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구단 리버풀이 사우샘프턴에 공개 사과문을 보냈다. 사우샘프턴은 리버풀의 선수 공급처로 전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리버풀은 재빨리 인정하며 한 발 물러났다.

판다이크는 사우샘프턴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한 네덜란드 출신 센터백이다. 2016/2017시즌 EPL에서 가로채기 6위(경기당 평균 2.8회), 공중볼 경합 승리 7위(경기당 4.7회)를 비롯해 수비와 공격 전개 모두 훌륭한 플레이를 했다. 공격 전개 능력을 중시하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판다이크를 핵심 수비수가 될 적임자로 판단하고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적설과 함께 사우샘프턴 팬들이 리버풀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우샘프턴은 EPL에서 가장 유망주 육성을 잘 하는 팀이자, 현명한 영입 전략을 가진 팀으로 인정받아 왔다. 2012년 EPL로 다시 승격한 뒤 꾸준히 중상위권을 노렸다. 그러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핵심 선수들이 매년 이탈했는데, 행선지는 대부분 리버풀이었다. 리키 램버트, 아담 랄라나, 데얀 로브렌(2014), 나다니엘 클라인(2015), 사디오 마네(2016)까지 최근 3년간 계속 리버풀로 선수가 빠져나갔다. 지난 5월 사우샘프턴 측은 “더이상 셀링 클럽(선수를 파는 팀)으로 남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곧 판다이크 이적설이 튀어나왔다.

사우샘프턴은 행동에 나섰다. 'PA 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샘프턴은 지난 7일(한국시간) 리버풀이 판다이크 영입을 위해 불법 접촉한 정황을 조사해 달라고 EPL 사무국에 요청했다. 구단에 정식 영입 문의가 없는 가운데 판다이크 이적설이 먼저 퍼지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구단을 거치지 않고 선수와 먼저 접촉하는 건 원칙상 금지돼 있다.

리버풀이 상도덕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보긴 힘들다. 상당수 이적은 선수 및 에이전트와 사전에 교감을 한 뒤 구단과 협상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판다이크에 대해 먼저 접근한 것이 축구계 관례상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사우샘프턴은 이번 공식 조치를 통해 리버풀에 ‘선수를 빼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 셈이다. 사우샘프턴의 조사 요청 직후 두 구단 고위층이 회동을 가졌다.

사우샘프턴의 뜻을 확인한 리버풀이 빠르게 물러섰다. 리버풀은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사우샘프턴과 우리 팀 사이의 이적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사우샘프턴 측에 사과의 뜻을 밝히고 싶다. 판다이크에 대해 어떤 오해가 있었든 사우샘프턴의 구단주, 경영진,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우린 사우샘프턴을 존중하며, 모든 선수에 대한 관심을 끊는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으로 인해 리버풀은 약속을 정면으로 깨지 않는 한 올여름 사우샘프턴 선수를 영입할 수 없게 됐다. 보통은 이적시장이 끝나는 8월 말까지 이적설이 계속되기 마련이지만, 사우샘프턴은 관계 경색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철벽 방어’를 택했다. 리버풀은 센터백 보강이 난관에 봉착했고, 사우샘프턴은 핵심 선수들을 지키며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마마두 사코(후반기 크리스털팰리스 임대)를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했고, 중앙 수비 인원 부족으로 인해 노장 미드필더 루카스 레이바를 기용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 수비 보강은 필수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판다이크 영입이 일찌감치 무산돼며 다른 선수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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