이디벤투스FC 회장)

 

매주 목요일 저녁 8시면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홈플러스 옥상에 모이는 여자들이 있다. 목적은 하나다. 마트 옥상에 있는 HM풋살파크에서 풋살을 한다. 한 달 넘겨 지켜봤는데 사진 찍으러 오는 모임은 아니다. 풋살 그 자체에 집중한다. 비가 와도 달린다. 중학생 아이를 풋살장에 데려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아버지도 있을 정도다.

 

고양레이디벤투스FC는 우연히 알게 됐다. 이들 바로 다음 시간에 풋살을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에 이들이 풋살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인원이 많아서 놀랐고 다음에는 그 인원이 좀처럼 줄지 않아 감탄했다. 이들은 고양시민축구단 선수에게 체계적으로 지도를 받아 실력도 좋다. 이주헌 MBC 해설위원을 중심으로 한 팀과 치른 친선경기에서도 이겼다.

 

이들은 왜 목요일 밤마다 풋살장을 달리는 걸까? 결국 ‘풋볼리스트’는 그 궁금증을 직접 풀어보기로 했다.

#네가 골맛을 알아? 

회장 김화연 씨는 직업군인이다. 국방부에서 일한다. 요즘 부대에서 “직업을 바꿀 것이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만큼 풋살에 빠져있다. 김화연 씨가 소속된 사무실에서는 얼마 전 고양레이디벤투스FC가 야유회를 가는데 지원을 하기도 했다. 가을에는 두 팀 간에 친선경기도 잡을 예정이다.

 

“큰 경기장에서 하는 축구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풋살이라 더 재미있다. 경기장 시설도 좋고, 고양시민축구단 코치(현역 선수)도 좋다. 다른 팀들은 승부욕 때문에 안 좋은 감정이 생긴다고 하던데 우리는 늘 화기애애하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났는데 이제 모두 친하다. 연령대도 초등학생부터 40대 후반까지 있지만 갭이 없다.”

 

회사원 권수연 씨도 목요일을 기다린다. 그는 “오늘 회사 회식인데 빠지고 왔다. 다들 야구장에 가는데 나는 여기 왔다”라며 “9월에 대회가 있기 때문에 훈련을 해야 한다고 회사에 잘 말씀 드렸다”라며 웃었다. 그는 “여자들끼리 같이 공을 찬다는 게 정말 즐겁다. 풋살장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여럿이 공을 차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작은 공간에서 하기에 질주가 적고 기회는 많은 풋살은 여자들에게 매력적인 운동이다. 김화연 씨는 “여자들이 어디서 골을 넣어 보겠나. 골맛을 본 친구들은 계속 골을 넣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권수연 씨는 조금 다르다. 그는 “나는 윙쪽에서 뛴다. 골 결정력은 없기 때문에 어시스트를 했을 때 좋다”라고 말했다.

#풋살하고 싶어 인터넷을 뒤졌다

이들이 이 자리에 온 동기와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이들은 축구가 하고 싶어 인터넷을 뒤지다가 지난 3월 고양시민축구단에서 풋살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김화연 씨는 “바로 가입신청서가 뜨길래 제출했다. 5분 만에 전화가 오더라. 목요일 밤 8시까지 나오라고 하더라. 노양래 고양시민축구단 사무국장이었다. 다들 전화를 바로 받았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처음에는 10명 정도였던 회원은 빠르게 늘어났다. 이제 참석 인원이 평균 20명 정도다. 참여율은 좋고 이탈율은 적다. 그만큼 재미있기 때문이다. 김화연 씨는 “고양시민축구단 선수들이 같이 나와서 땀 흘리며 가르쳐준다. 8시부터 9시까지는 기본기를 연습하고, 9시부터 10시까지는 경기를 한다. 무조건 시합만하면 조기축구 아저씨들처럼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레이디벤투스FC 회원들은 좋은 구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하며 풋살에 빠졌다. 계속해서 풋살을 하기 위해 절대로 무단 결석을 하지 않는다. 권수연 씨는 “빠지더라도 이유를 제대로 이야기한다. 풋살 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다치고도 나와서 구경하는 회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커뮤니티 형성

고양레이디벤투스FC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지역이다. 회원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양시에 산다. 풋살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가까이 살기 때문에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들은 운동을 마친 뒤 매주 ‘치맥’을 하고 주중에도 따로 만나 풋살을 하거나 모임을 갖는다. 권수연 씨는 “여기서 중.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다시 친해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치맥’을 하거나 모임을 하는 장소도 고양시다. 고양레이디벤투스FC는 이 지역에서 이미 어느 정도 유명하다. 김화연 씨는 “근처 치킨집과 삼겹살집이 우리를 후원한다. 게다가 우리가 유니폼을 입고 ‘치맥’을 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관심을 갖는다. 5만원씩 주고 간다. 자신도 조기축구를 하니 게임을 하자는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고양시민축구단이 장소를 빌리고 수업을 하기 때문에 자연히 고양시민축구단에 대한 관심도 올라갔다. 지역민과 밀착해서 관심도를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구축되고 있다. 김화연 씨와 권수연 씨 모두 “고양시민축구단이 대단한 일을 했다”라며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신경을 썼는데 이제는 고양시민축구단을 정말 마음으로 응원한다”라고 했다.

 

엘리트 축구는 위기다. 여자 축구 쪽은 더 심하다. 여자프로축구 한 축을 담당하던 이천대교도 올 시즌을 끝으로 해체한다. 즐기는 기반 없이 엘리트 선수만 키워내 성적만 바랐던 결과다. 고양시민축구단과 고양레이디벤투스FC는 재미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여자축구가 지닌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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