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경남FC의 상승세는 끈끈한 축구의 대명사였던 성남FC까지 굴복시켰다. 장소는 성남의 홈 구장이었지만, 경기 양상은 경남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14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24라운드 경기를 가진 경남이 성남에 3-1 승리를 거뒀다.

경남은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챌린지 최강자다. 성남은 이 경기 전까지 K리그 13경기 무패(7승 6무) 중이었던 ‘지지 않는 팀’이었다. 이번 라운드 챌린지 최대 빅매치였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경기 전부터 여유가 넘쳤다. 성남이 챌린지에선 무패 행진 중이지만, 지난 6일 서울이랜드를 상대할 때 핵심 수비수 오르슐리치가 부상 당해 전력 누수가 있다고 봤다. 성남은 9일 FA컵에서 내셔널리그 팀인 목포시청에 0-3으로 대패한 뒤였다. 김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로 성남을 굴복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성남은 오르슐리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다, 경남이 보유한 챌린지 최강 공격수 말컹까지 막아야 했다. 박경훈 감독의 선택은 센터백 숫자의 증원이었다. 기존 주전인 연제운 옆에 김태윤, 안재준을 동시에 붙여 파이브백을 만들었다.

 

김종부 마법이 살려낸 권용현과 정원진

김종부 감독은 단순한 축구를 표방한다. 이날 약간의 변화만으로 큰 효과를 내려 했다. 원톱 말컹 아래 배치되는 선수 세 명의 순서를 바꿨다. 브루노를 왼쪽 윙어로 고정시켜 두고 정원진이 중앙, 권용현이 오른쪽을 맡도록 했다. 원래 윙어인 정원진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배치했다. 권용현과 정원진은 자리를 바꾸며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선수의 자유로운 공격을 보장하려는 조치였다.

권용현과 정원진의 기량을 극대화하려는 경남의 전략은 전반 19분 멋지게 적중했다. 경남의 역습은 챌린지 선두답게 빠르고 정확했다. 권용현이 왼쪽으로 정확하게 전개한 스루 패스를 브루노가 문전으로 연결했고, 노마크 상태로 침투한 정원진이 마무리했다. 중앙, 왼쪽, 오른쪽으로 이어진 멋진 원터치 플레이였다.

전반 내내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서도, 성남은 김동찬의 놀라운 개인 기량을 활용해 동점골을 만들 수 있었다. 전반 26분 안재준이 멀리서 날린 크로스가 문전으로 정확하게 향했고, 수비 뒤로 침투한 김동찬이 멋진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169cm 단신 김동찬이 멋진 움직임으로 터트린 득점이었다. 후반기에 합류한 김동찬의 시즌 4호골이기도 했다.

 

또 정원진, 그리고 교체 투입된 배기종까지

전반 내내 일방적으로 슈팅을 얻어맞은 성남은 후반에도 말컹을 중심으로 한 경남 공격에 계속 흔들렸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후반 7분 측면 미드필더 이성재 대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조재철을 투입했다. 주도권 싸움을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어설프게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는 건 경남의 새 윙어 권용현이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었다. 후반 14분 권용현이 다시 한 번 속공의 기점 역할을 했다. 권용현의 질풍같은 드리블에 이은 패스를 말컹이 잡아 멈칫 하다가 왼쪽으로 빠져들어가는 정원진에게 패스했다.

오른발의 달인 정원진이 왼발로도 강력한 마무리 슈팅을 성공시켰다. 앞선 6골을 모두 오른발로 넣은 정원진이 첫 왼발 슛으로, 그것도 그물이 찢어져라 강하게 차 넣은 시즌 7호골은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인지 잘 보여줬다.

결국 성남은 윙백으로 출장한 이학민을 빼고 공격수 흘로홉스키를 투입하며 수비를 포백으로 복귀시켰다. 그 동안 경남은 브루노 대신 주장 배기종을, 권용현 대신 중원에서 제공권을 높여줄 김근환을 투입하며 경기 방식을 바꿨다.

김종부 감독의 마법은 교체 카드로도 빛났다. 후반 40분이었다. '트윈 타워' 중 말컹이 머리로 롱 패스를 떨어뜨렸고, 김근환의 발을 거쳐 배기종이 공을 치고 나가다 자신 있는 왼발로 정확한 슛을 성공시켰다.

성남이 아껴뒀던 주장 김두현까지 막판에 투입됐지만, 교체 효과는 미비했다. 수비적으로 경기를 시작한 성남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전진 패스 루트를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했다. 박성호의 머리를 겨냥한 롱 패스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경기가 끝났을 때 경남은 23개의 슈팅 중 절반이 넘는 12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한 반면, 성남은 슈팅 6개와 유효 슈팅 2개에 불과했다. 유효 슈팅 횟수가 무려 6배 차이 나는 경기였다. “공격 축구로 승리하겠다”는 김 감독의 예고가 그대로 실현됐다.

 

“팀이 강해지면 개인도 강해진다”

경남은 3연승 중이었고, 성남을 꺾으며 4연승 가도에 들어섰다. 김 감독은 8월이 우승 확정을 위한 승부처라고 본다. 경남과 2위 부산아이파크 모두 강팀과의 경기가 연달아 열리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두 번 더 연승을 이어간다면, 그 동안 부산이 승점을 잃어버린다면 격차를 승점 10점 이상으로 벌리며 치고 나갈 수 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경남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경기였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권용현, 김근환을 영입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잘 채웠다”고 말했다. 경남은 원래 1위였고, 여름에 가장 강해진 팀이었다.

두 골을 넣은 정원진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삼천포를 빙 돌아오는 우회적인 대답을 했다. “경기란 건 팀이 살 때 개인도 사는 거다. 팀 수준이 올라가면 개인 수준도 올라간다. 고립되지 않게, 그런 찬스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해 주는 플레이를 강조한다. 그래서 정원진의 숨겨진 기량이 나오지 않았나 한다.” 경남이란 팀 자체가 강해졌다는 자신감이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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