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공격력을 되찾으려면 폴 포그바와 앙토니 마르샬을 살려야 했다. 틀에 박히기 싫어하는 두 선수가 올레구나 솔샤르 감독대행의 첫 승을 이끌었다.

맨유는 23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EPL 18라운드를 갖고 카디프시티를 5-1로 대파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과 결별하고 솔샤르 감독대행을 선임하자마자 맨유가 대승을 거뒀다.

맨유가 EPL에서 5골 이상을 넣은 경기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한 뒤 처음이다.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2012/2013시즌 최종전에서 웨스트브로미치와 5-5 무승부를 거둔 것이 기존 마지막 기록이었다.

상대가 약팀이라서 대승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무리뉴 감독 아래서는 오히려 약팀 상대로 부진했다. 특히 승격팀 상대 원정 경기에서는 3연패 중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약팀이라도 원정에서는 조심스럽게 경기하는 무리뉴 감독의 성향이 독으로 작용하곤 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감독이었던 15년 전부터 ‘5골은 넣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무리뉴 감독이 지휘하는 팀은 세 골 차로 앞서기 시작하면 아무리 상대를 압도하고 있더라도 수비적인 축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한 경기 4골을 넘기기 힘들었다.

솔샤르 감독대행은 달랐다. 맨유는 전반 41분 이미 3-1로 앞섰는데, 그 뒤로 오히려 공격 템포를 높였다. 전반 41분까지 슈팅 7회를 시도했고, 그 뒤로 슈팅 10회를 시도했다. 후반 33분부터 경기 종료시까지 약 15분 동안 소강상태가 지속되는 듯 보였으나 맨유는 마지막까지 골을 노리다 추가시간 득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기록에도 맨유의 달라진 경기 운영이 드러난다. 이 경기 기록과 이번 시즌 평균 기록을 비교하면 슈팅 17회 대 12.9회, 점유율 74.3% 대 53.1%, 패스 성공률 87% 대 82.2%, 공중볼 획득 23회 대 18.6회 등 모든 측면에서 나아졌다. 전방 압박이 강화됐다는 걸 보여주는 기록도 있다. 카디프전 선발 공격진과 미드필더 6명의 공 탈취 횟수는 총 10회였다. 이들의 이번 시즌 평균 기록을 합산한 수치가 경기당 7.6회인 것에 비하면 꽤 향상된 수치다. 원래 에너지 넘치는 선수였던 안데르 에레라는 이날 공 탈취 4회, 가로채기 1회로 압박의 중심 역할을 했다.

공격 상황에서 마음대로 뛸 수 있도록 풀어놓을 때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활개쳤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곧 포그바, 마르샬에게 편안한 환경을 의미했다. 포그바는 팀내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슈퍼스타일 뿐 아니라 기량 측면에서도 최고로 평가 받는다. 마르샬은 맨유 데뷔 후 이 경기 전까지 44골 25도움(모든 대회)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두 선수 모두 공격의 핵심이지만 경직된 전술에 자신을 맞추면 위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포그바는 5골 중 2골을 어시스트했고, 한 골의 전개 과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전반 29분 안데르 에레라의 중거리 슛은 포그바의 멋진 볼 키핑과 완벽한 방향전환 횡 패스에서 비롯됐다. 후반 추가시간 속공 상황에서 제시 린가드에게 적당한 스루 패스도 내줬다. 이에 앞서 전반 41분 마르샬이 득점할 때 마르샬, 린가드와 함께 삼각 패스를 교환한 선수도 포그바였다. 이번 시즌 내내 맨유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지만 플레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카디프전에서는 깔끔한 경기 운영에 결정적인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마르샬은 마커스 래시퍼드, 린가드와 함께 역동적이고 빠른 스리톱을 형성해 공격을 주도했다. 마르샬은 공격 전개를 할 때 약점을 지적받아 왔지만, 이날은 마르샬의 패스가 동료의 슛으로 연결된 상황이 5회(경기 최다)나 됐다. 자연스런 공격 흐름을 살려 골도 기록했다. 마르샬은 EPL 8골로 팀내 최다 득점자다.

솔샤르 감독대행은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이제 EPL의 악명 높은 연말연초 일정이 맨유를 기다린다. 리그컵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그나마 경기 일정이 적다. 솔샤르에게 다행인 건 초반에 약팀을 여럿 만나기 때문에 사기를 진작시키기 수월하다는 점이다. 맨유는 27일 허더스필드타운(홈), 31일 본머스(홈), 내년 1월 3일 뉴캐슬(원정), 1월 5일 레딩(FA컵 홈)을 만난다. 이들 중 EPL 8위인 본머스를 제외하면 모두 약팀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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