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빅 리그 도전에 실패한 선수로 치부됐던 달레이 블린트와 두산 타디치는 아약스의 후배들과 함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에 올랐다. 블린트를 내쳤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8년 동안 가지 못한 곳이다.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위치한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아약스가 유벤투스에 2-1 승리를 거뒀다. 앞선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던 아약스가 4강에 진출했다.

아약스는 유망주 육성에 엄청난 비중을 할애하는 팀이다. 이미 시즌 종료 후 바르셀로나 이적이 확정된 프렝키 더용을 비롯해 안드레 오나나, 조엘 펠트만, 마티스 더리흐트, 도니 판더비크 등 유소년팀 출신으로 한 번도 이적하지 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룬다.

어린 선수들만으로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없기에, 아약스는 공수에서 중심을 잡을 만한 베테랑들을 수급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29세 수비수 블린트, 31세 공격수 타디치다. 스트라이커 클라스 얀훈텔라르 역시 유소년팀 출신으로 빅 리그 3개 클럽을 거친 베테랑이지만 나이가 36세나 됐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에서는 벤치를 지킨다.

블린트와 타디치는 4년 동안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 도전했으나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린트는 2014년 맨유로 이적해 루이스 판할 감독의 신임을 받았으나 만족할 만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지난해 여름 1,600만 유로(약 205억 원)에 아약스로 복귀했다. 타디치는 사우샘프턴에서 4년간 뛰며 한 번도 시즌 10골을 넘기지 못했고, 지난해 1,140만 유로(약 146억 원)에 영입됐다. 둘 다 아약스로서는 큰 액수였다.

특히 블린트의 맹활약은 두루 관심을 모았다. 수비의 중심은 후배 더리흐트였지만 블린트 역시 뒤떨어지지 않았다. ‘폭스 스포츠’는 “블린트는 아약스의 급부상을 잘 보여주는 선수 중 하나”라고 정리했다. 블린트는 지난 시즌 맨유에서 17경기(선발은 14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번 시즌 아약스에서는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50경기(선발은 48경기)나 소화하며 순식간에 기량을 회복했다.

블린트는 잠재력이 풍부한 더리흐트 옆에서 경험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시즌 UCL에서 경기당 평균 공 탈취 1.7회, 가로채기 1.3회, 슛 블로킹 0.7회(더리흐트는 각각 1.7회, 1.0회, 0.6회)로 더리흐트보다 더 좋은 세부 기록을 남겼다.

달레이 블린트의 아버지 다니 블린트 역시 아약스와 네덜란드 대표팀의 스타 선수였다. 블린트는 아약스 ‘성골 유스’인 셈이다. 맨유에서 실패를 겪은 뒤 정든 아약스로 돌아오자마자 기량을 회복했다. 블린트는 최근 상승세인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출장하는 경기마다 꾸준히 풀타임 활약하며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타디치는 이번 UCL에서 6골 3도움으로 아약스 공격을 이끌고 있다. 8강에서는 공격 포인트가 없었지만 유벤투스 수비를 교란한 뒤 침투하는 동료에게 절묘한 패스를 하며 ‘가짜 9번’ 역할을 잘 소화했다.

UCL 본선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건 골키퍼인 오나나와 더불어 블린트, 타디치뿐이다. 아약스는 최근 유망주 유출이 심해지자 아예 데뷔 시기를 더 끌어내리는 정책을 썼다. 2년 전 UEFA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거둘 때 핵심 멤버였던 더용, 더리흐트, 판더비크, 유스틴 클루이베르트(현 AS로마) 모두 10대에 1군에 데뷔해 아예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경우다. 그러나 어린 선수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약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블린트와 타디치의 영입에 투자했고, 이 투자가 몇 배의 이득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빅 리그에서 도태된 줄 알았던 두 선수는 네덜란드 무대를 넘어 UCL에서 부활에 성공했다. 그저 수준 낮은 리그로 돌아가 활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살릴 수 있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찾아갔기에 인생 최고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