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지난 시즌 막강했던 시스템을 그대로 들고 나온 유벤투스가 시즌 첫 공식전에서 바로 패배했다.

유벤투스는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2017 수페르코파이탈리아’를 치렀고, 라치오에 2-3으로 패배했다. 지난 시즌 코파이탈리아 준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라치오가 세리에A, 코파이탈리아 2관왕 자격으로 나온 유벤투스를 꺾었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 내용이 신선했다.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 후반기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던 4-2-3-1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시즌 상대 전적은 세리에A와 코파이탈리아를 포함해 유벤투스의 3전 전승이었다. 특히 4-2-3-1 포메이션일 때 두 경기 모두 2-0으로 깔끔하게 승리했다.

이번엔 달랐다. 전반 32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의 절묘한 스루 패스를 받아 치로 임모빌레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직접 성공시켰다. 후반 9분 마르코 파롤로의 크로스를 임모빌레가 헤딩골로 마무리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유벤투스는 후반 40분과 추가시간에 파울로 디발라가 프리킥, 페널티킥 연속골을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라치오는 추가시간이 끝나기 전 알레산드로 무르지아의 결승골로 승부를 끝냈다.

시모네 인차기 라치오 감독은 유벤투스를 상대하기 위해 강수를 들고 나왔다. 포메이션은 지난 시즌의 3-5-2 그대로였다. 핵심 미드필더였던 루카스 비글리아가 AC밀란으로 떠난 공백을 리버풀 출신 루카스 레이바가 메운 것 정도가 큰 변화였다.

접근법이 지난 시즌과 달랐다. 유벤투스가 공격 자원을 4명이나 투입하고 4-2-3-1 포메이션을 쓰면, 많은 세리에A 팀들이 뒤로 물러나 수비하곤 했다. 라치오는 전방부터 과감한 압박을 시도했다. 유벤투스의 불안한 빌드업을 바로 공략했다. 그 결과 유벤투스는 공을 잃어버린 횟수 12회, 나쁜 볼 컨트롤 12회로 자주 실수를 저질렀다. 라치오가 각각 7회, 11회인 것에 비해 유벤투스가 더 자주 흔들렸다. 유벤투스가 흔들리는 만큼 라치오가 속공을 감행할 수 있었다.

공을 가장 많이 빼앗은 선수는 수비수가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밀린코비치사비치였다. 공 탈취 3회, 가로채기 4회를 기록하며 전방부터 유벤투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만큼 공을 빼앗는 위치가 높았다. 라치오의 압박을 받은 유벤투스는 전반 초반부터 안드레아 바르찰리, 자미 케디라의 간단한 패스가 끊기며 실점 위기를 겪었다.

선제골이 전방 압박에서 나왔다. 중앙선 부근에서 마르코 파롤로가 후안 콰드라도의 공을 뒤에서 빼앗았고, 이 공을 주운 밀린코비치사비치의 패스가 페널티킥을 거쳐 골로 이어졌다.

유벤투스는 디발라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인차기 감독은 후반전에 두 번째 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교체 카드였다. 좌우 윙백 세나드 룰리치, 두산 바스타를 동시에 빼고 조르당 루카쿠와 아담 마루시치를 투입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루카스 레이바는 더 공격적인 무르지아로 바꿨다.

라치오의 교체 카드는 마루시치가 페널티킥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곧 결승골을 만들어내며 성공으로 이어졌다. 루카쿠의 패스를 무르지아가 마무리하며 교체 전략이 절묘하게 성공했다.

유벤투스는 전술적으로 파훼법이 나왔다는 점에서 첫 번째 문제를 드러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오른쪽 수비였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에 임시방편으로 썼던 바르찰리 라이트백 카드를 꺼냈다. 36세 노장 센터백인 바르찰리를 풀백으로 배치하는 건 공격력 측면에서 공백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바르찰리는 수비적와 빌드업에서 어느 정도 활약했지만 공격에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패스 성공률은 높았지만 결정적인 패스 미스를 저지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주전이었던 다니 아우베스(파리생제르맹)의 공백은 AC밀란에서 영입한 마티아 데실리오가 메워야 한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데실리오는 루카쿠의 드리블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유벤투스는 공수 양면에서 오른쪽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 바르찰리는 임시 방편이고, 이날 벤치에 있던 스테판 리히슈타이너는 하향세가 완연하다. 데실리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선이다.

유벤투스가 새로 영입한 선수들 중에서는 더글라스 코스타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콰드라도와 교체 투입돼 약 40분 동안 활약한 코스타는 상대 수비 한 명을 당연하다는 듯 제치고 오른발 슛과 크로스를 날리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골은 되지 않았지만, 정확성을 더 높인다면 어떤 흐름에서도 쓸 수 있는 안정적인 공격 루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는 비교적 늦게 투입돼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라치오는 2015년과 올해 코파이탈리아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유벤투스에 패배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수페르코파라도 우승하며 4년 만에 트로피를 하나 추가했다. 지난 시즌부터 호평 받은 인차기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올해 더 큰 돌풍을 노리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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