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가방에 든 거요? ‘즙’과 약이죠.”

올해 힘든 일정을 소화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2019 아랍에미리트아시안컵’은 마지막 힘을 짜내야 하는 관문이다.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대회 막판까지 부상과 체력고갈에 주의해야 한다.

대표팀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회 장소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했다. 26일 중동,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 등 7명이 추가로 합류한다. 이들은 현지 적응과 조직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가진 뒤 내년 1월 1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선경기를 갖고, 7일 필리핀과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마지막 멤버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홋스퍼와 대한축구협회의 협약에 따라 3차전을 앞둔 1월 중순 합류한다.

이번 아시안컵 멤버들은 쉴 시간이 유독 부족했다. 올해 K리그1 최종전이 1일 열렸고 울산에서 대표팀이 소집된 건 11일이었다. 소집에 응한 선수들의 휴가는 약 10일이었다. 이 시기에 몰려 있는 동료 선수들의 결혼식 참석 등 개인 일정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체력 회복에만 쓸 수 있는 날은 일주일 이하였다. 골키퍼 조현우는 대구FC 소속으로 8일 FA컵 결승까지 소화했다.

‘2015 호주아시안컵’을 준비하던 4년 전에는 K리그1 최종전이 11월 29일에 열렸고, 대표팀 소집이 12월 15일이었다. 벤투 감독이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보다 일주일 먼저 소집한 셈이다. 동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비중은 4년 전보다 늘었다. 현재 주전이 유력한 선수 중 김승규, 이용, 김영권, 김민재, 홍철, 황인범, 황의조 등이 울산 전지훈련부터 거쳤다. 휴식시간이 짧아진 여파도 그만큼 크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올해 초 대표팀 전지훈련, 6월 ‘2018 러시아월드컵’과 9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쉴 겨를이 없었다. 두 대회를 거쳐 온 선수들은 유독 체력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 조현우는 두 대회를 모두 소화했다. 월드컵 멤버 이용, 아시안게임 멤버 황의조 등은 국제대회 이후 프로 리그로 돌아간 뒤 거의 휴식 없이 강행군을 소화해 왔다.

한 대표선수의 측근은 “울산 전지훈련부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시안컵 내내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거’라도 먹고 버티기 위해서 몸에 좋다는 ‘즙’을 잔뜩 챙겨갔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팀이 16팀에서 24팀으로 늘며 16강전이 신설됐다. 우승하려면 7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4년 전 호주 대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 부담에 허덕였던 예를 돌이켜 본다면, 그때보다 휴식 시간은 부족하고 경기 부담은 커진 이번에 더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4년 전 호주에서 선수들이 고열과 몸살 증세를 겪었던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번엔 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대신 참가팀 수준이 다소 떨어지면서 초반 대진은 쉬워졌다. C조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3위인 한국과 비교적 격차가 적은 팀이 중국(76위)이고 키르기스스탄(91위), 필리핀(116위)은 격차가 크다. 한국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대회 운영의 중심은 뒤에 있다. 초반에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체력 안배, 마지막 담금질을 마치는 한편 안전하게 승리도 챙겨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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