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박싱 데이(12월 26일)는 이미 지나갔지만, 토트넘홋스퍼의 '박싱 데이 일정'은 3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잉글랜드의 연말연시 일정은 험난하기로 유명하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 데이 전후로 각 팀들은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 중에서도 토트넘의 일정은 살인적인 수준이다.

토트넘은 18일(현지시간) 영국 로치데일 크라운오일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FA컵’ 16강 로치데일AFC와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루카스 모우라와 해리 케인의 득점이 나오며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허용했다.

리그원(3부 리그) 구단 로치데일과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토트넘의 향후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무승부가 나올 경우 재경기를 치르는 FA컵 규정에 따라 토트넘은 28일 웸블리스타디움에서 로치데일과 다시 경기한다. 재경기 일정으로 인해 26일로 예정돼있던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크리스탈팰리스와 경기는 하루 앞당겨져 25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FA컵 경기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고 했던 토트넘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토트넘은 1월 초부터 쉴 틈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바쁜 일정은 A매치 휴식기가 있는 3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74일동안 18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나흘에 한번 꼴로 경기를 치른다.

체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재경기는 이번 시즌만 두 번째다. 토트넘은 FA컵 4라운드에서 리그투(4부 리그) 소속 뉴포트카운티와 1-1로 비기며 재경기를 치렀다. 재경기 끝에 승리하긴 했지만 하부리그 팀에 발목을 잡혀 휴식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치열한 4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토트넘은 타격이 크다. 토트넘은 27라운드 현재 승점 52점으로 리그 5위에 올라있다. 지금 순위로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장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승점 56), 리버풀(승점 54), 첼시(승점 53) 모두 충분히 추격할 수 있다. 한 팀씩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팀들보다 많은 경기를 치르다 보면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로치데일과 경기에서도 벤치에 있던 케인과 델레 알리가 후반 교체 투입됐다.

토트넘이 재경기를 치르는 동안 다른 팀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토트넘보다 앞서 경기를 치른 첼시와 맨유는 각각 헐시티와 허더스필드타운을 꺾고 FA컵 8강에 진출했다. 재경기를 치를 필요가 없어 토트넘 선수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쉴 수 있다. FA컵 경기가 없는 리버풀의 경우, 열흘 이상을 휴식한 뒤 리그 경기를 치른다.

토트넘은 경쟁 팀들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편이라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토트넘은 EPL 기준으로 2,000분 이상 경기를 뛴 선수가 6명이다. 반면 첼시와 맨유는 4명, 리버풀은 1명 뿐이다. 그만큼 토트넘이 주전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한 보강도 토트넘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모우라 1명을 영입했을 뿐이다. 로치데일전에서 첫 골을 신고한 모우라가 빠르게 팀에 적응하고 전반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에릭 라멜라가 남은 일정에서 팀에 보템이 되어야 한다. 선수단 과부하로 자칫 4위권 경쟁에서 밀려나 다음 시즌 UCL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정상권으로 발돋움하려는 팀 프로젝트에 큰 차질이 생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로치데일전이 끝난 뒤 "여전히 FA컵에서 살아있다는 것과 웸블리에서 다시 경기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라며 겉으로는 긍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연달아 이어지는 경기 일정은 고민거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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