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축구의 멋진 신구조화를 목격하려면 가장 확률 높은 대회는 월드컵이 아닌 아시안컵이다. 월드컵은 그 중요성 때문에 검증된 베테랑이 중용되는 반면, 아시안컵은 은퇴를 앞둔 노장들과 갓 대표팀에 발탁된 신예들이 함께 뛰는 경우가 많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열었던 ‘2002 한일월드컵’ 멤버 중 가장 마지막까지 대표팀을 지탱했던 것이 박지성, 이영표였다. 두 선수는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뒤 이듬해 열린 ‘2011 카타르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다.

카타르 대회의 주연은 훗날 ‘런던 세대’로 불릴 선수들이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모두 조연 역할에 충실했다. 조광래 당시 감독은 두 베테랑의 경기 운영에 힘입어 과감하게 구자철, 지동원, 윤빛가람 등 신예급 선수들을 중용할 수 있었다. 특히 대회 득점왕 구자철, 득점 2위를 차지한 지동원은 각각 22세와 20세에 불과한 유망주들이었다. 이들은 아시안컵 활약을 바탕으로 곧 유럽 진출을 해냈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으로도 활약했다. 한국 축구의 한 황금세대가 저물고 다음 황금세대로 주도권을 넘겨주는 과정이 아시안컵에서 벌어졌다.

‘2015 호주아시안컵’은 여전히 런던 세대인 1989~1991년생이 주도한 대회였기에 큰 폭의 세대교체는 없었다. 대신 대표팀 중심에서 한동안 멀어져 있던 한일월드컵 세대 차두리가 35세 나이로 대표팀에 돌아와 중심을 잡았다. 차두리는 주전 라이트백으로 활약하며 대회 베스트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약 3년간의 국가대표 공백기를 넘어 돌아온 대표팀에서 차두리는 명예로운 은퇴를 할 수 있었다.

내년 1월 열리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은 또다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예고돼 있다. 기성용, 구자철 등 29세 정도가 된 런던 세대들이 이미 올해 여름부터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가능한 오래 이 선수들을 대표팀의 중심으로 활용하고 싶은 뜻을 밝혔지만 구자철의 경우 잔부상을 안고 있는 등 지속적으로 대표팀에 부르기 애매한 상황이다. 이들은 은퇴가 아니더라도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 정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기성용은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넘겨줬다.

이제 대표팀의 주축은 1992년생, 대표적인 신예들은 1996년생에 집중돼 있다. 아시안컵 당시 각각 27세, 23세다. 이미 손흥민을 중심으로 대표팀에서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던 1992년생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이재성, 황의조, 김진수, 권경원까지 5명이나 발탁됐다. 이재성과 황의조는 주전으로 뛸 것이 유력하다. 숫자뿐 아니라 실력과 비중 측면에서도 27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룰 대회다.

세대교체를 완성할 선수들은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나상호 등 1996년생들이다. 이 세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유망주 세대로 자리 잡았다. 그중 벤투 감독이 A대표팀에서 중용할 뜻을 내비친 선수가 이들 네 명이다. 아시안컵에서 단순한 후보에 머물 선수는 없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고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힐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은 현재 UAE 현재에서 훈련 중이다. 1월 1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갖는 마지막 평가전을 통해 본선을 준비한다. 대회 개막은 6일이며, 한국은 7일 필리핀과 C조 첫 경기를 갖는다. 이후 키르키스스탄, 중국을 차례로 상대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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