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마르셀 슈멜처는 선수 경력 내내 골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 그러나 보루시아도르트문트가 탈락 위기에 놓인 순간, 교체 투입돼 깜짝 득점을 터뜨리며 동생들을 구했다.

23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레조 에밀리아에 위치한 마페이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을 가진 도르트문트가 아탈란타와 1-1로 비겼다. 도르트문트가 16강에 진출했다.

지난 16일 열린 1차전은 도르트문트가 3-2로 승리했지만, 아탈란타가 원정골을 2골 넣고 홈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2차전에서 희망을 갖기 충분했다. 전반 11분 아탈란타에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세트 피스 공격이 강한 아탈란타는 코너킥 상황에서 하파엘 톨로이의 골로 앞서나갔다. 두 팀의 1, 2차전 합계 전적은 3-3 동점이 됐다. 그대로 끝난다면 원정 득점이 있는 아탈란타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경기는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은 채 팽팽하게 이어졌다. 도르트문트의 막판 총공세는 에트리트 베리샤 골키퍼에게 모두 막히고 있었다.

한 골이 절실하던 도르트문트를 살린 건 후반 교체 투입된 슈멜처였다. 후반 38분 로이스의 슛을 베리샤 골키퍼가 깔끔하게 쳐내지 못하고 문전에 흘렸다. 전속력으로 달려든 슈멜처가 어설픈 오른발 슛을 날렸고, 베리샤의 몸을 스친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도르트문트의 16강 진출을 의미하는 골이었다.

슈멜처는 득점이 드문 선수다. 이날 골은 프로 통산 367경기 만에 넣은 6호 골이었다. 공격적인 풀백으로서 틈이 보이면 슈팅도 종종 날리는 선수지만, 가장 큰 임무는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동료들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좀처럼 골을 넣지 못했다.

유럽대항전에서 넣은 골은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두 골 다 의미가 컸다. 2012년 10월 경기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라 경기 중요성은 높지 않았지만, 슈멜처는 후반 결승골을 넣어 거함을 2-1로 침몰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팀의 탈락을 막는 결정적 득점을 기록했다.

슈멜처는 도르트문트의 터줏대감이다. 이날 뛴 선수들 중 가장 도르트문트 경력이 길다. 도르트문트 유소년팀 출신으로 2008/2009시즌부터 1군에 자리 잡아 꾸준한 활약을 이어 왔다. 유일하게 슈멜처보다 먼저 데뷔한 누리 사힌은 여러 팀으로 이적과 임대를 반복한 끝에 2012년부터 다시 도르트문트로 돌아왔다. 선수단 전체를 봐도, 슈멜처보다 오래 도르트문트에 헌신한 선수는 베테랑 골키퍼 로만 바이덴펠러 한 명뿐이다.

슈멜처는 2016/2017시즌부터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이번 시즌은 발목, 종아리 등 여러 부위에 돌아가며 부상을 당하는 통에 데뷔 이후 가장 적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시즌이 절반 이상 지났는데 독일분데스리가에서 9경기, 기타 대회에서 7경기 출장에 그쳤다.

슈멜처는 아탈란타 전을 통해 올해 처음 라인업에 들었고, 벤치에 앉아 있다가 후반에 투입돼 골까지 터뜨렸다. 뒤쳐진 상태에서 제레미 톨랸을 빼고 슈멜처를 투입한 건 특이한 교체였다. 교체 당시에는 아탈란타의 오른쪽 공격을 막기 위해 베테랑 수비수를 투입한 거라고 풀이됐다. 슈멜처는 수비 강화는 물론 뜻밖의 골까지 넣으며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키커' 등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로이스가 골을 넣고 싶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딱 오길래 내가 넣어버렸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중요한 시점에 돌아온 슈멜처는 잘 터지지 않던 득점포까지 가동하며 도르트문트의 유럽대항전 생명력을 늘려 놓았다. 이날 슈멜처에 이어 교체 투입된 로이스도 동점골 상황에 기여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보여줬다. UCL에서는 심각한 부진 속에 탈락했지만, 페터 슈퇴거 감독을 선임한 뒤 상승세를 되찾은 지금 추세라면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에 도전해볼 만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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