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소중한 A매치 휴식기에 순연 경기를 갖는 건 많은 K리그 감독들이 기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주유나이티드는 순연 경기인 광주FC전이 반갑다.
제주는 9월 2일 토요일 광주와 원정 경기를 갖는다. K리그 클래식이 27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제주와 광주만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이다. 제주가 지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일정 때문에 미뤄 둔 경기를 뒤늦게 소화한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제주는 3위에서 2위로 올라갈 수 있고, 광주는 여전히 최하위인 12위지만 10위 인천유나이티드와 승점차를 4점으로 줄일 수 있다.
휴식기를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A매치 기간 경기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김학범 광주 감독도 A매치 기간을 통해 팀을 재정비하려 했으나 제주전 때문에 전술 훈련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생겼다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조성환 제주 감독에게 이번 경기를 더 미루자는 제안도 했으나 제주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는 오히려 순연 경기가 반갑다. 첫 번째 이유는 대표팀 조기 소집을 위해 K리그가 한 라운드를 미루며 휴식기가 2주를 넘어 3주나 되기 때문이다. 제주는 지난 19일 전남전 이후 딱 2주 만에 광주전을 치르게 된다. K리그 상위권 전력을 가진 제주지만 이번 대표팀에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광주전이 부담 없는 이유다.
오히려 제주도 구단의 특성상 휴식기가 너무 길어지면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K리그 팀들은 휴식기가 길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연습경기를 잡는다. 수준 높은 대학팀을 대진 상대로 구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는 도내에서 대학팀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 고질적인 단점이다. 육지에 있는 대학 팀을 항공료까지 대 줘 가며 서귀포로 초청한 적도 있고, 천안 등 육지 축구센터로 단기 전지훈련을 떠난 적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제주는 광주전 이후 5위 FC서울(9월 9일), 2위 울산현대(17일), 4위 수원삼성(20일) 등 강팀들과 3연전을 앞두고 있다. 3주나 쉬고 나서 대뜸 서울을 상대하는 것보다 비교적 전력이 약한 광주전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편이 더 유리하다. 조 감독은 “서울의 컨디션을 알 순 없지만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회복한다 해도 실전을 치르고 온 우리보단 휴식의 후유증이 심하지 않겠나, 광주전을 통해 상승세를 타고 서울을 만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오히려 휴식이 너무 긴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느슨한 태도를 경계했다. 제주는 A매치 휴식기 전까지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이었다. 6경기에서 5승 1무를 거두며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려 3위까지 올라갔다. 완연한 상승세였다. 2주간의 휴식기 때문에 좋은 리듬이 끊길 수 있다.
“상승세가 끊길 수도, 4일간의 휴가 때문에 선수들이 느슨해질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광주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늘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선수들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마음가짐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종목이 축구다. 휴가 이후 잘 준비해 왔으니 걱정 없이 선수들을 믿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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