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맞대결을 벌인 권경원(톈진췐젠)과 김영권(광저우헝다)은 팀내 입지, 대표팀 복귀 등 여러 목표를 놓고 경쟁 중이다.
8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톈진 올림픽 센터 스타디움에서 ACL 16강 1차전을 가진 췐젠과 헝다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인 수비수 권경원, 김영권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각자 소속팀의 무실점 수비를 이끌었다. 권경원은 헝다의 알랑, 굴라트를 상대했다. 김영권은 췐젠의 파투와 앙토니 모데스트를 막았다.
한때 한국 수비수들에게 엘도라도처럼 여겨졌던 중국슈퍼리그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출장 규정이 아시아쿼터 없이 총 3명으로 축소되면서 한 순간에 위험한 땅으로 바뀌었다. 장현수(현 FC도쿄), 정우영(현 비셀고베), 홍정호(현 전북현대) 등 한국 선수들이 일제히 중국을 떠났다. 각 소속팀에서 입지가 탄탄했던 권경원과 김영권만 남았다.
두 ‘중국파’ 수비수는 동병상련 처지를 공유하며 최근 가까워졌다. 김영권이 권경원에게 중국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사이다. 먼저 익힌 중국어 표현을 말해주기도 하고, 권경원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김영권이 ‘경기에만 집중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다’라는 심리적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한다. 서로 맞대결을 벌이게 되면 경기 전날 잠깐 만나 대화를 나눈다.
권경원은 앞선 인터뷰에서 김영권이 어릴 적 우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라북도 전주에 위치한 영생고에 권경원이 다니고, 전주대학교에 김영권이 다니던 시절이다. 청소년 대표 수비수 김영권은 당시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권경원에게 하늘 같은 선배였다. 권경원은 최근 김영권과 친해진 뒤 “어렸을 때 정말 존경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두 선수는 어쩌면 둘 중 한 명만 살아남을지 모르는 대결을 이중으로 벌이고 있다. 일단 ACL 생존 여부는 두 선수의 팀내 입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 쿼터는 ACL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여름 이적시장이 오기 전 ACL에서 탈락한다면 후반기에 방출될 위험이 생긴다.
지난해부터 팀 내 입지가 탄탄했던 권경원은 이번 시즌 중국슈퍼리그에서 9라운드까지 7경기를 소화했다. 슈퍼리그에서는 파투보다 권경원의 출장 시간이 더 길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 김영권은 슈퍼리그에서 4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2012년부터 헝다에서 활약한 고참급 선수다. 둘 다 구단과의 관계는 좋은 편이다. ACL 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안정적으로 현재 소속팀에서 활약할 수 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2018 러시아월드컵’ 참가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맞대결을 전경준 국가대표팀 코치가 직접 찾아가 두 수비수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김영권은 대표팀 터줏대감이고, 권경원은 신태용 감독 아래서 대표팀에 새로 등장한 신예 수비수다.

권경원과 김영권 모두 3월 A매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월드컵 참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붙박이 멤버 김민재, 경쟁에서 앞서가던 홍정호가 부상 당하며 다시 경쟁이 열렸다. 홍정호는 부상에서 갓 복귀한 상태인데다, 아직 부상 중이던 지난 주 신 감독이 “홍정호가 생각보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정승현을 확인하러 일본에 다녀왔다”고 할 정도로 경기력 회복 여부가 미지수다. 김민재는 월드컵 전까지 제대로 부상을 털어내고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신 감독이 왼발잡이 센터백을 한 명 포함시키고 싶다면 권경원과 김영권 중 한 명, 상황에 따라 두 명 모두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정승현 등 월드컵 참가가 불투명한 선수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김민재의 회복 속도가 가장 큰 변수다. 신 감독은 14일 월드컵 참가 명단을 발표할 때 센터백을 추가로 호명했다가 전지훈련 이후 한 명을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권경원과 김영권이 대표팀 경쟁에서 밀렸던 건 ACL에서 소속팀이 보여준 수비 불안 때문이었다. 권경원의 췐젠은 전북현대 원정에서 2-4로 대패했다. 헝다는 제주유나이티드와 가진 홈 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3-5로 난타전을 벌였다.
이후 두 구단 모두 수비가 안정됐다. 췐젠은 9라운드까지 11실점, 헝다는 12실점으로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권경원은 ACL에서 2도움으로 세트 피스 공격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수비수는 대표팀 명단 발표 전까지 한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12일 각각 슈퍼리그 경기를 치른다. 명단이 발표된 뒤인 15일에는 헝다의 홈 경기로 ACL 16강 2차전 맞대결을 벌인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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