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불평, 감사, 이번엔 “너무 심각할 것 없다”는 여유까지.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케이로스 감독은 30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경기 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란은 이튿날인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갖는다.

이란은 앞선 8경기에서 8득점 무실점으로 6승 2무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조 1위를 확정했다. 조 2위긴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추격이 부담스런 한국과 달리 여유가 넘친다. 그러나 이란은 자국 선수들 위주로 선발대를 구성해 26일 조기 입국하며 한국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에 온 뒤 불평을 먼저 시작했다. 지난 29일 인천 아시아드 보조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반면 같은 날 저녁 숙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한국의 지원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여러 차례 과장해서 밝혔다.

파주에 온 케이로스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 앞서 긴 발언을 자처했다. 대부분 한국 축구에 대한 존중, 한국 미디어에 대한 칭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 언론을 집중적으로 칭찬하고 있다. 첫 마디가 “한국에서 월드컵 예선을 치르게 돼 고맙고 영광스럽다. 많은 취재진이 매변 환영해 줘 고맙다. 취재진 숫자를 봐도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알 수 있다. 한국 미디어가 이렇게 축구에 관심 많아 기쁘다.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의 원동력이다”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한국 언론이 내일 경기를 앞두고 너무 긴장한 것 같은데 좀 여유 있게 기자회견을 했으면 한다. 그냥 축구일 뿐이지 않나”라며 긴장을 풀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여유 있는 이란의 상황, 늘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 케이로스 감독의 성향이 합쳐지자 평소의 예민한 케이로스가 아니라 ‘능구렁이’ 케이로스가 등장했다.

한편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신태용 한국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가 이란전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다. 당연히 나에 대한 정보가 더 알려져 있을 거다. 한국이 아주 비밀스럽더라”라고 말했다.

이란은 한국을 분석하기 어려워지자 대신 신 감독을 분석했다. “신 감독이 기존에 맡았던 팀의 영상을 분석하며 정보를 얻으려 했다. 그의 경기에 대한 자세를 읽으려 시도했다. 한국을 존중하지만 어느 정도 장단점은 파악하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국제 통신사 ‘로이터’의 마지막 질문만 민감하게 반응했다. 로이터는 이란 주장 마수드 쇼자에이가 소집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쇼자에이는 소속팀 파니오니오스 소속으로 이스라일 구단 마카비 텔아비브를 상대로 경기를 가졌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쇼자에이를 대표팀에서 탈락시켰다. 반면 같은 팀의 하지 사피는 대표팀에 발탁됐다. 원칙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 질문에 대해선 언론에 충분히 많은 정보가 알려져 있다. 월드컵 예선 치르고 있고 24명만 데려올 수 있어 그런 명단이 나왔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되묻고 싶은데, 로이터가 아는 케이로스가 팀 외부 영향으로 명단 결정에 영향을 미칠 사람인가?”라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의 마지막 말은 특유의 강한 자의식, ‘주인공 본능’을 잘 보여줬다. 케이로스는 한국을 칭찬하는 듯 이야기했지만 겸양이나 겸손의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자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을 말씀드리고 싶다. 아직도 날 모른다면, 이제 알게 될 거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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