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별칭은 별들의 전쟁이다. 국가대표 레벨에서 최고의 대회가 월드컵이라면, 클럽 레벨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무대는 UCL이다. 현대 축구의 발전사을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 ‘Football1st'가 UCL의 진수를 더 깊이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유벤투스는 전 유럽의 존경심을 얻었다. 이 결과는 지난 3년 간 내가 이곳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결과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개선장군과 같이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유벤투스는 2년 전 통산 세 번째 UEFA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눈 앞에서 빼앗아간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상대로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2년 전, 유벤투스는 클럽 역사상 첫 트레블 달성의 기회를 놓쳤었다.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 안방 유벤투스스타디움에서 3-0 승리를 거뒀다. 베를린에서 당한 1-3 패배를 되갚는 완벽한 승리였다.

2년 전에 바르사가 통산 두 번째로 이룬 트레블의 주역이었던 브라질 출신 라이트백 다니 아우베스는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를 위해 뛰었다. 아우베스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바르사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유벤투스가 강해서 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바르사는 대회 16강 1차전에서 파리생제르맹(PSG)을 상대로도 0-4로 완패한 바 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도 고전하는 경기가 이어졌고, 루이스 엔리케 바르사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사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약해진 바르사, 강해진 유베

아우베스의 말처럼 바르사가 약해서 진 것은 아니지만, 바르사가 2년 전 베를린에서의 결승전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2008년 여름 바르사에 입단해 2015/2016시즌까지 8시즌 동안 활약한 아우베스는 바르사 황금기의 핵심 멤버였다. 아우베스가 떠난 것이 올시즌 바르사의 측면 균형을 흔들었다. 

유벤투스는 지난해 여름 바르사 수비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영입도 추진했다. 만약 마스체라노까지 유벤투스로 향했다면 두 팀 간 전력균형은 꽤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바르사는 유벤투스와 8강 1차전 경기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고, 이 영향으로 중앙 지역에서 좋은 패스 코스를 만들지 못한 채 표류했다.

아우베스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바르사가 조금 약해진 반면, 유벤투스는 더 강해졌다. 유벤투스의 승리는 바르사가 못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유벤투스가 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유벤투스는 2년 전 바르사에 패배한 이후 몇몇 핵심 선수를 잃었다. 스페인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는 레알마드리드가 재영입 조항을 발동해 데려갔고, 카를로스 테베스는 고국 복귀를 택했다. 황혼기를 맞은 안드레아 피를로는 미국으로 갔다. 칠레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을 바이에른뮌헨에 내준 것은 뼈아팠다. 하지만 지금 유벤투스는 그때보다 강한 팀이 됐다.

아우베스의 영입 사례에서 드러나듯 유벤투스는 전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하는데 무려 9,000만 유로를 투자했다. 레알마드리드에서 영입한 미드필더 자미 케디라, 바이에른뮌헨과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활약한 골잡이 마리오 만주키치, 포르투산 레프트백 알렉스 산드루, 첼시에서 임대 영입해 두 시즌째 활용 중안 후안 콰드라도 등은 유벤투스가 2년 전 UCL 우승 실패 이후 보강한 자원이다.

화룡점정은 이제 만 24세가 된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스타 파울로 디발라다. 2015년 여름 팔레르모에서 영입한 ‘보석(joya, 디발라의 별명)’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제2의 메시’로 불리는 디발라는 지난 2015/2016시즌에 세리에A 34경기에서 19골을 몰아치며 가치를 입증했고, 올 시즌에도 리그에사 8골, UCL에서 4골을 기록하며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우상 메시와 맞대결에서 멀티골을 폭발하며 유벤투스의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유벤투스의 베테랑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은 “디발라는 현재 유럽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라고 자랑했다.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사, 혹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디발라는 점점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벤투스와 재계약이 상당히 진척됐다. 유벤투스에서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발전하고 싶다. 팬들에게 더 맣은 기쁨을 주고 싶다”는 말로 팀에 대한 충성심을 표했다. 물론 프로의 세계에서 이적은 순간순간의 감정과 다르게 전개되지만, 디발라가 유벤투스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경력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리에 부흥 이끌고 있는 유벤투스, 이탈리아의 자존심

유벤투스가 단순히 주요 포지션에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좋은 선수를 발굴해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핵심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는 “위대한 밤이다. 세계 최고의 팀, 특히 공격적으로 최고의 실력을 가진 팀을 상대로 이런 결과를 내서 기쁘다”고 했다. 

아우베스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훌륭한 경기를 했다. 수비적으로 집중력이 특히 좋았다. 배후에 공간을 남겨두지 않았고, 이를 통해 바르사가 아주 어려운 경기를 했다.” 아우베스는 바르사에서 공격 전술의 절정을 경험했다면, 유벤투스에서는 수비 전술 측면에서 최고의 축구를 경험하고 있다. 부폰도 “내 선방이 결정적인 게 아니라 팀에 일조한 것”이라며 팀으로서 거둔 성과를 강조했다.

경기 전 알레그리 감독은 “바르사는 공격이 강하지만 수비에 약점이 있다. 4명의 공격수를 배치해 그 약점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볼 소유력이 높은 팀을 상대하는 공식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상대 후방 빌드업을 공략하는 전방 압박, 그리고 상대 공격을 우리 진영으로 유인한 뒤 펼치는 역습이다. 라인을 너무 뒤로 내려선 안되고, 내린 이후에도 다시 상대를 습격할 수 있는 루트를 고려해야 한다. 유벤투스는 이 모든 것을 잘 수행했다.

원톱 곤이과인은 위 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바르사의 센터백 라인에 빈틈을 만들었고,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만주키치는 이과인의 옆자리로 빈번히 올라가 투톱을 형성하며 전방압박을 펼치는 것은 물론, 바르사 배후 수비에 신체적 부담을 줬다. 우측면 공격수 콰드라도가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바르사 측면 수비의 균형을 흔들었고, 디발라는 이 팀 사이에서 슈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영리한 움직임을 구사했다. 바르사 수비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번개같이 등장해 벼락 같은 왼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수비 상황에서는 경기장을 넓게 커버하며 라인 사이를 좁혔다. 만주키치가 전진해 4-4-2 형태의 두 줄 수비로 방향 전환에 대비했고, 빠른 라인 컨트롤로 배후 공간까지 없앴다. 유벤투스는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재능을 극대화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바르사가 PSG와 1차전에서 0-4로 지고도, 2차전에서 6-1 대승을 거두며 뒤집기 8강행을 이룬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키엘리니는 “우리는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안다. 바르사는 뒤집기 전문가다. 우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충분히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알레그리 감독은 “아직 우리는 공격으로 나가는 상황에서의 패스를 발전시켜야 한다. 횡패스도 너무 많았다”며 경기력 면에서 개선의 여지도 더 있다고 했다.

일주일 뒤 캄노우에서 열릴 8강 2차전에서, 유벤투스는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바르사는 파리 원정 보다 1골을 덜 내줬지만, 뒤집기 미션은 더 어려워졌다. 유벤투스가 바르사를 꺾고 4강에 오른다면 이는 이탈리아세리에A의 승리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유로2016에서 스페인을 탈락시키며 자존심을 되찾았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첼시에서 거두고 있는 성공은 이탈리아의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를 주고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세리에는 유벤투스의 꾸준한 활약 속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올 시즌의 결과는 세리에 부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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