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입대를 앞둔 K리그 대표 스피드스터 안현범이 ‘사회인’으로서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화려한 입담을 발휘했다.

안현범은 지난주 공개된 팟캐스트 ‘주간 서형욱’에 출연,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축구계 다양한 뒷이야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토크를 선사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안현범은 팟캐스트에서 건 공약으로 6일 저녁 자신의 이발 장면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했다. 7일 논산 훈련소로 입대하는 안현범은 아산무궁화 소속으로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그날의 기억이 아니었다면, 아이돌 연습생 됐을수도

안현범의 이야기 중 유쾌한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준 대목이 고등학교 시절 아이돌을 꿈꿨던 이야기다. 안현범은 부평고 1학년 시절 축구로 인정받지 못했고, 흥미도 떨어지는 신세였다. 함께 운동하던 친구 중 홍석준과 함께 한눈을 팔았다. 홍석준은 연예인 홍서범 씨, 조갑경 씨의 아들이다. 끼가 있는 안현범은 끼를 물려받은 친구와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연습하며 JYP 입단을 목표로 아이돌 연습생을 준비했다.

“한창 ‘드림하이’라는 드라마가 할 때라서 춤도 따라하고 이것저것 할 때였어요. 제 포지션은 메인 댄서, 아 이건 농담이고요. 지금은 잘 못 춰요. 이제 늙어가지고.”

안현범이 축구에 매진하게 만든,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어느 경기 중 벤치에서 안현범을 불렀다. 아이스박스 당번이었던 안현범은 부랴부랴 물을 챙겨 선배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 달려갔다. 알고보니 왼쪽 수비수들이 모두 다쳐 1학년 안현범에게까지 출장 기회가 돌아온 상황이었다. 안현범은 얼떨결에 출장한 경기에서 생각보다 좋은 활약을 한 뒤 축구에 대한 흥미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안현범은 칭찬을 받을수록 더 힘이 나는 성격이었다.

“원래 제 번호가 39번, 친구 석준이의 번호는 38번이었어요. 감독님이 저는 삼구, 석준이는 광땡이라고 불렀어요. 이름도 모르셨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신입생 때 자기 이름 불러주면 좋잖아요.”

안현범은 축구에 뜻을 둔 뒤로 갑자기 키가 크고 힘이 붙으며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키가 164cm였던 안현범은 그해 말 갑자기 178cm까지 확 성장하면서 다리가 길어지고 힘이 붙었다. 그때 스피드가 빨라졌다고 회고한다. 대학에서 포지션을 공격수로 바꿨고, 축구를 더 구체적으로 배우며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지금은 K리그에서 자신이 가장 빠르다고 자부한다. “솔직히 스피드로는 (막기 어려운 선수는) 없었어요. 오히려 템포를 빼앗으며 들어오는 선수를 막을 때 약점이 있더라고요. 대표적으로 염기훈 선수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기훈이 형이 왼발로 올릴 것 같으면서도 접고, 그렇게 재면서 축구하는 형들이 더 어려워요.”

 

‘아르바이트 썰’부터 ‘사이타마 난투극 썰’까지

안현범은 지난해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뒤 감동적인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다. “호텔에서 접시를 닦을 때가 엊그제 같다. 그때 나도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늘 밥보다 맛있는 상을 받게 됐다.”

감동적이었던 수상 소감의 뒷이야기를 ‘주간 서형욱’을 통해 이야기한 안현범은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대학 신입생 환영회비 등 다양한 회비를 내려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훈련이 오전에만 있는 날이면 오후에 호텔을 찾아가 연회장 서빙 일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스티로폼 박스를 파손해 돈을 물어내야 했다고 말할 때는 아직도 아쉬워했다. 안현범은 ‘짠내’ 나는 사연이라기보다 어린 시절의 유쾌한 경험에 가깝게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풀어냈다.

안현범은 그 외에도 2017년 제주가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 이유, 우라와레즈 원정 난투극의 뒷이야기, 자신을 위해 희생한 누나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정체를 감춘 아산무궁화 출신 선배가 안현범에게 군생활 ‘꿀팁’을 주는 내용의 특별 코너가 ‘빅재미’를 선사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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