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라자 나잉골란이 올해 여름 AS로마에서 인테르밀란으로 이적한 건 ‘태도불량’ 때문이었다. 나잉골란은 흡연 등 자제력 없는 모습으로 꾸준히 비판 받아 왔다. 로마는 기량 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로 평가받던 나잉골란을 인테르로 내주며 2,400만 유로(약 308억 원)와 선수 두 명이라는 비교적 낮은 판매액을 감수했다.

시즌이 절반 정도 지난 지금, 로마의 선택은 현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테르는 27일(한국시간) 나폴리를 상대로 18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중요한 경기지만 나잉골란은 선수단에서 제외됐다. 훈련 시간에 늦는 등 구단 규율을 어긴 것에 대한 징계를 받은 것이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팀의 규율은 경기력만큼 중요하다. 나잉골란은 팀에서 추방된 것이 아니라 이 경기에서만 제외된 것이다. 나잉골란은 훈련에 복귀하고 선수단에 돌아올 것이다. 2, 3일이 지나면 다시 팀에 돌아와 공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나잉골란의 문제가 너무 화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휴일 기간 동안 나잉골란은 더 큰 문제로 이탈리아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나잉골란의 육성이 녹음, 유출됐다는 파일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퍼져나간 것이다.

가장 문제시되는 건 인테르를 떠나고 싶다는 발언이다. 나잉골란은 “맘마 미아(세상에), 난 여기서 혼란스러워.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괜찮아. 언제나 경기 중에는 최선을 다하고 조용히 지내야지”라고 말한 건 괜찮았지만, “난 토티의 친구니까 아마 그가 힘을 써주지 않을까”라는 말은 팬들의 분노를 자아낼 만했다.

나잉골란은 인테르로 이적하기 전 3시즌 반 동안 로마에서 활약했다. 로마는 나잉골란이 전성기를 보낸 팀이자,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게 한 팀이었다. 현재 로마 디렉터인 프란체스코 토티는 3시즌 반 내내 나잉골란의 동료로 뛰었다.

경기력만 놓고 봐도 나잉골란의 위력은 예전만 못했다. 개막 직후에는 특유의 에너지를 잘 보여줬지만, 나이가 아직 30세에 불과한데도 지난 시즌보다 활동량이 줄어들었다. 잔부상으로 17경기 중 9경기만 선발 출장했다. 2골을 넣었고, 도움은 없었다. 2016/2017시즌 로마에서 11골을 터뜨렸을 정도로 득점 지원 능력이 좋았던 적도 있지만 이번 시즌 경기력은 하향세다.

인테르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초반 좋은 흐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PSV에인트호번을 홈으로 불러들여 무승부에 그치며 조 3위로 밀렸다. 이에 따라 유로파리그로 떨어졌다. 세리에A에서는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6경기에서 2승 2무 2패에 그치는 등 경기력이 다소 저하돼 있다.

나잉골란과 달리, 인테르가 로마로 넘긴 니콜로 차니올로와 다비데 산톤 모두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9세 유망주 차니올로는 나잉골란의 자리를 고스란히 대체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당시 차니올로의 가치는 450만 유로(약 58억 원)로 평가됐다.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는 인테르가 나잉골란을 1월 이적시장에서 내보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이끄는 중국슈퍼리그의 광저우헝다가 나잉골란의 차기 행선지로 떠올랐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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