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알렉시스 산체스가 영입된 뒤 경기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세비야 원정 경기에서 패배를 면한 것이 다행이었다.

22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에서 세비야와 맨유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산체스를 영입한 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1승 2패에 그친 맨유는 기존 핵심인 폴 포그바와 산체스의 공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세비야 원정에서 새로운 라인업을 보여줬다. 산체스가 공격의 한 축을 맡았고, 포그바는 벤치로 물러났다. 미드필드는 네마냐 마티치, 스콧 맥토미나이, 안데르 에레라 등 공을 덜 끄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산체스에게 힘을 실어주는 팀 구성이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시종일관 주도권을 잡은 쪽은 세비야였다. 세비야는 지난해 말 빈첸조 몬텔라 감독을 선임한 뒤 몇 차례 실험을 거쳐 새로운 시스템을 완성한 상태였다. 원래 윙어인 헤수스 나바스가 라이트백에 배치돼 측면 공격을 돕는다. 오른쪽 윙어 파블로 사라비아는 중앙으로 돌입하며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

전반 4분 만에 루이스 무리엘의 중거리슛이 다비드 데헤아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 에베르 바네가, 헤수스 나바스 등 세비야 선수들의 슛이 쏟아졌다. 세비야는 속공 상황에서 빠르게 공을 주고받으며 전진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 반면 맨유는 공격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포그바는 예상보다 일찍 투입됐다. 전반 17분 에레라가 근육 부상을 호소했고, 포그바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산체스와 포그바의 불협화음은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였다. 포그바는 세비야 미드필더들의 압박에서 여러 차례 빠져나오며 특유의 볼 키핑 능력을 보여줬지만 그 뒤로 좋은 패스를 하지 못하는 건 산체스와 마찬가지였다.

세비야는 경기를 지배했지만 결정력 부족과 데헤아의 선방으로 인해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쳤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나바스의 크로스를 무리엘이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했는데, 데헤아가 눈앞에서 날아오는 헤딩슛을 초인적인 반사신경을 발휘해 쳐냈다. 이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상황이었지만 데헤아가 막아냈다.

후반전에도 세비야가 프랑코 바스케스, 무리엘, 클레망 랑글레 등의 슛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골대를 빗나가거나 데헤아의 가슴팍에 안겼다. 세비야는 후반 30분 산체스를 빼고 마커스 래시포드를 투입했고, 5분 뒤 후안 마타를 빼고 앙토니 마르샬을 넣으며 공격 조합을 다양하게 바꿨다. 별 효과는 없었다.

경기 종료 시점에서 슈팅 횟수는 세비야가 25회, 맨유가 6회였다. 유효 슈팅은 세비야가 8회, 맨유는 1회에 불과했다. 세비야는 자신들의 결정력 부족과 데헤아의 선방이 모두 아쉬웠다.

맨유는 세비야 중원에 아무런 압박도 가하지 못했다. 형식상 세비야는 4-2-3-1, 맨유는 4-3-3이었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 숫자는 맨유가 한 명 남았다. 그런데도 바네가가 거의 아무런 압박도 받지 않았다는 건 맨유 수비의 심각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바네가는 무려 10차례나 동료의 슛을 이끌어내는 패스를 기록했다. 바네가는 단 한 번도 공을 빼앗기지 않았고, 두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87회나 패스를 동료에게 전달했다. 맨유에서 패스를 가장 많이 한 마티치는 47회에 불과했다.

두 팀 모두 공격적인 스타일의 풀백을 기용했지만 그 효율의 차이는 분명했다. 세비야는 나바스가 2회, 레프트백 에스쿠데로 역시 2회 성공적인 패스를 중앙으로 찔러넣어 동료의 슛을 이끌어냈다. 맨유는 애슐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 모두 윙어 출신이지만 동료에게 전달한 크로스가 단 하나도 없었다.

맨유는 부족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원정 무승부를 거두며 실리를 챙겼다. 2차전이 열리는 3월 14일까지 약 3주가 남았다. 그 안에 맨유의 전술과 조직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올드 트래포드를 세비야가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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