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남자 대표팀은 최근 스리백을 도입하면서 공격적인 요소를 다수 도입했다. 윙어 출신 윙백, 자주 전진하는 리베로 등이다. 상대가 강할 때 스리백을 고려하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말과 달리 스리백의 활용법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한국은 10월에 열린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에서 K리거를 제외한 해외파만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원정에서 2-4로 패배했고, 10일 중립 지역인 스위스에서 모로코에 1-3으로 졌다.

선수 실험과 함께 진행된 건 스리백 실험이었다. 한국은 두 경기 모두 3-4-3으로 시작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상대가 강할 때 스리백 활용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수 배치, 구성 측면에서 한국은 수비적 약점을 안고 경기를 시작했다.

 

3-4-3 유행을 따르기 위한 조건

3-4-3은 최근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끄는 포메이션이다. 그중 수비적인 선수가 배치돼야 하는 위치는 스리백과 두 중앙 미드필더 등 5명이다.

공격진 중 수비 가담에 매우 열성적인 선수가 있지 않다면, 3-4-3은 7명으로 수비 조직을 구성하게 된다. 좌우 윙어가 모두 수비에 적극 가담해 5-4-1처럼 변형되는 방법도 있지만 한국은 친선 경기에서 이런 방식을 쓰지 않았다. 한국의 좌우 윙어로 선발 출장한 손흥민, 남태희의 수비 가담 속도는 느렸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은 넓은 수비 범위를 감당할 수 있는 선수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수비 상황에서 좌우 윙백이 모두 후퇴해 일시적으로 파이브백을 만들기 때문이다. 미드필더 두 명만으로 2선 수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활동량이 많고 후방에 머물러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스리백에는 리베로형 선수를 쓰지 않고 순수하게 수비력이 좋은 선수를 세 명 배치하는 것이 추세다. 3-5-2에 비해 중앙 수비가 얇아지기 쉽기 때문에 스리백 중 중앙에 있는 선수는 전진을 자제하고 후방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오히려 스리백 중 양쪽에 있는 선수들이 윙백의 배후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전진한다.

강팀들을 상대하기 위해 더 수비적인 3-4-3을 쓴 팀은 2011/2012시즌의 나폴리가 대표적이다. 지금 나폴리는 강호 반열에 올랐지만, 당시에는 나폴리는 강등과 승격 등 파란만장한 리빌딩을 거친 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처음 진출한 팀이었다. 이때 나폴리는 아직 유행하기 전인 3-4-3 포메이션으로 UCL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진출했다. 이때도 나폴리는 스리백과 중앙 미드필더 등 총 다섯 자리에 수비력을 먼저 고려한 선수 배치를 했다. 최근 이탈리아 리그에서 3-4-3을 시도한 중하위권 팀들도 중앙 미드필더 2명, 스리백 3명은 모두 수비력과 넓은 커버 범위를 가장 먼저 고려해 선수를 배치한다.

 

공격적인 중원 조합, 포어 리베로, 윙백 이청용… 버거운 축구

이런 성공 사례와 비교한다면 한국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스리백을 썼다. 특히 신 감독이 두 경기에서 모두 실험한 포어 리베로는 최근 스리백의 추세와 다른 시도였다. 신 감독만의 색깔을 보여줬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중앙을 맡은 장현수는 첼시의 다비드 루이스처럼 후방에 머물러야 했다. 김기희, 송주훈이 전방으로 움직일 것을 대비해 스위퍼는 후방에 머무르는 것이 최근 추세다. 신 감독은 오히려 장현수에게 자주 전진해 빌드업을 주도하는 ‘포어 리베로’를 맡겼고, 장현수가 움직일 때마다 수비 구멍이 생겼다.

포어 리베로의 지원을 믿고 중앙 미드필더를 공격적으로 구성한 실험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국의 기성용, 김보경은 각각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넓은 범위를 책임지며 전투적으로 중원을 장악할 수 있는 선수들은 아니었다. 특히 김보경의 경우, 수비적인 스리백을 쓰는 팀이라면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할 만한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나폴리가 3-4-3을 쓸 때 공격진으로 배치됐던 마렉 함식과 비슷한 역할을 맡겼다면 한국은 더 나은 수비 밸런스를 가질 수도 있었다.

여기에 오른쪽 윙백에 원래 윙어인 이청용을 기용한 점, 스리톱 중 활발하게 수비에 가담하는 선수가 없었다는 점까지 겹치며 한국의 3-4-3은 매우 공격적인 조합을 형성했다. 모로코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은 공격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도 전에 휘둘리며 두 골을 허용했다.

포진은 스리백이지만, 한국의 유럽 2연전 전술은 신 감독이 연령별 대표팀에서 보여준 신태용식 축구와 대부분 비슷했다. 특히 후방에 배치된 수비 자원 3명을 믿고 중앙 미드필더를 공격적인 선수들로 구성했다는 점이 ‘신태용 스타일’이었다. 신 감독은 올해 U-20 대표팀을 지휘할 때도 공격적인 중앙 미드필더 조합을 선호했다. 포진이 4-1-4-1이든, 수비형 미드필더를 수비수로 끌어내려 3-4-3을 쓰든 마찬가지였다.

 

‘수비적인 스리백’은 아직 실험한 적이 없다

최근 유럽 강팀들 사이에서 3-4-3, 3-3-2-2 등 지난 10년 간 쉽게 시도하기 힘들었던 포메이션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런 축구는 난이도가 높다. 공수 균형을 맞추기 힘든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출중한 개인 능력과 높은 조직력이 모두 필요하다. 우리 팀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수비적인 선수를 다수 투입해야 수비적인 약점을 감출 수 있다.

같은 스리백 계열 중에서도 3-5-2, 3-4-2-1 등은 수비 문제가 비교적 덜 일어나는 편이다. 3-5-2는 3-4-3보다 중앙 미드필더가 한 명 더 많기 때문에 수비 조직을 형성하기 쉽다. 2010년 이후 이탈리아 프로팀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며 약팀도 쓰기 쉬운 포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때 FC서울을 중심으로 K리그에서도 유행했다. ‘유로 2016’에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이탈리아도 3-5-2에 가까운 선수 배치로 스페인을 잡아내며 탄탄한 경기를 했다.

신태용호도 앞선 경기에선 더 가능성 있는 스리백 운용을 보여줬다. 지난 9월 월드컵 예선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 한국은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이때도 스리백의 중심은 장현수였지만 복잡한 포어 리베로가 아니라 후방에 머무는 단순한 역할에 가까웠다. 최근 추세대로 스토퍼인 김영권과 김민재가 측면 공간을 넓게 커버하는데 중점을 뒀다. 우즈벡전에서도 수비 불안은 있었지만 각 선수의 실수로 인한 문제에 가까웠고, 수비 대형은 10월 평가전보다 잘 유지됐다.

신 감독은 여전히 수비적인 전술로 스리백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스리백은 수비적이다’라는 통념과 달리 신태용호가 러시아, 모로코를 상대로 시도한 스리백은 수비 균형을 깰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아직 더 수비적인 선수 구성은 시험하지 않은 셈이다. 공격적인 스리백 실험은 한 차례 실패로 돌아갔다. 앞으로 스리백 도입을 추진한다면 진짜 수비적인 선수 조합과 포진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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