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레스터시티와 같은 4-4-2 기반의 전술을 들고 나왔고, 한때는 레스터처럼 역습에 의존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맞대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차원이 달랐다.

아틀레티코 승리의 중심에는 이번에도 앙투안 그리즈만이 있었다. 13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비센테 칼데론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을 치른 아틀레티코가 1-0으로 승리했다. 그리즈만은 전반 28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두 팀의 선수 배치는 비슷했다. 4-4-2 시스템에 맞춰 선수가 배치됐다. 아틀레티코는 그리즈만과 페르난도 토레스, 레스터는 제이미 바디와 오카자키 신지가 최전방을 맡았다. 레스터는 지난 시즌 ‘네 명씩 두 줄’로 구성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한 뒤 바디를 활용한 역습으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다. 아틀레티코가 먼저 완성한 승리 레시피를 따른 팀이다.

레스터가 아틀레티코의 방식으로 UCL에 도전하는 지금, 아틀레티코는 더 높은 차원으로 이미 달아나 있었다. 레스터는 유기적인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다양한 동선을 만들어내며 레스터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는 다양한 방향으로 공을 돌렸다. 부분전술에 가담하는 숫자부터 아틀레티코가 더 많았고, 정확도 역시 아틀레티코가 높았다.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공 근처에서 위치를 조금씩 수정해가며 선수들을 잇는 삼각형을 여러 개 만들어 패스를 순환시켰다. 특히 속공을 할 때 아틀레티코는 무서웠다. 이때 팀을 이끈 선수가 그리즈만이었다. 그리즈만은 폭발적인 드리블 전진뿐 아니라 약간 속도를 늦추는 완급조절, 함께 질주하는 동료에게 내주는 적절한 패스까지 다방면에서 멋진 활약을 했다.

아틀레티코의 유일한 문제는 마무리였다. 골대를 강타한 코케의 중거리슛, 수비 실수를 틈탄 야닉 카라스코의 발리슛, 수비를 잘 돌파해 놓고 넘어진 토레스의 헛발질 등 아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레스터가 빛난 유일한 대목이 최종 수비였다. 레스터는 아틀레티코의 공격 작업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슈팅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냈다.

필드골을 넣지 못한 아틀레티코를 구한 선수 역시 그리즈만이었다. 그리즈만은 중앙선 이전부터 시작된 폭발적인 드리블로 순식간에 레스터 문전까지 도달했다. 마크 알브라이턴이 저지하려 할 때 생각보다 너무 빨랐던 그리즈만이 간발의 차로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다. 그리즈만의 개인기량이 만든 페널티킥이었고, 키커까지 맡아 오차 없이 차 넣었다.

이 경기에서 레스터는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하지 못했다. 아틀레티코는 특유의 빠른 실리 축구를 하는 한편, 미드필더 가비와 코케가 100회 넘는 패스를 시도하며 점유율 높은 축구도 병행했다. 경기에 리듬이 있었다. 뒤로 갈수록 날카로움이 떨어지고 그리즈만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다소 높았던 것이 단점이었다.

그리즈만은 동료에게 네 차례 슈팅 기회를 열어줬다. 총 패스 횟수는 전체 7위에 불과했지만 공격진영으로 준 패스는 3위였다.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겨우 한 번 슛을 날렸을 정도로 팀 플레이에 집중했다.

레스터의 바디도 최전방에 고립돼 고군분투했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바디는 롱 패스를 받으려 최선을 다했고 여러 차례 공을 잡아 속공의 중심이 됐지만, 정작 슛은 한 번도 날리지 못했다. 레스터 공격은 단조로웠고 아틀레티코 수비진이 거의 모든 공격 루트를 읽고 있었다.

그러나 내용에 비해 마지막 날카로움이 부족했던 아틀레티코는 한 골 차 승리에 그치며 찝찝한 기분으로 홈 경기를 마쳤다. 다음 경기는 잉글랜드 원정이기 때문에 현재 점수는 불안하다. 다음 대결은 19일에 열린다. 레스터는 앞선 16강에서도 스페인 팀 세비야를 상대로 원정에서 한 골차 패배를 당한 뒤 홈에서 2-0으로 승리한 바 있다. 내용은 아틀레티코가 압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레스터에게 그리 나쁘지 않은 패배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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