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염기훈은 수원삼성의 고질적인 승부처 문제가 서정원 전 감독이 아닌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수원에서 2년 더 뛰기로 한 염기훈은 35세 시즌보다 더 나아진 36세를 꿈꾸고 있다.

수원은 상위 스플릿에 들긴 했지만 그중 최하위인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성적은 13승 11무 14패, 53득점 54실점이었다. 승보다 패가, 득점보다 실점이 더 많았다. 컵 대회에서는 고루 좋은 성적을 냈지만 정작 우승을 하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A컵 모두 4강까지 진출했다. 결국 실질적인 소득 없는 시즌이 돼 버렸다.

염기훈은 간판스타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성적, 대외적 이미지, 심지어 수원의 자랑이었던 유니폼까지 다른 팀 팬들에게 조롱당했던 2018년을 털어내고 2019년은 새로 시작하려 한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이뤄졌다.

 

내년엔 나도, 수원도 달라질 것이다

수원의 2018년은 서정원 감독이 부임한 2013년 이후 최악이었다. 6시즌 동안 2위 2회, 3위 1회를 기록하며 강호의 면모를 유지했다. 2016년에는 K리그 성적이 10위까지 떨어졌지만 대신 FA컵에서 우승하며 좋은 기억도 남겼다. 2018년은 모든 면에서 아쉬운 해였다. 서 감독은 시즌 도중 사임했다가 이번 시즌만 마무리하겠다며 복귀하는 촌극을 보였다.

“극복할 게 많다고 생각해요. 겨울에 영입한 선수들이 괜찮았거든요. 솔직히 이야기해서 선수들 면면을 봤을 때 좀 더 좋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다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많은 생각을 남겼어요.”

“항상 이기고 있다가 5분, 10분 남기고 골 먹었던 게 제일 아쉬워요. 그 경기들만 잘했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에 있겠죠. ACL 4강(2차전)에서도 3-1로 이기고 있다가 후반에 3-3으로 비겼기 때문에. 후반 끝날 즈음에 내줬던 골이 가장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염기훈이 먼저 승부처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이 현상을 부르던 말이 서 전 감독의 이름을 딴 ‘세오타임’이다. 이 표현 역시 염기훈이 먼저 이야기했다. 염기훈의 설명에 따르면 세오타임은 서 전 감독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의 탓이다.

“어떻게 보면 저를 포함해 베테랑 선수들의 잘못이라 생각해요. 큰 틀은 코치님들이 잡아주시는 거지만 경기장 내에서는 선수들이 해야 하잖아요. 베테랑들이 어린선수들을 다그쳤어야 하는데 항상 좋게만 이야기했던 부분이 있었죠. (곽)희주 형은 어린선수들한테 정말로 심한 욕까지 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게 하던 사람이거든요. 그 정도로 할 필요는 없지만 집중력 부분에 있어 노장선수들이 역할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린선수들은 선배가 엄하게 하면 따라오는데. 때론 강하게, 무섭게 했어야 하는데. 경기장에서 집중 못 하는 선수를 봤다면 조금 심한 말도 했어야 하는데. 항상 좋다고만 하니까 경각심이 사라지고 나태해졌어요. 특히 우리 팀 수비가 베테랑 없이 구성되곤 했잖아요. 젊은 수비수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해 주지 못한 건 그 친구들이 아니라 저의 책임이죠.”

그렇다면 염기훈은 내년부터 악역을 자처하겠다는 이야기일까? 수원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유명했던 서 감독과 결별하고 내년부터 이임생 감독과 함께 한다. 과도기에 중심을 잡는 건 염기훈의 일일지도 모른다.

“감독님도 바뀌셨고, 저도 변화를 줘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2년 재계약을 했어요. 여기서 계속 생활하려면 저도 바뀌어야겠죠.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선배지만 때론 강하게 질책도 하는 선배가 돼야 하지 않을까, 올해 특히 느꼈어요.”

경기력 측면에서도 염기훈은 자신을 먼저 돌아봤다. 염기훈은 수원에서(경찰 복무 시기 제외) 풀타임 활약한 앞선 6시즌 동안 적으면 8도움, 많으면 17도움을 하면서 놀라운 득점 생산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6골 4도움에 그쳤다. 여느 선수였다면 좋은 기록이지만, 염기훈치고는 아쉬웠다.

“다른 시즌보다 만족스럽지 못하죠. 확실히 작년보다 포인트가 현저히 줄었어요. 욕심이 너무 많았어요. 힘들 때가 있었거든요. 그러면 코치님께 ‘좀 쉬었다 가겠습니다’ 말씀드리고 과감한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체력적으로 힘들다보니까 80분 이후, 제가 뭔가 보여줘야 할 시간에 유독 지치는 경기가 많았어요. 내년에는 출장 시간 조절도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염기훈은 새로 부임하는 이 감독과 딱히 인연을 맺은 적이 없다. 이 감독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수원 코치였고, 염기훈이 수원에 영입된 건 2010년이었다. 염기훈은 동고동락한 서 감독에게 아쉬움과 미안함을 품고 있지만 새로운 리더십으로 출발하는 수원에 대한 기대감, 책임감도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수원 그 자체’가 되어버린 염기훈은 유니폼까지 신경 쓴다. K리그에서 가장 대형 브랜드와 인연이 깊은 구단이라는 점도 수원 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점이었지만 올해는 중소 브랜드와 함께 했다. 내년에는 염기훈의 개인 스폰서로 인연을 맺어 온 푸마가 수원 유니폼을 맡는다. 염기훈은 푸마 관계자에게 멋진 유니폼을 꼭 당부해야겠다며 ‘팬들이 구입하실 생각이 들도록 예쁜 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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