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샤흐타르도네츠크는 유럽대항전 단골로 성장한 뒤 브라질 선수들을 기막히게 활용하는 영입 컬러를 갖췄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22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위치한 메탈리스트 경기장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을 가진 샤흐타르는 AS로마를 2-1로 꺾었다.
샤흐타르의 역전승이었다. 로마는 전반 41분 에딘 제코의 재치 있는 스루 패스, 유망주 쳉기스 윈데르의 침투에 이은 왼발 마무리로 앞서갔다. 샤흐타르는 후반전에 반격했다. 후반 7분 야로슬라프 라키츠키의 스루 패스를 받아 파쿤도 페레이라가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26분 프레드의 왼발 프리킥이 절묘한 위치로 꽂혔다.
샤흐타르는 브라질 선수를 잘 영입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팀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부터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상급 구단으로 부상했는데, 이때 브라질 현지의 특급 유망주들에게 좋은 대우를 약속하고 영입하는 걸 전략으로 삼았다. 현재 첼시 소속인 윌리안, 유벤투스 소속인 더글라스 코스타, 맨시티 소속 미드필더 페르난지뉴 등 빅 클럽이 데려간 브라질 선수가 많았다.
로마를 상대한 샤흐타르 멤버들도 최전방부터 미드필더까지 5명이 모두 남미 출신이었다. 이미 브라질 대표 경력이 있는 중앙 미드필더 프레드, 공격형 미드필더 베르나르두와 타이손이 출장했다. 최근 핵심 역할을 하는 오른쪽 윙어 마를로스는 우크라이나로 귀화한 브라질계 선수다. 최전방의 파쿤도 페레이라는 아르헨티나 선수다.
샤흐타르는 재기 넘치는 브라질 선수들을 여럿 보유한 팀답게 패스 플레이보다 순간적인 드리블로 공격을 전개하는 빈도가 높았다. 마를로스, 타이손은 각각 5회나 되는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다. 베르나르두의 기록도 3회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 명이 드리블 기회를 나눠 가지면서도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만큼 누가 공을 잡아도 상대를 제치고 봤다는 뜻이 된다. 로마의 노장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는 이들의 돌파를 저지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라이트백 알레산드로 플로렌치는 고전 끝에 일찍 교체됐다. 로마의 두 유소년팀 출신 이탈리아 선수들이 고전한 경기였다.
미드필더 프레드는 후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직접 공격에 많은 힘을 쏟았다. 중거리 슛과 문전 침투, 프리킥 등 다양한 방법으로 4차례 슛을 날렸다. 결국 왼발 킥력이 돋보이는 프리킥으로 골을 터뜨렸다.
로마 선발 라인업에서 유일한 브라질 선수는 대표팀 주전 골키퍼 알리손이었다. 알리손은 결정적인 선방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총 6회 방어 기록을 남겼다. 샤흐타르의 브라질 선수들이 드리블로 이리저리 흔든 뒤 만드는 득점 기회들은 골키퍼로서 방어하기 까다로운 것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모두 막아냈다. 다만 페레이라와 맞은 일대일 위기, 프레드의 프리킥을 막지 못한 것이 알리손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로마는 샤흐타르 상대로 열세인 전적을 이어갔다. 이 경기까지 UCL에서만 5회 만나 샤흐타르 4승, 로마 1승을 기록했다. UCL에서 로마의 앞선 역전패 상대도 2011년 2월에 만난 샤흐타르였다. 로마 입장에서는 악몽과 같은 상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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