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과 가장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빅 리그다. 냉정한 카메라워크와 뜨거운 서포팅, 수준 높은 경기력이 축구팬들을 유혹한다. 'Football1st'가 독일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축구적 순간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주>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독일 대표 윙어 안드레 쉬얼레, 마리오 괴체, 마르코 로이스는 절친한 사이다. 이들의 관계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세 얼간이’ 혹은 시트콤 속 캐릭터였던 ‘세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한 팀에서 뭉친 뒤 함께 경기에 나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578일이나 됐다.

도르트문트는 19일(한국시간)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 원정으로 치른 ‘2017/2018 독일분데스리가’ 23라운드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로이스가 쉬얼레의 어시스트를 받아 전반 32분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부상으로 전반기를 통째로 걸렀던 로이스의 시즌 첫 골이었다.

경기력은 그리 좋지 못했다. 묀헨글라드바흐의 슛이 도르트문트의 네 배나 됐고, 로만 뷔어키 골키퍼의 집요한 선방이 아니었다면 한 골차 승리가 불가능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독일 현지에서는 도르트문트가 내놓은 라인업의 가능성과 스토리에 주목했다. 로이스, 괴체, 쉬얼레가 동시에 뛰었기 때문이다.

세 공격형 미드필더의 우정은 오래 됐다. 쉬얼레와 괴체는 2010년 독일 대표팀에 함께 데뷔했다. 로이스가 2012년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면서 괴체와 한 팀에 속하게 됐다. 경기장 안팎에서 잘 어울리는 세 선수의 우정은 함께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통해 잘 알려졌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최근 세 선수를 두고 ‘세 친구(The three amigos)’라는 제목으로 가벼운 예능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로이스는 “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클럽에서도 함께 뛰면 좋겠다는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고 이야기했다.

괴체가 바이에른뮌헨으로 떠났다가 2016년 여름 도르트문트로 재영입됐고, 쉬얼레도 같은 시기에 합류했다. 세 친구는 한 팀에서 만났다. 그러나 이들이 함께 뛰는 모습을 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괴체는 잔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다가 2017년 초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해 5월에는 로이스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7개월 넘게 빠졌다. 쉬얼레는 잔부상이 있었을 뿐 아니라 기복이 심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있었다.

마침내 세 선수에게 뜻 깊은 경기가 찾아왔다. 병마와 부상을 각각 극복한 괴체와 로이스가 전력에 복귀했고, 쉬얼레가 이번 시즌 다섯 번째로 선발 출장했다.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4-2-3-1 포메이션을 쓴 페터 슈퇴거 감독은 2선에 세 선수를 모두 투입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곤살로 카스트로, 율리안 바이글을 배치하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의도와 달리 중원 장악에 실패하며 밀리는 경기를 했지만 결국 로이스의 장점인 아름다운 킥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득점 장면에서 친구들이 모두 개입했다는 점도 이들에겐 의미가 있었다. 속공 상황에서 괴체의 대각선 스루 패스가 쉬얼레에게 전달됐다. 왼쪽에서 공을 받은 쉬얼레가 반대쪽에서 침투한 로이스에게 패스하며 공격 방향을 바꿨다. 로이스가 득점 기회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쉬얼레는 들뜬 얼굴로 “마리오가 내게, 내가 마르코에게 패스했고 마르코가 골을 넣었다. 대단하다. 기분이 좋다. 우린 아주 좋은 친구들이고 이런 걸 오랫동안 바라 왔다. 마침내 해냈으니, 앞으로 모두 건강하게 함께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스 역시 “우린 함께 뛰는 걸 즐겼지만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오늘도 잘 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더 있다고 본다”며 점점 더 호흡을 맞춰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침 도르트문트는 상승세다. 이 승리로 3연승을 거뒀다. 지난 12월 감독 교체 당시 8위까지 추락해 있던 도르트문트는 상승세를 타고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최전방 공격수가 ‘스피드스터’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에서 더 다재다능한 미키 바추아이로 바뀐 점 역시, 2선의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세 친구에게도 좋은 환경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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