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지난해 여름 중국 자본을 받아들인 AC밀란은 대규모 선수 투자를 통해 명문의 부활을 예고했다. 그러나 리용홍 구단주가 알려진 것과 달리 자산가가 아니며, 심지어 사기꾼에 가깝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밀란은 위기에 빠졌다.

리용홍이 주도한 컨소시움이 밀란을 인수한 건 지난해 3월이었다. 이후 리용홍의 재정상태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중국 당국이 리용홍의 투자 건전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와 경제지 ‘포브스’ 등이 리용홍의 정체에 대해 더 구체적인 폭로를 내놓았다. 리용홍의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는 밀란 지분 대부분을 인수하기 위해 7억 4,000만 유로를 투자했다. 그러나 광산재벌로 알려졌던 리용홍은 실제로 재력가가 아니며,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의 투자회사 네 곳 중 두 곳은 유령회사라는 것이 보도의 골자였다. 리용홍은 인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의 엘리엇 펀드에서 3억 3,000만 유로를 대출받았다. 이 빚을 구단이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지난 19일(한국시간)에는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리용홍이 파산했다고 보도하며 한층 문제가 커졌다. 이달 초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리용홍의 파산을 감추기 위해 지주회사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따라 조사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보도에서 중요한 내용은 리용홍의 자산이 경매에 부쳐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 펀드에서 받은 대출 외에도 두 건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고소당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 고소건 때문에 리용홍의 자산이 중국 경매 사이트 타오바오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이번 보도는 리용홍의 빚이 엘리엇 펀드에 진 것뿐 아니라 재외펀드에서 진 3억 4,000만 유로가 더 존재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리용홍의 정체와 밀란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전 밀란 CEO는 ‘적절한 과정을 거쳐 밀란을 매각했다’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인터뷰를 남겼다. 갈리아니는 “중요한 자문을 받고 유명 로펌의 도움을 받아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씩 (문제가) 쌓여 3개가 됐다. 결국 이렇게 돼 버렸다”며 구단 매각 이후에도 실수와 불안요소가 쌓여 점점 문제가 커진 거라고 이야기했다.

리용홍의 파산이 곧 밀란의 파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밀란 구단 전체가 타오바오에 매물로 올라갈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다른 구단주를 찾아 급히 매각돼야 할 수도 있고, 이 과정에서 선수단 축소 등 여러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파산과 재창단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수단이 확실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중이라 밀란의 흉흉한 소식은 더 아쉽다. 지난 11월 부임한 젠나로 가투소 감독은 과도기를 거쳐 밀란을 재정비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올해 들어 거둔 성적은 인상적이다. 세리에A에서 5승 1무를 거뒀다. 경기당 평균 18회나 슛을 날렸는데,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레알마드리드와 토트넘홋스퍼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밀란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와 승점차가 8점으로 줄어든 상태다. 재정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온다면 UCL 진출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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