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오넬 메시가 첼시를 상대로 첫 유럽축구연맹(UEFA) 대회 득점을 터뜨리는데 12년이 걸렸다. 나쁜 징크스는 깼지만 이번엔 경기력이 문제였다.

2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을 치른 바르셀로나는 첼시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첼시는 철저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바르셀로나보다 더 위협적인 경기를 했고, 후반 17분 윌리안의 선제골이 터지며 승리를 낚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후반 30분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동점골을 터뜨렸다. 첼시 수비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이 패스 미스를 저질렀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이 공을 가로챈 뒤 메시에게 건넸고, 메시가 논스톱 슛으로 득점했다.

메시는 지긋지긋한 첼시전 무득점에서 벗어났다. 메시가 처음 첼시를 상대한 건 2006년 2월 열린 2005/2006시즌 16강 1차전이었다. 거의 정확하게 12년 만에 넣은 첼시전 첫 골이다. 9경기 만에 첼시 골문을 열었다.

메시는 현재 유럽 빅 리그(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1부) 최고 공격수다운 결정력을 발휘했다. 첼시전에서 단 한 번 슛을 날려 골을 터뜨렸다. UCL에서 비교적 득점이 적었으나 이 경기를 통해 시즌 4호골에 도달했다.

이번 시즌 메시는 각 대회를 통틀어 28골을 넣었다. 현재 빅 리그를 통틀어 메시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해리 케인(34), 모하메드 살라(30), 에딘손 카바니(30), 세르히오 아구에로(29), 로베르트 레반도스프키(29)뿐이다.

그러나 메시에게서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 패턴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건 첼시전의 큰 문제였다. 바르셀로나는 공격의 창의성 측면에서 메시에게 크게 의존하는 팀으로 변해 있다. 한때 4-3-3 등 공격 자원을 세 명 배치하는 팀이었던 바르셀로나는 최근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투톱을 기용해 4-4-2로 선수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수아레스의 전방위적인 영향력, 미드필더 중 가장 창의적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지구력이 모두 하향세에 있다. 메시는 다양한 움직임과 드리블, 패스를 통해 공격 기회를 이끌어내는 중책을 맡는다.

첼시전 직전에 열린 18일 에이바르전은 메시의 비중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메시는 이날 득점하지 못한 대신 바르셀로나의 두 골에 모두 개입했다. 뿐만 아니라 슛으로 이어진 패스, 기점 패스 등 어떤 식으로든 바르셀로나의 모든 슛에 관여하며 엄청난 영향력을 보였다.

반면 숙적 첼시를 만난 메시의 득점 외 기록은 크게 저조했다. 메시의 패스가 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횟수는 한 번에 불과했다. 드리블 돌파를 5차례 시도해 단 한 번 성공했다. 메시가 막히는 만큼 바르셀로나 공격은 답답해졌고, 그만큼 역습을 허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바르셀로나가 2차전에 진출하려면 1차전보다 나은 경기가 필요하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에게 희망적인 요소는 홈 구장 캄노우에서 훨씬 승률이 높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전통적으로 홈과 원정의 승률 차이가 크다. 바르셀로나는 2013/2014시즌부터 홈에서 22승 2무를 거뒀다. 같은 기간 원정 성적은 11승 6무 8패에 불과했다. 승률(무승부는 0.5승으로 취급)로 환산하면 홈에서는 무려 95.8%인 반면 원정에서는 56%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번 시즌에도 조별리그 홈 경기에서 3전 전승을 거둔 반면 원정에서 1승 2무에 그치며 차이를 보였다. 원정에서 고전에도 불구하고 무승부를 따냈으니 홈에서는 같은 전략으로도 승리를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메시의 고립과 무기력을 해소해주지 않는다면 1차전처럼 답답한 양상이 반복될 위험도 있다. 바르셀로나가 투입할 수 있는 공격자원은 한정돼 있다. 후반기를 위해 영입한 필리페 쿠티뉴는 컵 타이 규정이 막혀 UCL에 출장할 수 없다. 부상에서 돌아온 특급 유망주 우스망 뎀벨레, 공격수 파코 알카세르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현재 실력만으로는 전력에 어떤 보탬이 될지 불분명하다. 선수의 실력보다는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전략을 쓰는 발베르데 감독의 구상이 선발 라인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메시는 첼시의 골문을 마침내 열었지만, 2차전 90분이 끝난 뒤에도 웃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경기력을 개선할 필요가 생겼다. 2차전은 3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