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축구장 잔디를 캠핑장 삼아 뛰놀고, 경기장 전광판으로 부모의 영상편지를 볼 수 있는 FC안양의 ‘미드나잇 풋볼캠프’가 2회 행사를 마쳤다. 구단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풋볼캠프는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열렸다. 12일 유소년 아카데미 회원과 그 가족이 참여하는 1회 캠프가 열렸고, 26일엔 일반 참가 신청을 받아 2회 캠프를 진행했다. 안양 선수단이 함께 하는 축구교실로 시작해 콘서트, 그라운드 위 물총 싸움, 레크리에이션, 푸드트럭 등 어린이 팬과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1회 행사는 축구장에서 1박 2일로 열렸고, 2회는 밤 10시에 해산하는 당일 행사로 진행됐다.

수익보다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 앞으로도 경기장을 찾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회 참가비는 한 가족에 5만원, 2회는 1인당 1만원으로 저렴했다. 1회 당시 22팀이 참가했던 것에 비해 일반 대상자를 모집한 2회가 28팀으로 더 늘었다. 안양 측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던 분들이 많이 신청했다”고 했다.

아카데미 회원 어린이들에게는 축구교실이 의미 있는 행사였다. 1회 축구교실에 안양 1군 선수단이 대부분 참여했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어린이들과 1군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2회 행사는 수원FC 원정 경기 전날이었기 때문에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 위주로 축구교실을 열고,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사인회만 참가했다. 선수들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은퇴 후를 고민하고 있는 35세 맏형 강준우는 “유소년 코치를 할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아이들을 가르쳐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내가 어렸을 때 배웠으면 좋았을 것 같은 기술 위주로 함께 했다. 진지하게 임했다”며 제2의 축구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들이 생각 이상으로 즐거워하기도 했다. 특히 물총 싸움은 어른들이 과열 양상을 보일 정도로 마음껏 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넘어져도 다칠 걱정이 없는 잔디 위에서 스프링 쿨러까지 틀어 놓고 물총 싸움을 하는 건 어른들이 동심으로 돌아갈 쉽지 않은 기회였다. 야간에 진행된 영상편지 시간에도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감동했다. 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가족의 영상을 각자 가져와 경기장 전광판으로 상영했는데, 아이가 엄마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떠드는 동안 아빠만 눈물을 훔치는 가족도 있었다.

캠프에 참가한 한 서포터는 구단으로 감사 전화를 걸어 왔다. 20여년 동안 지역 축구팀을 응원하고 있는 서포터는 어린 딸과 함께 캠프에 참가했다. 아빠 따라 경기장에 곧잘 왔던 딸은 군 복무 중인 구대영을 좋아할 정도로 안양에 관심이 있는 상태였다. 축구단 행사에 직접 참가하는 건 처음이었던 딸이 “최고의 하루였어요. 아빠 고마워요”라는 말을 했고, 아버지는 즐거운 시간에 만족했다. 아이는 새로 ‘덕질’할 대상으로 김효기를 점찍은 듯 열심히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엔 가족 사진을 기념품으로 제공하며 행사를 마쳤다. 안양 측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비슷한 행사를 할 경우 먹거리 등 캠프 프로그램의 질을 더 높여나갈 거라고 이야기했다.

안양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가족 단위 관중이 많다. 축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축구‘도’ 보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경기장을 더 즐겁게 만들어나가려 한다”며 캠프를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올해 안에 캠프를 추가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사진= FC안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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