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네이마르의 대체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처럼 보이지만, 사실 바르셀로나는 수비 문제가 더 심각하다. 라이벌 레알마드리드와 가장 격차가 큰 부분이다.

바르셀로나는 17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노우에서 ‘2017 수페르코파데에스파냐’ 2차전을 갖고 레알에 0-2로 패배했다. 1, 2차전 모두 패배한 바르셀로나는 숙제를 잔뜩 안고 새 시즌을 시작하는 처지가 됐다.

네이마르가 파리생제르맹으로 떠난 바르셀로나는 주전급 왼쪽 윙어를 수급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보강도 신경썼고, 이미 광저우헝다에서 파울리뉴를 영입했다. 그러나 수페르코파 두 경기에서 나타난 두 팀의 격차는 센터백들의 역량에서 불거졌다.

바르셀로나는 1차전과 다른 포메이션으로 일단 네이마르의 공백을 지웠다. 3-5-2 포메이션을 써서 공격진의 숫자를 두 명으로 축소시켰다. 수비수로 제라르 피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사뮈엘 윔티티가 기용됐다. 그러나 두 골을 내줬다. 실점 이후 피케를 빼고 다시 4-3-3 포메이션으로 돌아가 공격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바르셀로나의 경기 장악력은 이미지와 달리 레알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점유율에서 레알이 53.4%로 근소한 우세를 보였을 뿐이었다. 슛 개수도 14대 12(유효슛 5대 3)로 레알이 크게 앞서지 못했다. 레알의 선제골은 먼 거리에서 터진 마르코 아센시오의 ‘원더골’이었다. 레알의 경기력 우세를 반영하는 득점은 아니었다.

그러나 비슷한 수치라도 실제 내용을 보면 레알이 더 우세한 경기를 했다. 문제는 수비수들의 역량 차이에서 발생했다. 이날 레알이 기용한 카림 벤제마,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스리톱은 비록 전도유망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보다 개인 역량 자체가 높다고 하긴 힘들었다. 공격진을 막는 수비수들의 견제 능력이 달랐다.

바르셀로나는 위험 지역에서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능력이 떨어졌다. 성공한 태클의 숫자가 레알 20회, 바르셀로나 14회로 벌어졌다. 실패한 태클의 숫자는 각각 10회로 동등했지만 바르셀로나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두 차례나 태클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더 나쁜 수비를 했다.

선수별로 봐도 바르셀로나 수비진의 열세를 확인할 수 있다. 레알 센터백들은 직접 수비를 5회 시도해 모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9회 시도 중 6회 성공에 그쳤다.

실점 장면에서 연이어 벌어진 수비 실패는 기록에 잡히지도 않았다. 전반 39분 레알의 추가골이 들어갈 때 바르셀로나가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바스케스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 재빨리 아센시오에게 재빨리 붙을 수 있었지만 머뭇거리다 패스를 허용했다. 마르셀루가 왼쪽에서 공을 잡았을 때 세르지 로베르토가 견제하러 갔지만 크로스를 허용했다.

결정적인 수비 실패는 센터백 윔티티가 겪었다. 크로스가 넘어올 때 윔티티가 더 앞에 있었지만 뒤에서 튀어나오는 카림 벤제마에게 공을 내줬다. 슛을 할 때까지 발 한번 뻗지 않고 멍하지 지켜보는 윔티티가 바르셀로나의 취약한 수비 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쉬운 상황에서 날린 슛이 거의 없었다. 고군분투한 메시는 크로스바를 맞히며 이날 가장 아슬아슬했던 슛을 날렸다. 이때 바란이 끝까지 따라붙으며 슛을 방해하려 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코바치치가 안쪽 각도를 줄이는 동시에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까지 튀어나가 메시를 저지했다. 두 팀을 통틀어 가장 슛이 정확한 선수인 메시를 견제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3명이 달려든 상황이다. 레알의 최종 수비가 더 강했다. 슛을 블로킹한 횟수는 레알이 4회로 바르셀로나가 기록한 2회의 두 배였다.

바란은 루이스 수아레스, 라모스는 제라르 데울로페우의 드리블 돌파를 뒤에서 따라잡아 저지해 냈다. 두 선수의 스피드와 수비력이 잘 드러난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와 수아레스는 수비수들의 빈틈을 찾아다니며 각각 골대에 맞는 슛을 하나씩 날렸지만, 수비수들의 견제에 시달리느라 득점에는 실패했다.

레알 수비수 중 비교적 자주 자주 흔들린 선수는 마르셀루였다. 마르셀루는 언제나처럼 공격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느라 측면 수비에 집중하지 않았고, 너무 빠른 타이밍에 발을 뻗다가 돌파를 허용하기도 했다. 위험하지 않은 지역에서 당한 돌파였기 때문에 팀에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다만 수아레스가 마르셀루의 시야 밖에서 나타나 다이빙 헤딩 슛으로 골대를 맞힌 장면은 바르셀로나의 실점 장면과 비슷한 상황이 될 뻔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수비수를 탓할 만한 장면의 숫자는 바르셀로나가 더 많았다.

스리백을 쓴 바르셀로나는 레알보다 센터백을 한 명 더 배치했지만, 수비 안정감이 오히려 떨어졌다. 플레이 스타일을 봐도 바란은 빠른 발을 겸비한 정통 센터백이고, 라모스는 라리가에서 가장 주력이 뛰어난 풀백이었다가 센터백으로 변신한 뒤 오랜 경험을 쌓으며 포지션 변환에 성공한 경우다. 임기응변이 필요할 때 누구보다 활약할 수 있는 수비수들이다. 반면 바르셀로나의 피케는 원래 빌드업 능력이 좋은 대신 수비력에 기복이 심하고, 마스체라노는 수비수 출신이 아닌데다 나이가 많다. 가장 젊은 윔티티까지 흔들리며 믿을만한 센터백이 사실상 없는 상태가 됐다.

유럽 축구를 꾸준히 주시해 온 박경훈 성남FC 감독은 “축구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것이 요즘 변화의 핵심이다. 센터백도 최고 수준에서 뛰려면 센터백과 공을 다루는 능력이 필수다. 라모스가 대표적”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은 공수 전환 속도를 따라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젊은 윔티티는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유망주 마를론 산토스도 영입했다. 문제는 기존 센터백들이 늙었거나 느리다는 점에 있다. 지난 수년간 영입 실패가 겹치며 바르셀로나는 모든 포지션에 약점이 생겼고, 수비도 마찬가지다. 수비가 탄탄한 팀은 과도기에 버틸 수 있지만, 수비가 무너지면 팀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가 찾아온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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